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차가운 이성의 언어가 잠시 쉼표를 찍고, 그 자리에 투명하고 싱그러운 선율이 채워진다. 펜으로 세상을 기록하던 기자가 이번에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청춘의 한 페이지를 노래한다.
심현희 기자가 1일 정오 발표한 데뷔 싱글 '쇼비뇽 블랑'은 글이 음악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 프로젝트 '칼럼, 노래가 되다'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번 신곡은 그가 연재했던 칼럼 '심현희 기자의 술이야기' 중 '한여름밤의 생수, 쇼비뇽 블랑'을 모티브로 삼았다. 심 기자는 작사·작곡·프로듀싱을 직접 맡았으며, 작곡가 정범수가 편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 술의 질감을 청춘의 이미지로… 기록자가 빚어낸 독창적 시선
곡의 가장 큰 매력은 가사가 품은 이중적 이미지에 있다. "청사과 향기", "패션프루트 라임" 같은 구절은 쇼비뇽 블랑이라는 술 자체가 가진 특유의 상큼하고 깨끗한 질감을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표현들은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그래서 더 서툴렀던 '청춘의 얼굴'을 그려내는 은유로 기능한다.
술의 맛과 향을 분석하던 기자의 예리한 관찰력이, 보이지 않는 추억을 형상화하는 음악인의 감수성과 만나는 지점이다. 기자이자 음악인으로서 정체성을 키워온 심현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악적으로는 감미로운 기타 리프와 함께 청량한 기운이 감돈다. 기교를 부려 억지로 짜내는 고음 대신, 편안한 어쿠스틱 밴드 사운드에 맞춰 자연스럽게 흐르는 창법을 택했다. 기자의 업(業)을 증명하듯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되는 가사는 성숙하면서도 순수한 음색과 어우러져 귀에 편안하게 안착한다. 빠른 속도감보다는 기분 좋은 리듬감이 돋보인다.
◇ 계절의 틈새 파고드는 온기… 서툰 시간들에게 건네는 화해
곡이 품은 공기는 묘하다. 뜨거운 한여름 밤을 노래하는 듯하지만, 그 정서는 늦가을의 쓸쓸함이나 늦봄의 설렘 그 어딘가에 걸쳐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 우리네 마음속 빈틈을 따뜻하게 파고든다.
오래 묵혀야 가치를 인정받는 레드 와인과 달리, 바로 따서 마셔야 가장 맛있는 쇼비뇽 블랑. 이 곡은 그 즉시성을 빌려 "어색한 미소"와 "조심스런 그 말들"로 가득했던 미숙한 과거를 긍정한다. "부끄럽던 나의 그 모든 순간이 오늘 밤 우릴 웃게 하네"라는 가사처럼, 서툴렀던 시간을 후회로 남겨두지 않고 '지금의 나'가 '과거의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쇼비뇽 블랑'은 단순한 음원 발매를 넘어, 저널리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다. 무엇보다 계절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 곡은, 지나온 청춘을 향해 건네는 가장 밝고 따뜻한 포옹으로 다가온다.
한편, 심현희의 첫 싱글 '쇼비뇽 블랑'은 현재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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