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국내 예술영화관의 상징이자 광화문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인 '씨네큐브'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영화인들과 관객이 함께 지나온 시간을 추억하고 미래를 그리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는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엄재용 대표이사를 비롯한 티캐스트 임직원들과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등 영화계 주요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씨네큐브'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와 지원에서 출발, 2000년 12월 2일 개관했다.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지하에 자리 잡은 이곳은 대형 멀티플렉스와 OTT의 공세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예술적 뚝심'을 지켜왔다.
실제로 씨네큐브는 '벌새'(2019), '우리들'(2016) 등 한국 영화계에 반향을 일으킨 수많은 독립·예술 영화를 발굴해 소개했으며, 지난달 열린 25주년 특별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을 통해 그 독보적인 큐레이션 역량을 재확인시켰다. 여기에 음식물 반입 금지, 정시 상영, 엔딩 크레딧 점등 등 영화 본연에 집중하는 관람 문화를 정착시키며 지난 25년간 '도심 속 문화적 도피처'로 사랑받아왔다.
이날 기념식은 이러한 씨네큐브의 역사를 되짚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참석자들은 예술영화의 불모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공간의 의미에 공감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진 기념 옴니버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상영을 통해 절정에 달했다.
상영된 '극장의 시간들'은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다. 이 작품은 예술영화의 메카로서 25년이라는 '청춘'을 보낸 씨네큐브, 그리고 그 공간과 어우러져 시간을 보낸 감독과 배우, 스태프, 관객 모두의 과거와 미래를 담백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공간과 사람에 집중한 연출은, 앞서 진행된 기념식의 의미를 스크린 위에서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이며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현장에서 감독들은 자신들의 성장과 함께해 온 공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헌사로 대신했다. 이종필 감독은 "시간이 지나며 예술영화관들이 많이 사라지고 씨네큐브만 남았다. 그래서 더 소중해진 것 같다"고 말했고, 윤가은 감독은 "25년을 버텨준 덕분에 내 인생을 바꿔준 영화들을 많이 만났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인생을 바꿀 영화를 상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건재 감독 역시 "시청광장도, 청계천도, 그리고 씨네큐브도 우리 곁에 있다"는 건배사로 25주년을 축하했다.
정부 또한 이러한 씨네큐브의 공로를 높이 샀다. 최성희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씨네큐브는 예술영화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객과 호흡해온 소중한 공간"이라며 "정부 또한 다양한 독립·예술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엄재용 티캐스트 대표이사는 기념식 말미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엄 대표는 "2000년 도심 속 문화 향유를 위한 이호진 전 회장의 뜻에 따라 문을 연 이래, 한국 예술영화의 흐름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관객과 영화인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좋은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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