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1심 판결 항소 시한인 28일 자정을 불과 7시간 남겨 놓고 검찰이 항소 포기 결정을 공지했다. 검찰은 정치권의 오랜 분쟁 사안인 만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당시 '집단 반발'하며 내부 항명 사태까지로 번졌던 검찰이 패스트트랙 사건엔 침묵하자 민주당은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대장동 비리개발 사건의 항소 포기 논란 당시 검사장 18명이 집단 반발하며 사퇴까지 불사했지만 국민의힘 패트 항소 포기엔 조용한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집단 항명' 논란까지 일었던 검찰이 패스트트랙 항소 포기 사건에 침묵하는 것을 직격하며 사법개혁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고 맹공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패스트트랙 항소 포기를 두고 "정치검찰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퇴도 불사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짚으며 '집단 반발'했던 대장동 사건과 달리 침묵을 지키는 검찰을 직접 겨냥했다.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크게 반발했던 국민의힘도 이번 항소 포기 논란에는 침묵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묶어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장외 여론전을 현재까지도 이어가고 있지만 당 내부의 패스트트랙 항소 포기 사건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검찰은 죽었다"며 검찰 조직을 거칠게 비난했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 항소 포기에 대해선 입장이 없는 상태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며 1심에서 멈추기로 결정했지만 나경원, 이철규 의원과 황교안 전 의원 등의 재판 당사자들은 무죄를 받아보겠다며 항소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일 패스트트랙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제기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국회선진화법 위반에서 의원직 상실형 미만인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돼야 직을 상실한다.
구형량과 차이 있지만 檢 항소포기, 이례적 결정에 논란
서울남부지검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와 공판팀은 대검찰청과 논의를 거쳐 패스트트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를 결정했다. 그간 구형량과 선고형량이 크게 차이가 나는 사건에서 '기계적 항소'를 했던 전례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특히 대검 지침에는 구형량보다 훨씬 적은 형이 선고되면 항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는데 벌금형이 선고돼 형종이 달라졌거나 선고 형량이 검찰 구형의 2분의 1 미만일 경우 원칙적으로 항소하도록 돼 있다.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항소 대상인 셈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기계적 항소를 자제하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고 최근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와 맞물리면서 검찰이 정치권을 의식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대장동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했는데 야당 의원들이 걸린 이번 사건에서 항소를 하면 '선택적으로 한다'는 논란이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항소를 했다면 대장동 항소 포기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단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에 대해선 징역 2년을, 당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선 징역 1년6개월을,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는 등 대부분 피고인들에 대해 직 상실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나 의원에겐 특수공무집행방해 2000만원·국회법 위반 400만원의 벌금을, 황 전 대표에겐 각 1500만원·400만원의 벌금, 송 원내대표에겐 각 1000만원·150만원을 선고했다. 현직 의원인 이만희·김정재·윤한홍·이철규 의원도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의원직 상실형에 이르는 벌금이 선고된 피고인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에도 벌금형 구형…檢, 민주당도 항소포기 전망
검찰은 2019년 벌어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벌금형을 구형했다.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김정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범계 의원에게 벌금 400만원, 박주민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에게는 벌금 1500만원, 이종걸 전 의원과 표창원 전 의원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원과 500만원이 구형됐다. 이들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좌진과 당직자에 대해서도 200만~12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검찰은 "각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 정도와 행위 태양, 관련 사건의 선고 및 진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관계자를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패스트트랙 충돌은 지난 2019년 4월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몸싸움이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민주당 전·현직 관계자들은 국회 의안과 앞, 국회 628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앞 등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의힘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같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항소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1심 판결은 올해 안에 나올 전망이다.
與, 檢 '항소포기' 고리로 사법개혁 맹공…"대장동엔 항명, 폭력엔 침묵"
민주당은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택적 정의", "이중잣대"라며 검찰과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당시 검찰이 집단 항명까지 불사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며 국정조사 추진을 압박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집단 행동까지 불사했던 정치 검사들이 오늘도 침묵하고 있다"며 "두 얼굴의 정치 검사들이 과연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검찰 예규상 항소의 근거가 되는 전형적인 형종 변경 사례에 해당한다"며 "이번 항소 포기는 분명히 예규에 반한 항소 포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얼마 전 집단 항명 사태를 보여주던 검찰의 그 기개는 어디로 갔는가. 누가 봐도 검찰이 내란을 방조한 특정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번 재판은 결론이 정해진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자신들이 6년 끌어놓고 분쟁 장기화를 이유로 항소를 포기한다니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황 최고위원은 "이번 국민의힘 봐주기 항소 포기는 검찰 예규, 국민 상식, 민주주의의 원칙 모두에 어긋난다"며 "검찰은 이번 결정으로 사법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최고위원은 "대장동 재판을 항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 반발을 했던 검사들, 국민의힘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는 대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며 "검찰의 선택적 정의, 선택적 반발이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고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을 '검찰의 항명과 조작'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겠다고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국정조사의 본질은 검찰이 자행했던 조작 수사와 조작 기소를 밝혀내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피하는 건 아닌지 조속한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피력했다.
