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감정에 반응하는 예술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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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칼럼] 감정에 반응하는 예술③

문화매거진 2025-11-30 13:43:25 신고

[정규원 칼럼] 감정에 반응하는 예술②에 이어 
 

▲ 챗GPT가 제작한 감정 인식 기술과 인터랙티브 시스템 관련 이미지
▲ 챗GPT가 제작한 감정 인식 기술과 인터랙티브 시스템 관련 이미지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감정 인식 기술과 인터랙티브 시스템이 가져온 변화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창작 방식의 근본적인 재구성이다. 예술가는 이제 더 이상 작품의 모든 결과를 직접 통제하는 절대적 주체가 아니다. 작품의 흐름과 반응은 관객의 감정 데이터와 시스템의 판단에 의해 즉각적으로 변하므로, 예술가는 결과물을 미리 고정하는 대신, 감정에 따라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일지 전체 구조와 원리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시 말해 예술가는 기술과 감정 사이의 번역 규칙을 만드는 사람으로 자리 잡는다.

이때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인간만이 갖는 정교한 감성적 판단력이다. 슬픔이 어떤 색과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기쁨이 어떤 리듬과 확산감을 만들어내는지, 불안이 어떤 음향적 떨림이나 공간적 압박으로 변환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적 지식은 오랜 인간 경험과 공감 능력에 기반한다. 시스템은 이 감성적 판단을 바탕으로 작동하며, 예술가는 이러한 감정 변환의 언어를 구축하는 셈이다.

그러나 변환 자체는 기계가 수행한다. 기계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감정 신호를 분석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시각과 소리, 공간의 질감으로 치환하며 실시간 표현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감정 지능과 기계의 분석 및 처리 능력이 결합되면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창작 구조가 등장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작품이 하나의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상황과 감정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형되는 유동적 존재가 된다.

이 변화는 예술의 형태를 완전히 다시 그린다. 작품은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계속 생성되는 흐름이 되고, 감정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작품을 촉발시키는 미적 사건으로 자리한다. 관객은 더 이상 바깥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작품의 일부로 편입되어 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계는 도구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 표현을 만들어가는 협력적 주체로 확장된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구조는 다양한 질문을 동반한다. 감정 데이터는 예술적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사용될 수 있는지, 기계가 감정을 해석하는 과정은 윤리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안전한지, 기술이 예술적 상상력을 잠식하거나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지에 대한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예술은 원래 질문을 던지는 영역이었고,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또 다른 질문을 발생시켜 왔다. 감정 기반 인터랙티브 아트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내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외부화하고, 관객과 작품 사이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미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중요한 진화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 예술은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관객의 감정과 기계의 감성이 만나 그 순간에 생성되는 사건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사건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예술은 무엇을 느끼고, 우리는 그 앞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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