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슬로 크리스나호르카이 원작의 <사탄탱고> , 2025년 노벨문학상 대표작 사탄탱고>
헝가리의 유명 소설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는 1985년에 첫 번째 소설 <사탄탱고> 를 출판한 이후로 수많은 장편과 단편소설들을 발표해왔으며, 여러 개의 국제적인 문학상과 헝가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탄탱고>
그의 데뷔작 <사탄탱고> 는 출간 즉시 큰 성공을 거두며 헝가리 문단의 중심 작가로 부각되었고, 나중에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됐으며, 다시 영어로 번역된 뒤 부커상을 안겼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사탄탱고> 를 대표작으로 올해 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묵시록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 예술의 힘을 다시 확증하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로 평가하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사탄탱고> 사탄탱고>
영화 <사탄탱고> 는 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헝가리의 소설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 원작을 영화화한 벨라 타르(Bela Tarr) 감독의 작품이다. 사탄탱고>
438시간에 달하는 영화 <사탄탱고> 를 연출한 벨라 타르 감독은 오랜 친구이자 동지인 그와 함께 <파멸> (1988)에서부터 <토리노의 말> 까지 시나리오 공동작업 등, 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해왔다. 토리노의> 파멸> 사탄탱고>
◇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Bela Tarr) 감독의 흑백영화들
동구권 영화를 이끌던 세계적인 감독인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유작 <레드> 을 발표한 당시에, 벨라 타르는 그를 뒤이을 예술영화계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레드>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Bla Tarr)감독은 특유의 흑백촬영과 롱테이크, 긴 시간과 느림의 미학을 통해 전 세계 영화비평가의 극찬을 받아왔다. 장편 데뷔작, <패밀리 네스트> (Family Nest, 1979)로 시작하여 대표작으로 <파멸> (Damnation, 1988)을 비롯해 상영시간이 438분에 달하는 <사탄탱고> (Satan Tango, 1994), 단 39개의 쇼트만으로 이뤄진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Werkmeister Harmonies, 2000), <런던에서 온 사나이> (The man from London, 2007), 마지막 작품이 된 <토리노의 말> (A Torinói ló, The Turin Horse, 2012)을 연출하기까지 30년 이상 그만의 영화미학의 성취를 이뤄낸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토리노의> 런던에서> 베크마이스터> 사탄탱고> 파멸> 패밀리>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런던에서 온 사나이> (2007)는 2007년 칸 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마지막 은퇴작 <토리노의 말> 은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과 2012년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전 세계 유명 영화제의 열렬한 초청과 환호 속에 상영되었다. 토리노의> 런던에서>
◇ 7시간여의 긴 영화, 악마의 <사탄탱고> , 가장 급진적으로 인간의 실존과 상실감을 재현하다 사탄탱고>
벨라 타르가 지난 20년간 헝가리 예술영화의 최고의 놀라운 업적을 이룬 작품은 <사탄탱고> 이다. 이 영화는 1970년 이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적 형식의 특징인- 인간의 실존과 상실감을 재현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영화로 불리고 있다. 사탄탱고>
벨라 타르는 오랜 친구이자 동지로 지내온 원작 소설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와 대부분 공동 작업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는데, 그의 주된 관심사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었다. 그는 실상 사회적 리얼리티에 대한 묘사보다는, 그런 여건 속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인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데 애정을 쏟았다.
벨라 타르의 <사탄탱고> 가 ‘악마적인 걸작’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관객에게 걸작보다는 악마의 인상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사탄탱고> 에서 가장 악명 높은 장면은 비좁고 지저분한 집안에서 행동하는 의사의 모습이다. 그가 관찰하고, 쓰고, 읽고, 깜빡 졸고, 화장실에 가고, 술을 마시는 거대한 몸을 가진 의사를 보여주는 데 무려 30분이 넘는 시간을 소비한다. 사탄탱고> 사탄탱고>
◇ 느리고 단조로운 시간의 지속으로 인간 실존을 탐색하다
<사탄탱고> 는 매우 뛰어난 스타일의 악마적인 요소를 담은 풍자적인 영화이다. 배경은 어느 비 오는 가을날이다. 한 집단농장 사람들이 파국에 처한 상태에서 음모와 꿈, 배반에 얽히는 인간들을 해부해간다.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공간에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두면서 인간들을 삶의 관계 속에 빠뜨린다. 사탄탱고>
아직 영어로 번역되지 않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원작소설을 토대로 만든 <사탄탱고> 는 대개 여러 인물들의 내면의 독백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각 여섯 개의 절로 이뤄진 두 개의 군이 서로 엇갈리는 방식의 구성을 갖고 있다. 벨라 타르는 원작소설이 가진 탱고의 스텝(전진6스텝, 후진6스텝)에서 영화의 영감을 가졌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같은 착상은 영화를 구성하는 12개의 섹션과 정교하게 구성된 카메라 무브먼트와 롱 테이크 등에 잘 나타나있다. 사탄탱고>
이 영화는 한 공동체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세 개의 뛰어나게 돋보이는 시퀀스에서만큼은 고립된 인간들의 행위를 묘사한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소름끼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인 인상을 주는 데 등장한, 한 어린 소녀와 고양이이다.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이런 장면 외에, 또 다른 시퀀스는 어느 늙은 의사의 움직임이다. 술에 잔뜩 취한 상태의 늙은 의사의 느린 몸의 동작을 카메라는 한 시간 내내 지루하도록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매우 생경한 경험을 주면서, 감독이 가진 독특한 연출력에 새로운 발견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7시간 15분에 달하는 이 영화는 그 때문에 결코 지루하거나 예측 가능한 전개방식이지 않은 것이다.
