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등재-후평가 등 신약 조기 도입 및 급여화 적용 한목소리
중증 혈액암과 소아백혈병의 치료환경 개선을 향한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의 주최로 ‘중증 혈액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료계, 제약계, 환자단체, 정부, 언론 등이 한자리에 모여 치료 접근성 강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먼저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가 ‘중증 혈액암 치료현황, 미충족 의료수요, 혁신 치료제의 임상적 가치 및 혁신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등재 제도의 필요성’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섰다. 그는 외과적 치료 접근이 불가능하고 질병 진행이 빠른 중증 혈액암의 특수성을 설명하며 신약을 통한 맞춤형 치료와 제도적 보장성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을 중심으로 화학요법 이후 표적·세포면역치료제를 지나 이중항체·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차세대 치료제로 이어지는 중증 혈액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혁신 신약은 부작용을 줄이면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와 개인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높여 임상적·사회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중증 혈액암 환자에게 치료 접근의 속도는 생존과 직결되는 것으로 해외는 신약 검토 기간을 4~8개월로 단축하고 약가 인센티브를 부여해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국내도 선등재-후평가 도입, 임상 전문가 의견 반영, 개발이 더딘 질환군에 대한 인센티브, 혁신 신약의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등을 통해 조기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점증적 비용-효과비,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 신약이 기존 치료제 대비 1년 더 생존(QALY)을 연장할 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원화 기준)과 그 효과를 비교하는 경제성 평가 지표
두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홍경택 교수는 ‘소아 백혈병 치료제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정책적 과제’를 통해 소아암에서 혁신 신약이 갖는 임상적·사회적 가치와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홍경택 교수는 소아암은 환아의 성장 과정과 사회 복귀까지 고려한 최적 치료가 필요한 분야라며 혁신 신약은 높은 치료 성공률뿐 아니라 환아·가족의 삶과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임상적·사회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아 적응증 확대에 평균 23개월 이상이 걸리고 일부는 등재가 이뤄지지 않아 치료 공백이 발생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소아암 치료제의 신속한 급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홍경택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소아 적응증을 유연하게 평가하고 별도 검토 트랙을 마련해야 한다”며 “급여평가 과정에 전문의·연구자·보호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가 제한된 소아암 치료제는 선등재-후평가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치료 옵션이 부족한 질환군에는 신속한 급여 신청을 유도하는 약가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대한혈액학회 김석진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이은영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공동대표 ▲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전무 ▲박희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실장 등이 패널로 참여, 중증 혈액암과 소아 백혈병 치료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급여 등재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는 “중증 혈액암은 치료 시기가 생존을 좌우하는 질환임에도 허가 후 급여 결정이 지연되면서 환자들이 제때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 5년간 보험급여가 적용된 중증혈액암 신약이 없었고 이중항체 등 새로운 치료제가 빠르게 등장하고 있음에도 실제 급여로 사용하기까지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최인화 전무는 “중증 혈액암과 소아암은 치료 시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질환임에도 현행 급여 등재 제도가 이러한 임상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신약 등재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질환의 구조적 제약을 고려한 ICER 기준의 현실화와 임상적 가치·사회적 요구도를 적극 반영하는 가치 기반 평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박희연 사무관은 “혈액암은 수술적 치료가 어려워 약제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임을 잘 알고 있으며 제도적 미비로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상황은 분명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해외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으며 국민을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은 “혈액암 치료제는 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환자들이 체감하는 제도적 간극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와 재원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 및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권선미 기자는 “고령화로 혈액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치료가 대부분 약물에 의존하는 질환임에도 국내 신약 접근성은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다발골수종은 미국 대비 생존율이 크게 낮다는 연구도 있는데 이는 동일한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도 환자들이 혁신 치료제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구조적 불공정성으로 볼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주영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많은 중증 혈액암 및 소아 백혈병환자와 가족들이 혁신 치료제 접근의 장벽 때문에 치료 선택지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오늘 논의된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바탕으로 중증 혈액암과 소아 백혈병환자 분들이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더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급여제도 마련을 위해 정부와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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