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생물은 스스로 번식하며 종을 이어간다. 하지만 인간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일부 생물의 번식 능력을 인위적으로 차단해왔다.
한국의 수산물 시장 / Kuba Puchajda-shutterstock.com
이 생물들은 후손을 남기진 못하지만, 더 빨리 자라고, 더 맛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중 하나도 번식을 못 하게 설계된 생물이다.
굴은 보통 겨울철에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반적인 참굴은 겨울이 제철로, 11월부터 3월 사이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요즘은 여름철에도 굴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삼배체 굴과 바위굴 덕분이다.
삼배체 굴은 흔히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굴로, 일반 굴(2배체)과 4배체 굴을 교배하여 만들어진 삼배체(Triploid) 생물이다. 삼배체란 세포 내 염색체가 보통의 생물보다 하나 더 많은 상태로, 정상적인 번식이 불가능하다. 염색체가 3세트라서 짝이 맞지 않아 정자나 난자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삼배체 굴은 번식 활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서 살이 빠지지 않고 1년 내내 통통한 육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반 참굴이 여름철에 살이 빠지고 비릿한 맛이 강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에서는 삼배체라는 말에 유전자 조작 생물(GMO)을 떠올릴 수 있지만, 삼배체 굴은 GMO가 아니다. 특수 교배 방식이나 온도·화학 처리로 유도된 자연 교배 방식에 가까운 생물학적 기술이다. 이는 삼배체 수박, 삼배체 송어, 삼배체 연어 등 다양한 식품 자원에서도 사용되는 기술로, 씨 없는 수박이나 번식하지 않는 양식 연어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
굴 자료사진 / Light Win-shutterstock.com
삼배체 생물은 번식 능력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를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고, 자연 생태계에 방출되더라도 야생에서 번식할 수 없어 생태계 교란 우려도 낮다는 점에서 산업적 가치가 높다. 그만큼 생산성, 식감, 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 굴, 이렇게 즐기면 더 맛있다…조리법부터 와인 안주까지
굴은 조리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식재료처럼 활용될 수 있다. 제철과 품종에 따라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생굴: 싱싱한 참굴이나 하프쉘 굴을 초장, 레몬즙, 홀스래디시 소스, 또는 미니언 소스(샬롯 식초)에 곁들여 먹으면 굴 본연의 바다향을 느낄 수 있다. 신선한 샴페인이나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굴전: 부침가루나 밀가루를 입혀 지져내는 방식으로, 겨울철 대표 반찬이자 안주로 인기가 많다. 살이 꽉 찬 굴일수록 맛이 좋다.
굴과 김치 / photohwan-shutterstock.com
굴국밥 / 굴탕: 겨울에 따뜻하게 즐기기 좋은 조리법으로, 미역이나 콩나물과 함께 국을 끓이면 굴의 감칠맛이 국물에 배어든다.
오이스터 파스타 / 리조또: 크림소스나 간장 베이스로 가볍게 볶아낸 굴 파스타도 색다른 방법이다. 최근에는 굴로 만든 리조또나 오일 파스타가 레스토랑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버터구이 / 전기그릴 굴구이: 삼배체나 바위굴을 껍질째 구우면 육즙이 응축되며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버터, 마늘, 파슬리를 얹어 오븐에 굽는 방식도 추천된다.
굴 튀김(프라이드 오이스터): 얇은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기면 아이들도 즐기기 쉬운 요리가 된다. 타르타르 소스나 스위트칠리와 잘 어울린다.
굴은 ‘비린 생선 맛’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올바른 보관법과 조리법만 지키면 전혀 다른 고급 요리로 재탄생한다. 특히 삼배체 굴은 비린 맛이 적고 식감이 단단해 생굴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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