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에너지를 지닌 이탤리언 안무가 알레산드로 시아르로니. ©Umberto_Favretto
알레산드로 시아르로니(Alessandro Sciarroni)
낯설고 이질적인 것의 공유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Save The Last Dance For Me)’는 이탈리아 민속 무용 폴카 치나타(Polka Chinata)를 연구해 탄생한 작품이죠.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선보일 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곤 하는데, 이 작품을 접한 한국 관객은 어떠한 뉘앙스로 받아들이고 해석할 거라고 기대하나요?
이 작품은 우리 이탈리아인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두 남성이 함께 사교 댄스를 추는 모습은 여러모로 낯설게 느껴지죠. 폴카 치나타는 여러 종류의 이탈리아 사교 댄스 가운데에서도 전통적으로 남자만 추는 춤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남녀가 철저히 구분되어 있어 남자들만 있을 때 서로 고난도의 동작을 연습하며 기술을 익혔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는 두 남성이 서로를 들어 올리고, 돌리고, 함께 바닥을 구르며 춤을 춥니다. 이탈리아 관객들은 그 자체로 다층적 의미를 느끼는데,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정말 궁금합니다. 스토리텔링 자체로 아름답고 안무가들의 열정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저는 관객들이 단지 아름다운 춤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은 새로운 차원을 끌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아티스트들을 지원합니다.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는 이 가치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나요?
저는 반복적이고 강렬한 신체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안무를 자주 사용합니다. 무용수들은 같은 동작을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면서 무대 위에서 집중력과 체력을 유지해야 하죠. 저는 이 ‘노력’을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제 작품을 보면 무용수들이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움직임을 반복하면서도 서로 미소를 짓는 장면이 종종 있습니다. 이는 제가 지시한 안무가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오래 버티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낸 전략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형성되면, 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관객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무릎을 구부린 채 빙글빙글 도는 춤인 ‘폴카 치나타’를 재해석한 춤을 두 명의 남자 무용수가 선보이는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 ©MAK
신체적 한계를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공연에서 신체 또는 인간의 상태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960~70년대의 행위 예술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예술가들은 몸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하며 극단적이고 폭력적일 정도로 강렬한 작품을 선보였죠. 젊은 시절 아트를 공부하면서 ‘급진적인 신체 표현’에서 큰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람들이 집을 나서 차를 타고, 표를 사고, 함께 극장에 모여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무언가를 목격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무대 위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쏟거나 때로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신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 그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공연은 언제나 관객과 무언가를 ‘공유하는 일’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관객을 ‘환영하는 행위’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것은 평소 일상에서는 잘 마주하지 않는, 다소 낯설고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바로 그 ‘낯섦’과 ‘이질감’ 속에서 우리 각자에 대한 어떤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상하거나 낯설게 보이는 시각적 디테일 속에 오히려 인간의 공통된 본질이 드러나기도 하죠.
‘협업’은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핵심 요소 중 하나죠. 이 이니셔티브와의 협업이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나요?
