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시장과 식탁에 먼저 떠오르는 해산물이 있다. 바로 ‘굴’이다. 초겨울이 가까워지면 굴은 살이 단단해지고 향도 또렷해져 국물 요리, 생굴, 데친 굴 등 조리법을 가리지 않고 찾는 이가 늘어난다. 한입 베어 물면 살 속에 머물던 짠맛과 은은한 감칠맛이 퍼지며 신선함이 바로 전달된다.
그러나 올해 일본 주요 산지에서 치패처럼 아주 작은 개체부터 다 자란 굴까지 잇따라 폐사가 발생하면서 전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면서 현장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일본 주요 산지에서 이어진 '굴'의 폐사 증가
히로시마현, 효고현, 오카야마현 등 세토내해 전역 양식장은 평균 80%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일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수치다. 세토내해는 일본 굴 생산의 핵심 지역인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효고현 굴 전문점들에서는 현지 산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 홋카이도산 등 다른 지역 굴로 대체하고 있다.
세토내해 양식장에서는 입이 벌어진 굴이 여럿 확인되고 있고, 살아남은 개체 역시 크기나 상태가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준에 맞춰 출하하기 어려운 굴이 늘면서 단순한 한 해의 변동으로 보기도 어렵다.
해수 온도 상승과 염분 변화
히로시마현 수산 해양 기술 센터와 일본 수산 연구·교육기관(FRA) 연구진은 지난 20일 보도를 통해 이번 폐사를 설명하며 세토내해 수온이 예년보다 약 2도 높은 상태로 유지된 점을 핵심 요인으로 언급했다.
강수량이 줄어 하천수 유입이 감소했고, 여름 끝 무렵 바닷물이 충분히 식지 못한 채 가을로 이어지면서 생육 흐름이 어긋났다. 굴은 여름의 높은 수온에서 산란을 시작하고 가을에 수온이 내려가면 산란이 멈춘다. 산란이 멈춰야 살이 찌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수온 하강이 더디게 나타나 산란 기간이 길어졌다. 그 결과 살이 제대로 차지 못한 개체가 많아졌다.
또한 세토내해 일대 해수 염분 변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가 적으면 담수 유입량이 크게 줄어 염분 농도가 올라가는데 굴은 이 조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갑작스럽게 염도가 올라가면 체내 부담이 커지고 성장 흐름도 느려진다.
'굴'의 주요 영양 성분
굴은 오래전부터 ‘바다의 우유’라 불렸다. 우유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속에 든 성분 구성이 알차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조화를 이루고, 아연·철·칼슘 같은 미네랄도 고르게 포함돼 있다.
특히 굴은 열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초겨울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되고 포만감 형성에도 좋다. 또한 타우린은 기름진 음식과 섞여 먹어도 무게감이 덜 느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타우린과 오메가-3 지방산은 체내 순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관여하며, 잦은 피로감이 쌓이는 시기에 섭취하면 순간적인 무거움이 줄어든다.
굴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
굴은 상태에 따라 향과 질감 차이가 커서 보관법이 중요하다. 온도와 수분만 제대로 챙겨도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먼저 껍데기 굴은 직사광선을 피한 뒤 4℃ 안팎 냉장 보관이 적당하다. 표면 위에 마른 수건을 올리면 과도한 수분 증발을 줄일 수 있다. 껍데기 굴은 공기 흐름이 필요한 만큼 밀폐 용기보다 트레이가 더 알맞다. 다만 물이 고이기 쉬운 구조는 피해야 한다.
깐 굴은 받은 즉시 흐르는 물에 짧게 헹궈 이물질을 털어내는 게 좋다. 오래 씻으면 조직이 약해져 식감이 흐트러지므로 빠르게 헹구는 정도가 충분하다. 손질한 뒤 유리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을 하면 하루 정도 상태가 유지된다. 가능하면 당일 조리해 먹는 편이 맛과 식감에서 가장 좋다.
냉동 보관은 가정용 냉동 방식에서는 세포벽 손상이 발생해 해동 후 물이 빠지면서 질감이 달라지기 쉽다. 데친 뒤 냉동하면 형태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신선한 굴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어 냉장 보관을 권한다.
굴 섭취 시 주의할 점
굴은 제철에 맛과 질감이 좋아지지만, 섭취 과정에서 몇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신선하지 않은 굴을 먹으면 장에 부담이 생기기 쉬워 구매 단계에서 상태 확인이 필수다. 상한 굴은 물이 금방 흐르거나 표면이 뿌옇게 변하므로 외형 변화가 있다면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생굴에는 해수에서 유입된 미생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표면을 짧게 헹궈도 완전히 제거되기 어려워 상태가 확실하지 않다면 가열 조리가 더 안전하다. 굴국, 데친 굴, 굴전처럼 익혀 먹는 방식은 끓는 온도를 넘기면서 위험 요소가 크게 줄어든다.
또 하나 살펴야 할 점은 요오드 함량이다. 굴은 요오드 비율이 높은 편이라 갑상선 기능이 민감한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몸에서 호르몬 흐름이 일정하지 않으면 요오드가 많은 음식을 과하게 먹는 것이 부담될 수 있어 양을 조절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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