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IMF 시대 때 저는 3살이었습니다. 열심히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 시대를 겪은 가장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태풍상사'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같은 생각을 했죠."
시청률 10.3%로 종영한 tvN 화제작 '태풍상사'에서 '상사맨' 오미선으로 열연한 배우 김민하가 이렇게 말했다.
김민하는 '태풍상사'에서 똑 부러진 해결사 면모부터 강태풍(이준호 분)과의 설렘 어린 로맨스, K-장녀의 책임감, 햇살 같은 포근함까지 '오미선'을 온전히 자신의 '얼굴'로 만들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대극의 얼굴'을 또 한 번 갱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김민하를 만났다. '태풍상사' 관련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민하는 "촬영을 마친지 한 달 정도 됐다. 끝나기 일주일 전부터 신이 끝날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 1년을 함께 해서, 헤어진다는 게 실감이 안났다"라며 "하지만 후회 없이 쏟아냈고, 예쁘게 마무리 돼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하는 "부모님이 과거를 추억하면서 드라마를 볼 때 뿌듯하더라"라며 "사실 IMF 당시 저는 3살이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 저희 집은 큰 영향이 없었다더라. 다만 삼촌 등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많은 분들이 하루하루 먹고 살 고민을 하며 살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민하는 "'태풍상사' '파친코' 등 시대극에 출연하며 느꼈다. 늘 위기가 있었더라. 그걸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 같았다"라며 "IMF를 교과서로만 접했는데,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큰 위기였고 어둠이었다. 연기 하면서 '답이 없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선'이 당시 유행을 따라가는 인물은 아니었어요. 가족과 일이 가장 소중한 평범한 가장이죠. 최대한 화장기가 없어야 한다고 제가 먼저 부탁했어요. 또 평범한 머리 스타일, 같은 옷을 반복해서 입는 등 세세한 부분에 신경 썼고요. 서울 사투리의 경우도 '어떻게 하면 과하지 않게 잘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김민하는 '태풍사사'에서 경리부터 상사맨까지, 실제 1990년대 후반에 존재했을법한 여성상과 100% 일치하는 싱크로율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간 봐 왔듯 김민하는 시대극에서 유독 돋보인다.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평범해서 그런 것 같다. 캐릭터를 구현해 낼 때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한다"라며 웃었다.
이제는 자신의 시그니처가 된 '주근깨'에 대해서도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했다. 김민하는 "과거에 '주근깨를 없애야 하지 않나' '살을 좀 빼야 하지 않겠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0년 정도가 지났는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분들이 많아 졌더라. 너무 감사하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매력이 존재한다고 여기고 있다. 과거의 그들에겐 개인적으로 복수를 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태풍상사' 할 때 열심히 다이어트 했다. 전작보다 7~8kg 정도 뺐다.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미선' 캐릭터를 더욱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뺀 것"이라며 "'살 진짜 안 뺄 거야' 주의는 아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다이어트도 한다. 특히 배역에 맞는 것이라면, 배우로서 책임감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민하는 "다만 '배우가 왜 저렇게 뚱뚱해?' '왜 주근깨가 있어?' 등 정형화된 미(美)에 맞추려는 걸 힘들어 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배우'는 다양성을 말하고 표현하는데 '왜 외형은 똑같아야 하나?'라는 물음이 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김민하는 "나름대로 관리를 꾸준히 해왔다. 팩 많이 하고, 피부과 다니고 미용실도 자주 간다. 화장품 모델도 했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식단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술 안마시면 확 빠진다. 다이어트 열심히 할 땐 몸 상태가 최고 였다. 커피 안마시고 탄수화물 안 먹고 몸에 좋은 것만 섭취하니까 체력이 좋아지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태풍상사'를 떠나보내면서 김민하는 자신과 '미선'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엉엉 울고, 그런 부분이 미선과 닮았다. 또 원하는 것이 있으면 경주마처럼 달리는 부분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선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방안을 찾는 속도가 저보다 빠르다. 그리고 굉장히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아닌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하면 힘이 되는지 아는 사람처럼 묵묵하게 옆에 있어준다.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닮고 싶었다"고 했다.
김민하는 "'태풍상사'를 통해 많은걸 배웠다. 요즘 16부작의 긴 호흡 드라마가 많이 없다. 출연 자체로 귀하고 감사한 일이다. 현장에서 온정을 느끼면서 10개월 동안 지구력 있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간 부족했던 기술적인 부분, 빌드업 하면서 극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배웠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줄 아는 힘도 생겼다.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주 라이브로 반응을 볼 수 있던 것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실시간 채팅창이나 시청률을 볼 때 심장이 조이는데, 그게 묘미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김민하는 옆집 살던 설경구로 인해 연기를 시작한 걸로 유명하다. '설경구가 '태풍상사'와 관련해서 이야기 한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아시겠지만 설경구 아저씨가 표현을 잘 안 하신다. 한 번씩 툭툭 '주변에서 다 너 칭찬하더라' 이런 말만 한다"라며 "대신 송윤아 언니가 문자도 주고 칭찬도 많이 해 주신다"고 했다. 무엇보다 설경구는 아저씨로, 송윤아는 언니로 이야기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민하는 "아저씨랑 언니랑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소망 중 하나였다. 몇 해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 같이 멋있게 입고 만났는데 감회가 새롭고, 울컥하더라. 언젠가 작품에서 만나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너무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돌이켜 봤을 때 이런 계기를 열어주신 설경구 아저씨게 정말로 감사하다"며 웃었다.
김민하는 '태풍상사' 촬영을 마친 후 홀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계속 걸으며 사람 구경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눈뜨자마자 와인도 마셨다"라며 "'영감'이 될 만한 것을 많이 쫓는 편이다.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많이 간다. 꿈꾸는 것도 기록한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한 지 9년이 흘렀다. 2022년 공개된 애플TV+ '파친코'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후 완전한 주연배우로 날아올랐다.
마지막으로 김민하는 "최근에 영화 '국보'를 너무나 인상 깊게 봤다. 한 사람의 30년 동안의 일대기를 3시간 안에 배분해서 너무나 잘 표현했더라. 그런 희로애락이 다 담긴, 그리고 인간의 바닥까지 볼 수 있는 처절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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