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라의 Play the Stage]40.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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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라의 Play the Stage]40.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뉴스컬처 2025-11-29 09:00:00 신고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뉴스컬처 박보라 칼럼니스트]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신화를 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다시 관객을 찾았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다섯 시즌을 거치며 관객과 함께 호흡해 온 작품은 올해 브로드웨이에서 그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6월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6관왕(작품상·극본상·작곡/작사상·연출상·무대디자인상·남우주연상)에 오른 것이다. 한국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한국을 배경으로 했으며, 한국에서 초연된 작품이 토니어워즈에서 수상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그 어느 때보다 작품을 향한 관심이 높은 지금, ‘어쩌면 해피엔딩’은 초심 그대로를 지키며 무대로 돌아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낡은 헬퍼봇들이 모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클레어가 고장 난 충전기를 빌리기 위해 올리버의 집을 방문하고, 이를 계기로 가까워진 두 로봇은 용기를 내어 함께 제주도로 향한다. 올리버는 친구이자 옛 주인인 제임스를 만나기 위해, 클레어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두 로봇은 아파트를 떠나기 전, 서로를 사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추억과 제주도에서의 경험은 결국 그 약속을 무력하게 만든다. 사랑은 다짐할 수 없는 것. 기어코 피어난 감정, 포옹과 입맞춤으로 확인한 사랑은 인간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로봇도 피할 수 없는 유한한 시간 앞에 사랑은 위태롭고, 이미 끝을 알고 있는 올리버와 클레어의 선택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작품의 명확한 메시지이자 잔잔한 울림은 관객에게 큰 잔상을 남긴다.

작품은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인간'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혼자 있는 삶에 만족하는 올리버가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클레어를 만나 서서히 변하는 모습은 사랑에 빠지는 인간의 감정을 꼭 빼닮았다. 사랑 이면의 외로움을 주목한 것도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포인트다. 오래된 헬퍼봇들이 거의 방치된 아파트는 어쩌면 아무도 찾지 않은 노인 요양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주인과 헤어진 이후 주변과 단절된 올리버는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 혼자만 남겨진 고독한 인간을 닮았다. 주인에게 버려졌던 클레어의 모습에서는 사회에서 상처받은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시즌 흥행과 토니어워즈 수상이라는 화제성과 맞물려 소극장에서 중극장 규모로 무대를 키웠다. 그러나 무대의 크기만 커졌을 뿐, 오밀조밀하고 사랑스러운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보인다. 낡은 레코드나 나무를 활용한 올리버와 클레어의 방으로 꾸며진 중앙을 중심으로 양옆에는 6인조 오케스트라를 배치해 무대를 꽉 채우려 노력했다. 또한 캐릭터들에게 각각 의미가 있는 화분, 레코드, 우산, 종이 전화기, 반딧불이 등 따스하고 빈티지한 오브제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주년 기념 공연인 만큼 지난 시즌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들과 새로운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김재범, 신성민, 전성우, 정휘, 전미도, 최수진, 박지연, 박진주 등이 무대에 오른다. 2026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뉴스컬처 박보라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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