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디자인의 요소가 된 감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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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칼럼] 디자인의 요소가 된 감정②

문화매거진 2025-11-30 16:58:12 신고

[정규원 칼럼] 디자인의 요소가 된 감정①에 이어 
 

▲ 공감 중심 UX와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챗GPT 생성 이미지
▲ 공감 중심 UX와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챗GPT 생성 이미지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오랫동안 UX 디자인의 기준은 편의성이었다.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직관적인 사용 흐름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UX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감정 기반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면서 디자인의 중심이 편의성에서 공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용자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손가락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을 먼저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감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단순한 조작의 용이함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와 서비스가 마주 앉아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관계적 경험을 설계하려 한다. 예를 들어 상담 챗봇이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대신 사용자의 감정적 맥락을 고려해 말을 건네거나 건강 관리 앱이 사용자의 기분 상태에 따라 다른 응원 메시지를 제공하는 방식은 공감형 인터페이스의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접근은 사용자에게 기술적 기능보다 정서적 배려를 우선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관계의 깊이를 형성한다.

공감 중심 UX는 사용자가 느끼는 심리적 저항이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터페이스를 부드럽게 설계한다. 반응 속도의 리듬, 시각적 요소의 움직임, 메시지의 길이와 간격, 애니메이션의 속도와 탄성 등은 모두 사용자의 정서적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조율된다. 이는 사용자가 기술을 다루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즉각적인 반응을 지연시켜 사용자에게 숨을 고를 여유를 제공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축하나 위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감정적 타이밍을 배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는 기술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사용자의 감정을 중심에 두고 경험을 구성하기 때문에, 때로는 더 느리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느림과 여백이 공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공감형 인터페이스는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완벽한 기능을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이 관계적 경험 자체가 디자인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특히 공감 기반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순간적인 감정뿐 아니라 장기적 감정 패턴을 고려한 경험 구성까지 확장되고 있다.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지치는 시점, 기분이 가라앉는 시간대, 혹은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조절하고 싶어하는 순간 등 다양한 정서적 흐름을 학습함으로써 인터페이스는 보다 섬세한 감정적 동반자로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 기반 맞춤 경험은 기술이 사용자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의 정도를 크게 높이며, 인터페이스를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화된 감정 환경으로 확장한다.

또 공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터페이스는 기술이 인간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지나치게 밝거나 가벼운 메시지가 오히려 사용자의 감정을 소외시키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공감 UX는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감정적 거리감과 리듬을 설계함으로써 기술이 인간의 시간성과 심리적 속도를 존중하게 만든다. 이는 사용자에게 단순한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인간적인 관계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과정이다.

결국 공감을 추구하는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를 단순한 조작자가 아니라 하나의 감정적 존재로 바라본다. 기술적 효율보다 정서적 연결의 가치를 우선하는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UX를 인간 중심적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우리가 기술과 맺는 관계의 방향을 다시 정의하게 만든다. 이는 인터페이스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감정을 매개로 한 새로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UX가 나아갈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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