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이 심각했던 지방 병원에 새로 도입된 지역필수의사제가 예상 밖의 높은 지원율로 안착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올해 7월 본격 시행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가 네 지역에서 모집 정원의 대부분을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의료 현장의 의사 부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잡고 만든 새로운 지원 제도가 실제 의료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에는 강제 배치가 아닌 자율 계약 방식이라 실효성 우려도 있었지만, 첫 번째 모집 결과는 제도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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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 지원 81명…첫해부터 기대 이상 성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강원도, 경남, 전남, 제주 등 네 곳에서 시행 중인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에 총 81명의 전문의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모집 대상은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이었고, 전체의 80% 이상이 채워진 셈이다. 특히 강원도는 정원 24명을 모두 충원하며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내과 지원자가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응급의학과가 뒤를 이었다. 필수과 중심으로 지원이 몰린 것은 해당 분야의 지역 의료 공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월 400만원 수당과 정주 지원…의사들이 움직인 이유
지역필수의사제의 핵심은 의료진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현실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있다. 정부는 5년 차 이내 전문의가 지역 병원과 장기 근무 계약을 하면 월 400만원의 지역 근무 수당을 지급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교통, 자녀 교육 등 정착을 돕는 생활 지원을 추가로 제공한다. 강원도는 지역 상품권과 관광 인프라 이용 혜택을, 경남은 정착금과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 전남은 교육 연계 프로그램과 연구비를 지원하고, 제주도는 숙소 제공과 근무시간 조정을 통해 의사들의 생활 부담을 줄이고 있다. 각 지역이 협력해 근무 환경을 현실적으로 개선한 점이 높은 지원율의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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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의료난 해결의 두 축, 지역필수의사제와 지역의사제
최근 몇 년간 지방 병원은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실 축소나 분만 중단 같은 문제를 반복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필수의사제와 지역의사제가 함께 추진되면 의료 인력 양성과 정착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역의사제 법안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만 남은 상황이다. 법안이 확정되면 지역 의대를 통해 선발된 학생은 학비를 지원받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르면 2027학년도 입시부터 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방 의료 인력 구조가 장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내년 두 곳 추가…제도 확대 본격화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에 두 개 지역을 추가 선정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정주 환경 개선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만큼, 각 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들의 생활 기반을 개선할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에 의사들이 남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범사업에서 효과가 입증된 지원을 중심으로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겠다고 밝혔다. 지방 의료 현장의 고질적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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