◇ 느린 페이스와 단조로운 시간의 지속 / 파괴된 3막 구성
<사탄탱고> 를 관람하는 관객들 중에는 왜 이 영화가 그토록 긴, 7시간이나 넘도록 지루한 여정을 지속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느린 페이스와 단조로운 시간의 지속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 소설의 핵심적인 특징이며, 타르는 그와 함께 이러한 불가피성에 동조한 것이다. 사탄탱고>
종래의 할리우드 영화나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는 빠른 템포의 현대적 연출 방식을 보여준다. 이는 벨라 타르의 세계와 도저히 결부될 수 없는, 비교할 수도 없이 별개의 표현방식이다. 오히려 벨라 타르는 자신 만의 느린 시간 속으로 인물을 탐색하면서 보편적인 시간의 개념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실존의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그것은 느린 리듬으로 시간을 진행시키면서 동시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파괴시켜버리는 또 다른 실험인 것이다.
관객들은 점차로 무의미해져가는 시간 속에 잠겨든다. 기존의 영화가 가지는 3막 구성이라는 단조로운 플롯은 이미 파괴된 상태의 영화가 <사탄탱고> 인 것이다. 사탄탱고>
<사탄탱고>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그 때문에 전문적인 직업배우들이 아닌, 실제적으로 독특한 외모와 성격을 지닌 예술가들로 구성된다. 작곡가, 영화감독, 촬영감독, 화가, 작가, 세트 디자이너 등이 출연하였고, 그들이 가진 미스터리한 비밀스러움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사탄탱고>
그들이 처한 환경은 비극적이며 처참해보이지만, 그 나름대로 뛰어난 특성과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미 세상 속에서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그들은 불가피하게 여기에 와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벨라 타르는 <파멸> 과 <사탄탱고> 에서 타르코프스키보다 훨씬 정제된 화면구성의 미장센과 카메라 무브먼트에서 새로움을 제시해주면서 영화적 집중도를 이끌어준다. 그것은 결코 상업적인 계열과 함께 인정받는 부류가 아닌, 개성적인 비주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벨라 타르의 영화는 사운드가 나오기 전의 무성영화가 지닌 순수성을 지향한다. 아방가르드가 보여준 흑백필름의 예술적 진가를 재확인시키는 타르의 영화는 <파멸> 에서 출발됐으며, <사탄탱고> 에 이르러 놀라운 성숙미를 확인시켜준다. 사탄탱고> 파멸> 사탄탱고> 파멸>
그의 영화들은 대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이다. 더욱이 작품 속의 인물들은 스산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혼란과 절망에 빠진, 소외된 인간들이다. 이에 대한 그의 답변은 명확하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의 존엄성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실제 인간들이 모두 배니티 페어(유명 패션지)에 나오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의 깊게 다루지 않고 경시하지만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한번 뿐이고, 이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냐고 그는 항변한다. 그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며, 영화 속 시간의 긴 과정은 진실일 것이다.
<사탄탱고> 가 가진 흑백영상은 현대적 의미에서 새로운 파괴의 미학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미치도록 화려한 칼라로 선정성을 드러내므로, 흑백필름이 가진 힘은 역동적으로 빛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가 고집하는 흑백영상은 인간의 실존을 파고들기 위한 효과적인 표현 수단이며, 시대의 걸작으로 빛나는 <사탄탱고> 를 탄생시킨 것이다. 사탄탱고> 사탄탱고>
헝가리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그의 영화가 가진 힘은 리얼리즘이다. 대개의 상업영화는 도입부- 전개부- 결말부의 3막 구성으로 전개되면서 사건과 인물을 짜임새 있게 조립해가면서 자극적이고 선정성을 강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런 빈틈없는 구성과 전형적인 인물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과 그의 영화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술영화만이 가진 독보적인 칼라, 그 가운데서도 벨라 타르는 유난히 개성적인 작가인 것이다.
숨 가쁘게 빠른 리듬의 광고와 디지털 매체의 가속도를 비웃는 <사탄탱고> . 느린 페이스의 시간의 지속은 오히려 거칠고 반항적으로 보인다. 자극적인 현대영화의 짜임새 있는 플롯 구조를 뛰어넘는 영화, <사탄탱고> 는 1990년대 영화문화에서 출발된 기존의 현상들에 극단적으로 저항한다. 속도를 파괴하고 느리게 가라. 느리지만 진실을 벗겨내어라. 단단하게 굳어진 살갗 깊숙이 파고드는 일. 우리 모두의 잊힌 촉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사탄탱고> 사탄탱고>
또한 <파멸> 과 더불어 <사탄탱고> 에서 극도로 가난하고 몰락한 사람들이 미래가 없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열망. 간절하게 고대했던 구원의 메시아. 그것은 바로 벨라 타르가 추구했던 순수의 영화세계였으며, 실존의 근원이다. 위선과 자기기만, 배신과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벨라 타르의 독특한 영화언어는 가장 현대적인 도전이자 명상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탄탱고> 파멸>
글, 사진 : 이공희 (영화감독,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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