이 작품은 100%를 창작한 것이 아닌 기존의 춤에서 출발했어요. 2019년 폴카 치나타라는 춤을 처음 발견했을 때, 이 춤을 실제로 출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5명뿐이었습니다. 이 춤이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후 공연과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 춤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억을 이어가며, 살아 있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죠. 이러한 접근은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핵심 가치와도 일치합니다.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전승(transmission)’이니까요. 이 안무 유산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임으로써 되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 작업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정말 여러 면에서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덕분에 폴카 치나타라는 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어요. 특히 한국에서도 이 춤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감동적입니다. 우리를 믿고 지원해준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덕분에 굉장히 자유로운 환경에서 마음껏 펼쳐낼 수 있었고, 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실현하고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1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아펠 페스티벌의 대표 이미지. 2 차분하고도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한 안무가 올라 마시에예프스카. ©Jolanta Maciejewska
올라 마시에예프스카(Ola Maciejewska)
관객과 나누는 가치 있는 대화
‘로이 풀러: 리서치(Loie Fuller: Research)’는 서양 무용계에 반향을 일으킨 로이 풀러가 창작한 ‘서펜타인 댄스(Serpentine Dance)’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새롭게 소환한 작품입니다. 무용의 연구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으며, 관객에게 어떠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했나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사적인 무용 레퍼런스가 출발점으로, 그 레퍼런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현재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하는 일이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 또한 같은 사고의 흐름 같은 성찰의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용의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읽고 해석하는 제 관점을 관객에게 드러내 서로 공유하는 일이죠. 책에서 배운 해석이 아니라 저만의 방식으로 역사와 대화하는 과정이며, 관객과 함께 나누는 대화입니다. 관객은 이 대화에서 때로는 익숙한 역사적 상징이나 이미지가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시될 때 혼란을 느낄 수도 있죠. 관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 어떠한 창작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의 언어에서 시작해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요. ‘서펜타인 댄스’를 재해석하는 과정도 도서관과 아카이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자료를 탐구하고, ‘서펜타인 댄스’나 관련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역사적 자료부터 동시대 자료까지 두루 참고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미 알려진 무언가를 본래의 맥락과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죠. 그것이 제 창작 과정의 핵심으로, 작업하고 있는 상황과 지형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또 저는 작품을 처음 만들 때 혼자서 구성하곤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상상하며 구체화하죠. 그다음에는 무용수, 조명 디자이너, 음향 디자이너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진행해요.이미 준비된 자료도 많지만, 본격적인 협업은 다른 무용수나 무대 전문 아티스트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춤과 특수 효과를 결합해 자연을 이루는 요소들로 변형시키고 실크 천을 길게 연결한 대나무 막대를 활용한 독창적 안무를 선보인 ‘로이 풀러: 리서치’의 ‘서펜타인 댄스’. ©Martin_Argyroglo
‘서펜타인 댄스’의 재현은 어떤 방식으로 안무의 전통과 혁신에 기여하나요?
저는 ‘대화’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대화에는 종종 말로 표현되지 않은 비언어적 대화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19세기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시대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책이나 아카이브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는 언제나 틈이 존재하며, 그 공백은 상상으로 채워야 합니다. 제가 주목한 요소 중 하나는 ‘소리’였습니다. ‘서펜타인 댄스’는 시각적으로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모두가 그 이미지를 기억하지만, 그 무용의 소리가 어땠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시작부터 그 부분에 주목했어요. 춤이 내는 소리, 즉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울림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 춤은 거의 하나의 악기처럼 작동합니다.
관객은 단순히 춤을 보는 것을 넘어 그 소리를 직접 듣고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되죠. 또한 이 작품은 무용의 전통적 구조나 무용의 DNA에만 기반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비주얼 아트와 자연과학 같은, 이 춤과 연결된 주변의 모든 요소들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이 요소들은 춤을 추는 몸의 움직임만큼이나 중요해요. 그래서 이것을 저의 ‘기여’라고 부르기보다는, 그저 이 주제와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스펙터클 외에 가장 지속적이고 관련성 있는 메시지나 아이디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질적 결합’ 혹은 ‘혼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신체와 자연, 인공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의 연결이죠. 그 안에는 모순과 현실의 공존, 즉 다양한 층위가 함께 존재합니다. 몸은 자신을 둘러싼 공간, 환경, 문화적 · 시적 · 기계적 층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이러한 ‘몸의 표현 방식’은 시대를 초월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우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하이 주얼리 메종의 미학에 익숙한 관객에게 어떠한 감상을 전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에 정말 큰 애정을 갖고 있어요. 이 이니셔티브는 무용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무수히 많은 요소를 모으는 것이 아닌 무용의 본질적인 측면, 작품이 관객과 마주하는 현재의 순간과 관계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하나로 엮어냅니다. 덕분에 제 작품을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선보이고, 관객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제 나름의 성찰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러한 경험은 예술가로서 매우 특별하고 독보적인 일이에요.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관객과 만나는 교차적 경험을 통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것이 제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오는지 관찰할 수 있는 이 모든 과정이 저에겐 매우 값지고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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