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영국이 ‘도덕적인 근거에 따른 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 개정을 했다. 주요 내용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박물관들이 도덕적인 이유로 소장품 반환을 쉽게 하는 것이다. 이 법령은 2022년 ‘자선단체법’의 일부로 통과됐지만 보수당의 반대로 보류됐다가 이번에 개정된 것이다. 다만 대량의 소장품 반출을 우려해 대영박물관, 국립미술관 등 16개 기관은 이번 법률 대상에서 제외돼 벨기에, 프랑스 등과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표적인 약탈국으로 진전된 결정이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바티칸 박물관이 캐나다 원주민으로부터 강압적으로 수집한 유물을 반환하면서 “대화와 존중, 형제애의 구체적인 표시”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이 유물은 1925년 교황이 바티칸에서의 전시회를 위해 세계 각지의 유물을 수집한 10만점 가운데 일부로 수집 과정에서 강압적 요소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2022년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은 당시 캐나다 전역의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원주민 학생의 학대 등에 대한 사과한 바 있다. 교황의 사과 이후 원주민 지도자들은 관련 유물의 반환을 요구했다.
우리의 유산도 돌아왔다. 지난달 14일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던 ‘시왕도’(1798년 작)를 신흥사에 반환했다. 이 조선 불화는 6·25전쟁 시기에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2020년 미국 LA카운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시왕도 6점이 반환된 후 두 번째다. 소장처인 미국 박물관은 전쟁 중에 타의에 의한 반출이라는 점에서 자진 반환했다.
이처럼 과거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취득한 문화유산의 자발적 반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전쟁 중에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막대한 피해를 본 점을 반성하면서 1954년 ‘문화재’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헤이그협약(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협약)이 체결된 이후 1970년 유네스코협약(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 그리고 1998년 워싱턴회의(나치 약탈 미술품의 반환 회의)까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는 전쟁 중 피해 회복과 예방에 관한 문제였다.
반면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의 피탈 문제는 유엔이 유네스코에 맡겨 1978년 문화재 반환촉진정부간위원회(ICPRCP)가 설립된 이후 ‘반환 권고문 위원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탈식민화하려는 국가의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피탈 유산의 반환 요구는 높아갔고 약탈국들은 외교적, 문화적 수단으로 ‘유물 반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더구나 세계화의 빠른 진전으로 정부 중심의 협상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다자 간 협상이 성과를 내고 있고 이제 대표적인 약탈국인 영국, 프랑스, 벨기에가 법령으로 반환을 촉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소장자 세대교체, 정보의 디지털화, 세계화 등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유엔이 창설될 때 참여한 국가는 51개국으로 현재 19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142개국은 문화유산의 원상 회복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세상의 변화는 이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대표적인 피해국인 한국의 원상 회복 노력이 공공외교 영역으로 추진돼야 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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