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국내 관광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일부 외국인의 도 넘는 일탈 행동이 반복되며 다른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방한 외국인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공장소에서의 대변 행위, 카페 내 음주, 상의 탈의 후 달리기 등 한국의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73만902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7.8% 증가했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콘텐츠 흥행도 한국 방문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증가한 관광객 규모만큼 비상식적 행동도 포착되며 관광 환경의 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스타벅스에서 소주+치킨 먹는 중국인들'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에는 6~7명으로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주문한 음료와 함께 테이블에 소주와 치킨을 올려두고 먹는 모습이 담겼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 파트너가 해당 고객을 발견한 즉시 취식 금지 안내를 진행했고 내용물을 바로 치웠다"며 "추후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내할 수 있는 대응 가이드도 함께 세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민폐 행동이 이어지며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한 중국인 관광객이 경복궁 돌담에서 대변을 보고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현장 사진에서는 한 남성이 양손에 휴지를 들고 쭈그려 앉아 있었으며 주변에는 하얀 바지를 입은 여성이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은 서양 관광객들도 다른 나라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국적 유튜버 조니 소말리(램지 칼리드 이스마엘)는 지난해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후 서울 마포구 편의점·버스·지하철·롯데월드 등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난동을 벌여 업무 방해 혐의로 적발됐으며, 외설적 합성 영상 제작·유포 혐의 등으로 현재 국내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심각한 민폐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영국에서 온 소피아 씨(Sofia·22)는 "한국 여행을 처음 와서 느낀 점은 '한국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 거리가 조용하다'였을 정도로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을 보지 못 했다"며 "만약 경복궁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면 황당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웨인 씨(Wayne·남·60)는 "한국과 가까운 국가에서 여행을 오거나 젊은 사람들은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나의 경우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길거리에서 옷을 벗고 달리거나, 카페에서 술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며 "또 그러한 경험이 불쾌함으로 남게 된다면 다음에 아시아권으로 여행을 올 때 한국 대신 일본과 같은 다른 국가들을 우선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일본 교토 등 세계 주요 관광 도시들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민폐 관광 문제에 대응해왔다. 관광객 행동 규제부터 예약 및 벌금제까지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광 질서를 관리하고 있다.
오사카에 방문할 때 함께 방문하는 도시인 일본 교토는 한국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진 '전통 도시'다. 기모노 체험 관광객이 밀집한 기온 지역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무단으로 주택에 침입하자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사찰이나 골목에도 침입하는 등 관광객들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교토시는 관광 매너 가이드라인을 다국어로 제작해 관광지 곳곳에 게시했다. 또한 지자체 직원이 거리에서 직접 관광객에게 안내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골목 일부를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그간 숙박 요금과 상관없이 200엔(한화 약 1800원) 또는 1000엔(한화 약 9500원)이 부과됐던 숙박세도 내년 3월부터는 개정된다. 숙박 요금에 따라 1인당 1박에 최대 1만엔(한화 약 9만4000원)까지 부과된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이미 수년 전부터 관광객 유입을 '총량제'로 관리하고 있다. 그간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베네치아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이에 베네치아 시 당국은 도시 입장 예약제를 도입했다. 시는 역사적 건축물 훼손과 쓰레기 문화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일일 방문객에게 5유로(한화 약 8500원)의 도시 입장료도 부과하기 시작했다.
태국 대표 관광지인 푸켓은 자연 훼손과 관광객들의 민폐 행동을 막기 위해 행동 규정(Code of Conduct)을 강화했다. 해변·자연 보호구역마다 금지 행동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사찰에서는 노출이 많은 복장과 고성방가가 금지되며 해변에서는 지정 구역 외 드론 촬영도 금지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이 부과되며 일부 자연보호구역은 계절별로 출입도 막고 있다.
직장인 서지원 씨(32·여)는 "좋은 마음으로 한국에 온 여행객들이 일부 민폐 관광객들 때문에 겪는 불쾌한 경험은 없어야한다"며 "최근 들어 반복적으로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강력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에서 민폐를 끼치는 외국인들에게도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며 "관련 정부 부처 및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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