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5천선을 향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빚을 내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조정으로 대거 담보 부족에 몰리며 청산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들어 일일 반대매매 금액이 300억 원대를 여러 차례 넘어서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 중순 이후 3번이나 300억 원 이상이 청산되면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몇 주 동안 하한가 수준으로 매도되는 반대매매 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 환경에서 레버리지 매수 비중이 높았던 계좌들이 위험 구간에 연달아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 "여기서 조금만 더 떨어지면 줄청산"
반대매매 증가는 개별 투자자 손실뿐 아니라 시장 자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강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침부터 반대매매 문자만 쌓인다”, “조금만 더 떨어지면 줄청산 시작”이라는 글이 이어지며 불안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신용거래 규모가 급증한 점도 위험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17조~18조 원 사이를 오가며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정 종목에 투자자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고점 대비 15~20% 조정이 나온 종목들에서는 마진콜을 맞은 투자자가 급증했다.
특히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에서 레버리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48만 원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경고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11월 증시는 글로벌 AI 버블 논란,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원‧달러 환율 불안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하루 수십 포인트씩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됐다.
단기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냈던 개인투자자들은 예상보다 깊어진 조정에 대응하지 못하고 반대매매로 계좌가 청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빠르게 감소했다. 이달 5일 88조 원대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5일 기준으로는 75조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12월 역시 안정적 반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주요 기술기업 실적 등이 예정돼 있어 단기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개인 계좌가 급증한 상황에서 작은 충격도 대량 반대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포트폴리오 조정과 신용 축소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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