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등세를 기록해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에서는 올해만 각종 규제 정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으면서 실수요 중심의 매수세와 기대감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의 '11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한 달 전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72% 오르며 2020년 9월(2%)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18개월째 상승세에 해당하는 수치로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1.46%)과 비교해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10월 13일부터 11월 10일까지 표본 단지의 가격 변동을 반영한 것으로 정부가 10월 15일 발표한 ‘서울 전역·경기 12개 지역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영향이 포함돼 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동작구가 3.94%로 가장 컸고, 성동구(3.85%), 광진구(3.73%), 마포구(3.41%) 등이 뒤를 이었다. 송파구(2.74%), 중구(2.70%), 강동구(2.35%) 역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해당 지역은 중구를 제외하면 모두 한강 인근으로 정비사업 호재가 집중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규제를 강화하며 수요를 억제하려던 정부 의도와 달리 상승세가 더 견고해지는 ‘정책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동작구와 성동구 부동산 업계는 재개발·재건축 추진 소식이 거래를 자극한 핵심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작구의 흑석·노량진뉴타운, 성동구의 성수전략정비구역처럼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은 매물이 등장하자마자 신고가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라며 "마포구는 상승 폭이 둔화하는 반면 성동구는 신고가 갱신이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입지 선호해 구축이라도 매수 움직임
그러면서 "지금 매수층은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미래 가치와 입지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장기적인 투자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세를 살펴보면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현대’ 전용 78㎡는 10·15 대책 이후 25억 9,000만 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5월 같은 주택형 거래가격 대비 약 6억 원 오른 수준이다.
성수동의 ‘강변금호타운’ 전용 59㎡ 역시 4월 21억 4,000만 원에서 정책 발표 후 28억 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매수세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 ‘서울 입지 선호 심리’를 꼽았다. 과거에는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들이 경기권 신축으로 눈을 돌렸지만, 현재는 준공 20년 이상의 구축이라도 서울 안이면 우선순위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가 강화된 지금 서울에서 집을 살 기회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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