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11월 23일 보도에서 지난 2년 동안 수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자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3년 여름 네타냐후 정부의 우익 정책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 전이었으며, 하마스의 공격이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형성된 흐름이었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전체 인구 1,000만 명 가운데 2024년 새롭게 해외로 이주한 사람은 8만 명을 넘어섰으며,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사회학자와 인구학자들은 이러한 이민자 집단의 대부분이 고등 교육을 받고 소득이 높으며, 세속화 경향이 강하고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을 띤다고 분석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스타트업 종사자, 의사, 대학원생 등 고급 인력이며, 특히 젊은 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재 유출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경제, 사회, 정치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텔아비브대 경제학과 테이트 아트 교수는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인재 유출이 있지만, 이스라엘의 인구 구조를 감안할 때 그 충격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첨단 기술 산업 종사자가 전체 노동력의 11%에 불과하지만 국가 세수의 약 3분의 1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 집단이 해외로 이주하는 비율이 특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인의 해외 이주를 돕는 단체 Settled.In의 창립자 다브나 파티시-프릴루키는 최근 이민 상담 요청이 과거 어느 때보다 급증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주로 경력 기회 확대가 이주의 주요 동기였으나, 최근에는 정치적 혼란과 전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6월 이란과의 충돌 이후 상담 문의가 급증했으며, 일부는 내년 치러질 총선 결과에 따라 귀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약 20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유럽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독일·폴란드·스페인·포르투갈 등 여러 EU 국가에서는 이스라엘 국적자가 제2 여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가 수년간 이어져 왔다. 베를린과 리스본에는 활발한 이스라엘 교민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으며, 현지 SNS에서는 아파트 임대 계약부터 취업 정보까지 활발하게 교류가 이루어진다.
예술가이자 교사인 미할 발-올은 5개월 전 텔아비브를 떠나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했다. 그는 이번 이주의 가장 큰 이유로 가자 전쟁에 대한 반대를 꼽았다. 발-올과 세 살배기 아들은 독일 여권을, 그의 파트너는 폴란드 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이스라엘 기술 기업에서 원격으로 계속 근무하고 있다.
그는 전쟁이 텔아비브 남부의 자유주의적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놀이터에서는 일부 학부모가 아랍계 교사가 안전 위협이 되는지를 우려하며 의문을 제기했고, 아침마다 예비군 군인이 제복을 입고 권총을 찬 채 자녀를 학교에 데려가는 모습이 흔해졌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자신에게 더 이상 이스라엘에 머물 수 없다는 확신을 주었다며, 현재의 이민 물결이 단순한 개인적 이동을 넘어 이스라엘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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