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엔비디아 독점 깨지는 AI 전환기…버블이 아니라 '권력이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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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엔비디아 독점 깨지는 AI 전환기…버블이 아니라 '권력이동'이 시작됐다

비즈니스플러스 2025-12-01 08:32: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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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There's been a lot of talk about an AI bubble. From our vantage point, we see something very different."(AI 버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다른 광경이 보입니다)

최근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 콜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요즘 유행하는 AI 버블론에 대해 이처럼 직접적인 반격을 가해 주목을 끌었다. 

젠슨 황은 최근 들어 AI 거품론에 대해 아주 적극적으로 반박해왔다. 특히 구글이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TPU(텐서처리장치)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충격파를 준 데 이어 영화 '빅 쇼트'의 실존 인물로 이름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지난달 24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현 AI 투자 열풍을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비교하자 젠슨 황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지난 25일 X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직 우리 플랫폼만이 모든 AI 모델과 컴퓨팅을 구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엔비디아 제품은 특정한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ASIC(주문형반도체)보다 뛰어난 성능과 다용성·호환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ASIC'는 구글의 TPU를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다. 

◇구글 TPU와 제미나이3…엔비디아 왕국의 균열은 현실이 되었다

11월에 출시된 '제미나이3'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박사 수준의 과학·수학 문제를 푸는 'GPQA Diamond' 시험에서 정답률 91.9%로 챗GPT 5.1을 앞섰고, 가장 어려운 AI 성능평가로 불리는 '인류 마지막 시험'(HLE)에서도 최고점수(37.5%)를 받았다고 한다. 추론 및 문제해결 능력에서 탁월한 성능을 과시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구글은 '제미나이3' 학습에 TPU를 사용했다. TPU는 행렬 곱셈 연산에서 GPU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합하여 AI 모델 학습 및 추론 속도를 높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엔비디아의 GPU는 너무 크고, 비싸다. 요구하지도 않는 작업을 전부 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도 많이 먹어서 냉각을 위한 장치가 별도로 필요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소비자가 지금 빵 한 개를 만들려고 하는데 GPU는 "왜 빵만 만들려고 하느냐. 수프도 있고 만두도 있고 찜도 있다. 전부 만들어보다가 빵도 곁들여 만들어보자"고 유혹한다. 하지만 TPU는 가수 조용필의 노랫말을 빌리자면 빵이면 빵, 만두면 만두 하나만 집착하는 '일편단심 민들레'인 셈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전기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자사 데이터센터 AI 학습·추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구글이 자체 개발한 구글 AI 반도체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H시리즈 GPU를 대량 구매하며 초대형 AI 모델 개발을 진행해 왔으나, 비용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칩 공급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메타는 오래전에 자체 설계 칩 'MTIA'를 공개한바 있고 '아르테미스'라 부르는 2세대 칩도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구글의 개발 속도가 더 빨랐을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마이아100'이라는 칩을 공개한 바 있고 심지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조차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AI칩을 만드는 데 협력하길 바란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메타의 경우처럼 빅테크 기업들의 TPU 채택이 확대될 경우 엔비디아 연간 매출의 최대 10%가 잠식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GPU 2만4000개를 설치하는 데 8억5200만달러(약 1조2000억원)가 드는데, 동일한 규모의 구글 TPU 설치 비용은 9900만달러(약 1450억원)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지난 10월 서울을 방문한 젠슨 황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파격적인 '치맥 회동'을 가진 뒤에 2030년까지 한국 정부와 삼성, 현대자동차, SK, 네이버 등 4개 기업에 GPU 26만개를 우선 공급키로 발표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구글의 움직임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구글의 자체 머신러닝 전용 TPU는 2015년부터 구글 데이터센터의 머신러닝, 딥러닝 워크로드 개발과 운영에 활용된 이래 2025년 현재 6세대에 이르렀으니 이미 예고된 드라마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오른쪽)가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러브샷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오른쪽)가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러브샷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AI 버블인가, 권력 이동인가…한국은 더 이상 구경꾼이 될 수 없다.

