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전방산업 수요 둔화, 중국 기업 저가 공세 확장 등 구조적 위기 속에서 국내 화학섬유산업에 대한 평가 기준도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론 개정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생산·판매 지역 분산 수준을 기업 평가에 반영하는 추세다.
이로써 신용등급 등 기존 평판에 당장 영향은 없지만 기업별 사업 안정성과 대응 전략 차이에 따라 향후 위상이 엇갈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화학섬유 산업별 평가방법론’ 보고서를 발간하고 크게 두 가지 기준 변화를 밝혔다.
우선 ‘제품차별화 능력’ 항목에서 단순한 기술력 뿐 아니라 제품군 다변화 수준까지 함께 반영, 각 제품별 수급 변동성에 대한 완충 역량을 점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 ‘사업다각화’ 항목은 사업 및 생산·판매지역 다각화로 확대됐다.
베트남·중국 등 해외 생산기지와 미국·유럽 등 고수익 시장 비중이 커진 국내 기업 사업 구조 변화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산업 전체 위험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화학섬유산업 산업위험 등급을 ‘불리(BB-)’로 유지했다.
이는 생활필수재로서의 안정적 수요, 산업용 수요 확장 등 긍정 요인이 존재함에도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국내 기업들 시장 지배력 약화, 범용제품 위주의 낮은 수익성 구조 등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테레프탈산·에틸렌글리콜 등 원재료 가격 변동과 전체 매출 중 약 70%를 차지하는 수출 구조는 환율 민감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화학섬유산업 분야 동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국내 화섬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으로는 효성티앤씨, HS효성첨단소재, 휴비스 등이 꼽힌다.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저원가 구조를 갖춘 중국·베트남 중심 생산 능력, 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PTMG) 자가조달 비율 70~80% 등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50% 내외 글로벌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투자한 탄소섬유 부문은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
휴비스의 경우 3년 연속 적자 끝에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경쟁사 증설 둔화와 국내 경쟁사의 사업 축소에 따른 수급 안정, 제품 판가 정상화와 구조조정이 주효했다.
이런 가운데 화섬산업은 진입장벽이 점점 낮아지는 반면 시장구조는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범용 제품 중심 기업은 공급 과잉과 저가 경쟁에 고전할 수밖에 없는 데다 차별화된 제품군 확보와 지역 포트폴리오 조정이 없다면 신용도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신용평가기관의 이번 개정이 단순한 방법론 변화가 아닌 향후 생존 전략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평가 기준은 곧 시장이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열위한 국내 제조여건을 고려, 해외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고 있으며 판매 또한 시장 성장성이 큰 주요 해외 국가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박 책임연구원은 그러면서 “화학섬유업종은 제품 범용화와 중국기업들 증설 등으로 인해 높아진 경쟁 강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영위 사업 내 시장 지위 및 차별화제품 개발력, 적절한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 정도 등에 따라 경쟁 심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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