與, 검찰 항소포기에 "우리 편 봐주기…정치검찰 자백" 직격
민주당은 검찰의 항소 포기가 알려지자 즉각 논평을 내고 "검찰의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포기'는 스스로 정치검찰임을 자백한 것"이라며 검찰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대검 예규에 선고형량이 구형량의 2분의 1 미만인 경우 항소하도록 명시한 점을 언급하며 "패스트트랙 사건에서 검찰은 나 의원 등에 징역형을 구형했지만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이 선고됐음에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건 자기들이 만든 예규조차 무시한 선택적 법 집행이자 '우리 편 봐주기'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을 향한 질타도 나왔다. 박 수석대변인은 "불과 얼마 전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 때는 검사장 18명이 집단 성명을 내고, 평검사들까지 대검을 찾아가 항명에 가까운 집단행동을 벌였다"며 "정작 국회 폭력과 관련된 국민의힘 패스트트랙 사건에서는 예규가 요구하는 항소조차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장동 사건에는 그토록 격렬히 저항하더니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폭력 사건에는 왜 이렇게 조용한가"라며 "검찰은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왜 대장동 사건 때와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으라"고 질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들이 입장을 내는지 그리고 사퇴도 불사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장동 항소 포기 당시 검사들이 집단 반발한 모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항소 포기와 상관없이 나 의원은 이제 법사위를 떠나길 바란다"며 나 의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박홍근 의원도 27일 페이스북에서 "자기들이 수사를 질질 끌어놓고 그걸 핑계로 항소를 포기하다니, 뻔뻔한 자가발전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법원이 패스트트랙 사건의 주범들의 의원직을 보전해주는 정치적 판결을 했고, 검찰은 이에 호응하듯 항소를 포기했다"며 검찰을 겨냥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은 대장동 항소 문제를 두고 국정조사를 요구 중"이라며 "저는 오히려 패스트트랙 항소 포기 문제야말로 국정조사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피고인들의 범행동기에 사적 이익 추구가 없었다는 주장은 국회법 위반 자체가 국가적 법익 침해와 공적 영역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오판"이라며 "장기화된 분쟁을 최소화활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전현희 당 수석최고위원은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정치쇼> 에 출연해 "공익을 위해서도 반드시 일벌백계해야 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익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검찰이 자신의 책임을 망각하고 스스로 정치검찰임을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김태현의정치쇼>
대장동 사건의 경우 항소 포기가 맞다는 입장을 냈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전 최고위원은 "대장동은 검찰 구형량보다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항소를 할 실익이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그간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은 국민의힘과 검찰이 사실상 카르텔이 있다고 의심되는 관대한 수사나 기소를 보여왔다. 민주당에는 검찰력을 가혹할 만큼 행사했던 전력이 있다"며 "이번에도 검찰이 기존의 자신들과 함께 기득권 세력이라고 하는 세력에 대해 여전히 관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검찰을 직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에 대해 당 차원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국힘 현역 6명 의원직 사수…나경원·황교안 등 줄줄이 항소
검찰 항소 포기로 1심보다 무거운 형은 나올 수 없어 현역 의원 모두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의원직 상실은 면했지만 애초에 기소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나 의원과 윤한홍 의원 등 피고인들이 항소장을 제출했다.
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은 애초 기소되지 않았어야 했을 사건이다. 패스트트랙 1심 판결에 항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일방적 반헌법적 의회폭거에 저항한 제1야당의 행위를 사법에 고발한 정치의 사법 예속의 비극이었다"며 "결국 기소 자체가 소수당의 정당한 정치적 저항을 완전히 위축시키고, 민주당 의회독재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이번 판결은 민주당의 다수결독재, 의회폭주에 면죄부를 줬다. 역사가, 국민께서 평가할 것이라 믿는다. 다시 판단 받겠다"며 "이번 패스트트랙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로 소수 야당의 국민을 위한 정치적 의사표시와 정치행위의 공간을 넓히고,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복원하겠다"고 주장했다.
윤한홍 의원도 페이스북에 "저는 벌금형이라도 유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항소하고자 한다"며 "여기서 멈춘다면 예산만 낭비하는 괴물 공수처, 위성정당 난립으로 본래 취지가 사라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민주당이 군소정당과 야합해 강행했던 악법들을 인정해 주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저는 오늘 항소장을 제출했다"며 "부당한 판결에 대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당이 공식적으로 낸 논평은 없었지만 법사위 소속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은 민주당 의회 독재에 맞선 싸움, 항소 포기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사건은 민주당의 3대 악법을 막기 위한 투쟁이었다"며 "민주당이 단독 통과시킨 검수완박,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이 넘치는 나라가 됐고, 공수처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됐고, 위성정당이 판치는 선거가 됐다"면서 "유죄는 아쉽지만 법원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민심의 경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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