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시 국제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함께, 뱀장어 수출국인 중국·미국·캐나다도 부정적 입장을 표하면서 EU는 큰 표 차로 패했다.
27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멸종위기종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제20차 당사국 총회에서 EU와 파나마가 제출한 ‘뱀장어속(Anguilla spp.) 전 종의 부속서Ⅱ 등재안’은 찬성 35개국, 반대 100개국, 기권 8개국으로 최종 부결됐다.
이에 따라 뱀장어 전체를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리려던 EU의 구상은 사실상 좌초됐다.
부속서Ⅱ 등재는 “현재 멸종 위기는 아니지만, 국제 거래가 계속되면 미래에 멸종될 위험이 있는 종”을 의미한다. 일단 등재되면 수출국의 허가 요건이 강화되고 거래 절차가 엄격해진다. EU와 파나마는 유럽산 뱀장어 보호를 위해 “외형이 유사해 종별 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글로벌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세계 최대 소비국인 일본(수입 1위)과 한국(수입 2위)은 등재가 성급하다고 반대했다.
규제가 도입되면 치어(실뱀장어) 수급이 불안해지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뱀장어 수출국인 중국·미국·캐나다도 “개체 수 감소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고, 규제 폭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해양수산부는 EU의 논리가 과학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극동산·북미산·유럽산 뱀장어가 모두 급감했다는 데이터가 있어야 부속서Ⅱ 등재 조건이 충족되지만, EU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는 최근 개발된 유전자 판별 키트를 제시해 10~15분 안에 종 구분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EU가 주장한 ‘종별 식별 불가능성’ 논거가 약화된 셈이다.
뱀장어는 한국과 일본에서 ‘장어구이’ 또는 ‘우나기 덮밥’ 등으로 널리 소비되는 대표 내수면 수산물이다. 한국 내 양식업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적 비중이 크며, 자연산 치어를 수입해 키우는 방식이 유지돼 왔다.
완전 양식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한국의 실뱀장어 수입 의존도는 약 80%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무분별한 치어 포획, 서식지 파괴, 수질오염, 해류 변화 등으로 개체 수 감소가 지속적으로 보고돼 오기도 했다.
다만 국제 자연보전연맹(IUCN)은 2014년 극동산 뱀장어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국가 지정 멸종위기종으로 포함하진 않았지만, 일본의 경우 환경성이 2013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을 당시 수산청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표결은 총회 종료일인 다음 달 5일 최종 확정된다. CITES 사무국이 절차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뱀장어 전 종 부속서Ⅱ 등재안은 이대로 폐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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