AI 버블론은 간단하게 정리하면 "AI가 과대평가되어 결국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엔비디아 GPU 독점 구조가 깨지고, 구글 TPU·제미나이3 같은 대안이 등장하면서 버블론은 앞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거품 붕괴 시나리오를 보자. AI 반도체 경쟁이 과열되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투자자 기대가 꺼지면 엔비디아 주가는 급락하고 AI 스타트업 가치도 덩달아 하락할 것이다. 2000년대 닷컴 버블처럼 'AI 버블 붕괴'라는 내러티브가 확산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관론이 확산될 수 있다.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현재의 AI 산업은 수요보다 공급이 과도하게 팽창하고 있다. 서버, 데이터센터, AI 칩,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 투자가 몰리고 있다"며 "인프라만 쌓아 놓고, 실제로 그 모든 하드웨어를 정당화할 만큼의 수요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AI 기술 구현을 위한 데이터 센터 및 고성능 칩(GPU) 구축 비용이 막대한 부채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 기존 인프라의 감가상각(가치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타, 구글, 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정신없이 토해낸 투자계획을 전부 합하면 3000억달러가 넘는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이 들어가 언제쯤 회수가 가능하냐는 의심이 나올 만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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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버블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재편'으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엔비디아 독점이 깨지고 구글·MS·아마존 등 클라우드 기업이 자체 칩을 내세우는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AI 반도체 시장이 다극화되면서 버블이 '붕괴'가 아니라 '재편'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이다. 이같은 상황이 오면 투자자들은 특정 기업 독점이 아닌, 생태계 경쟁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해서 불안감을 떨칠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자산·자산운용 CEO 메리 캘러핸 어도스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는 단순한 투자 과열이 아니라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낼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불안해하지만, 그는 AI가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고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AI거품론에 대한 반박은 중국에서도 나왔다. 우융밍 알리바바 CEO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최소 3년 동안 AI 거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리바바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2478억위안(약 51조6000억원)을 거둬 블룸버그 전망치(2452억위안)를 웃돌았다. 순이익은 206억위안(약 4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3% 줄었으나 전문가 예상치(92억위안)는 크게 상회했다.

엔비디아가 3분기 매출이 570억달러,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며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거품론이 불거지는 것에 불만을 느낀 젠슨 황도 거듭 주장하기를 현재의 AI 투자는 "일시적 과열"이 아니라 "컴퓨팅 인프라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필수 투자"라는 것이다. 

그가 'AI 버블론'을 반박하면서 내놓은 'something very different'(완전히 다른 것)라는 발언은 AI가 산업 전체를 재구축하는 '초기 대전환기'라는 인식을 표현한 것이며 엔비디아 역시 그같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AI 강세론자로 유명한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역시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며 "엔비디아의 이번 호실적은 AI 혁명의 또 다른 검증 지점이며, 지금 우리는 AI 게임의 3회 초입에 들어선 상황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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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권력 지도가 재편되는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더 분명해지고 있다. 바로 한국형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개입이다. 지금처럼 GPU를 대량 구매해 글로벌 빅테크의 인프라 뒤를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이 거대한 권력 이동의 중심에 설 수 없다. 

정부는 먼저 칩·모델·데이터센터를 하나의 국가 플랫폼으로 묶는 장기 R&D(연구개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국내 팹리스와 후공정 기업이 각자 움직이는 구조로는 구글이나 엔비디아가 10년 단위로 설계하는 'AI 실리콘 전략'과 경쟁할 수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국가 차원의 AI 칩 설계 전략을 수립하고, 초거대 모델 연구와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안정적·예측 가능한 투자를 뒷받침하며, '칩–모델–클라우드'를 잇는 한국형 AI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는 특정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함이 아니라, 향후 국가 안보와 산업 주권의 핵심이 될 소버린 AI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제다.

AI 버블론 논쟁은 "AI가 과대평가됐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AI 버블론 속에서 권력 지도가 바뀌는 이 순간, 우리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는가?" 

버블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어쩌면 버블은 꺼진다기보다는 권력이 이동하는 방식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그 이동은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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