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챙겨주고 응원해주는 동네 암친구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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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챙겨주고 응원해주는 동네 암친구들 고마워요!

캔서앤서 2025-11-28 12:48:43 신고

결혼하면서 새로 이사 온 동네, 코로나로 인해 바깥 활동이 줄어든 시기에 나는 암 진단을 받고 외로이 항암치료를 받았다. 동네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동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는데, 문득 동네에 함께 투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암환우 커뮤니티나 오픈채팅방에서 여러 환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근처에 살며 얼굴을 보고 더 가까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건강에 좋은 먹거리도 나누고 같이 산책을 하면 좋을텐데.

항암치료 중 환우 채팅방에서 가까운 지역에 사는 몇몇 환우를 만났다. 비슷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했기에 항암 중간에 모두가 컨디션이 괜찮은 날을 정해서 만났다. 오랜만의 외출에 새로 산 가발을 쓰고 화장도 했다. 예쁜 가발과 예쁜 옷을 입고 나타난 나보다 어린 환우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생기가 돌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반갑게 인사하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음~ 파스타 말고 리조토로 먹어요. 베이컨은 빼주시고 스테이크는 잘 익혀주세요. 태우면 안 돼요!”

한 친구가 일을 하면서 치료받고 있다는 말에 나도 너무 무기력하게 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암투병으로 고생 중이라니… 어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바라며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암환자여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돼. 다만 항암 중이니 조심조심! 다양한 스타일의 가발로 기분 전환을 해보자!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나의 까까머리 사진을 예쁘게 남겨볼까? 오랜만의 외출과 수다를 통해 얻은 에너지는 나에게 활력을 주었다.

보기 싫은 빡빡머리지만 오랜만에 화장을 한 기념으로 가발을 벗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빡빡머리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같은 동네는 아니어서 그 후로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환우들과의 첫 만남은 아직도 기분 좋은 에너지와 허심탄회 속마음을 터놓는 후련함이 가득한 만남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우 채팅방에서 지역 이야기를 하던 중 같은 동네에 사는 난소암 환우를 알게 되었다. 어머나! 우리집에서 5분 거리에 살고 있잖아! 같은 난소암으로 투병 중이라니 더욱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만나고 싶었지만 서로의 치료 일정과 컨디션 등으로 인해 우리는 결국 한참 후에나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반갑게 만나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다.

그 후로 난소암 환우 커뮤니티를 소개받고 동네 근처에서 모임이 있다고 해서 나가게 되었다. 아니, 이 작은 동네에 난소암 환우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새로운 동네 암친구들이 생겼다. 사실 모두 언니들이다.

가끔씩 만나 함께 동네 산책할 친구가 생겼다. 시골에서 받은 많은 야채들을 함께 나눌 친구가 생겼다. 서로 서로 병원 일정을 챙기며 응원해 주는 친구가 생겼다. 새로운 동네 맛집에 함께 갈 친구가 생겼다.

“문화센터에 바른 걷기 강좌가 있대요, 함께 들을래요?” “좋아!” 난소암 환우 4명이 함께 수업을 들었다. 수업 끝나고 먹는 음식들도 꿀맛이었다. “맨발 걷기 하러 갈래?” “좋아!” “주민자치회에서 건강체조 수업이 있어요, 공실이도 함께 들어요!” “네 좋아요!” 수업이 끝나면 함께 뒷동산에 오르기도 했다. 동네 암친구 덕분에 함께 즐겁게 수업도 듣고 조금 더 건강한 루틴이 생겼다.

다른 환우 채팅방에서 같은 동네에 사는 새로운 친구도 알게 되었다. “공실아 샤브샤브 먹으러 갈래?” “좋아!” “추어탕 먹으러 갈래?” “좋아!” 혼자 집에서 대충 밥을 차려먹던 나에게 건강식으로만 쏙쏙 골라 동네 맛집에 데려가 주니 너무 고마웠다.

온라인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실제로 만나니, 암 투병이라는 공통점으로 훨씬 더 가까워졌다. 처음 보아도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처럼 반갑고, 힘든 치료인 것을 알기에 더욱더 내 일처럼 아파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물론 암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더 고약했다. 거듭되는 재발 소식을 듣게 되고 새로 항암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재발과 전이, 전원, 임상 항암, 호스피스 그리고 부고까지. 제나 좋은 소식만 들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너무나도 가까워졌기에 여러 소식을 듣게 될 때마다 나도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묵묵히 응원해 줄 수 밖에… 그리고 나의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지기를…

나의 동네 암친구들! 서로서로 마음을 나누며 함께해 줘서 정말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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