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디자인의 요소가 된 감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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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칼럼] 디자인의 요소가 된 감정①

문화매거진 2025-11-30 16:48:17 신고

▲ 감정 중심 UX와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챗GPT 생성 이미지
▲ 감정 중심 UX와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챗GPT 생성 이미지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오랫동안 기능과 효율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화면의 흐름을 단순화하고, 버튼의 위치를 명확하게 배치하며, 사용자가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디자인의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최근의 감정 중심 UX는 이러한 목적 중심적 접근을 넘어 사용자가 디지털 경험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태도를 형성하는지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감정은 이제 UX 설계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경험을 구성하는 가장 우선적인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감정을 중심으로 한 UX 디자인은 시각적 요소나 시나리오 흐름을 단순히 장식적인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사용자가 디지털 공간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발견하고, 어떤 정서적 안정이나 긴장감을 느끼며, 특정 순간에 어떤 감정적 참여를 경험하는지를 섬세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불안을 낮추기 위한 완만한 인터랙션 속도, 친밀감을 높이는 미세한 음향 변화, 심리적 거리를 조정하는 색감의 흐름 등은 모두 감정 설계에 기반한 선택들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기능적 목적뿐 아니라 사용자와 서비스 사이에 감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뜻한 감정을 유도하는 화면의 온도감, 서늘함과 긴장감을 조절하는 레이아웃의 여백, 사용자와 소통하는 메시지의 어투와 리듬까지도 감정 중심 UX에서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 된다. 심리적 반응과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이해하고 이를 시각, 청각, 촉각적 경험으로 번역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행위처럼 작동한다. 감정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대신, 그 행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정서적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시도는 결국 UX를 기능적 디자인에서 감정적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사용자는 단순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통해 경험의 흐름을 완성하는 존재가 된다. 감정 중심 UX의 미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용자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 감정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감각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UX는 결국 사용자의 감정을 다루는 또 하나의 예술적 장르로 변모하며, 감정과 기능이 교차하는 새로운 경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감정 중심 UX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속도는 빨라지고, 인터페이스는 점점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며, 사용자들은 순간마다 새로운 판단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적 안정과 심리적 일관성을 제공하는 UX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예컨대 예상치 못한 오류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긴장을 완화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과도한 정보의 압박을 덜기 위한 시각적 호흡의 배치는 감정 중심 UX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정서적으로 따뜻할 때, 디지털 경험 전체가 훨씬 부드럽고 인간적으로 변화한다.

또 감정 중심 UX는 기술이 사용자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는지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놓는다. 과거의 기술은 도구적 성격이 강했고, 사용자는 이를 단순히 조작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감정 설계가 더해진 인터페이스는 기술을 하나의 관계적 존재로 재구성한다. 사용자가 인터페이스에 말 걸고, 위안을 받고, 격려를 느끼는 순간 기술은 더 이상 감정과 관계없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심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동반자로 다가온다. 

이러한 변화는 UX가 인간 감정의 깊이와 너비를 이해하며, 기술을 보다 감성적인 매개로 재탄생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 중심 UX는 결국 디지털 시대의 예술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다듬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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