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국내 최초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에 성공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2시 40분 브리핑을 통해 “누리호 4차 발사가 1시 13분 00초에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 위성을 목표 궤도 600㎞에 분리 안착시킨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 주도로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는 지난 2022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 사업은 누리호 반복 발사 및 기술 이전을 통해 민간 체계종합 기업을 육성·지원함으로써 ‘뉴스페이스’로 통칭되는 민간 주도 우주개발에 힘을 싣고 국내 발사체 사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체계종합기업의 역할은 발사체의 각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발사체를 제작·발사하는 것이다. 누리호의 경우 300여개의 국내 우주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총 3기(4·5·6호기)의 누리호 제작을 주관하고 구성품 제작 참여기업에 대한 총괄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날 성공한 누리호 4차 발사에서는 누리호 제작을 총괄했으며 발사 준비 및 운용에도 참여해 향후 누리호 발사를 민간 주도로 진행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2026년 5차 발사에서는 발사 운용 검토 결과, 기술이전 습득 상황 등을 고려해 발사지휘센터(MDC) 및 발사관제선터(LCC) 등의 참여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발사책임자(MD), 발사운용책임자(LD) 및 LCC 일부 콘솔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 참여할 예정이다.
순천에 6만㎡ 규모 발사체 제조 시설 건립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전남 순천에 발사체 제조 시설인 ‘스페이스허브 발사체 제작센터’(가칭)를 조성하고 있다. 6만㎡(약 1만8000평) 규모로 건립되는 단조립장에서는 2027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6호기는 물론 후속 신규 발사체들도 이곳에서 제작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종합업무 외에도 누리호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엔진 총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누리호 1단 로켓에는 75톤급 액체엔진 4기, 2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50평 규모의 창원1사업장 KSLV 조립동에서 시험모델을 포함해 지난 2023년 5월 3차 발사에 사용된 엔진까지 총 46기의 누리호 엔진(75톤급 34기, 7톤급 12기)을 제작해 왔다.
국내 일부 우주기업들도 소형 발사체 엔진을 만들 수 있지만 중대형 발사체(누리호급 이상)에 사용되는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누리호 엔진은 항우연이 설계한 도면을 토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실제로 제작하면서 세부 사항들을 수정해 나가는 작업을 거치며 개발됐다. 이를 통해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면서 누리호 1호기 엔진을 조립할 때 6개월 정도 걸렸던 제작 기간이 현재 3개월로 절반 가량 줄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183도에서 3000도까지 극한 온도 차의 유체 운용과 ▲복잡한 구조 ▲높은 수준의 정밀함 등 액체로켓엔진 개발의 난관을 극복하며 중대형 발사체 엔진 제작에 성공했다.
고난이도 액체로켓엔진 특유의 끈기로 제작 성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5월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과 함께 누리호(KSLV-Ⅱ)의 뒤를 잇는 차세대발사체(KSLV-Ⅲ)에 개발에 참여하게 됐다.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은 달 착륙선 등 국가 우주개발 로드맵의 주요 탑재체를 우주로 보낼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하는 국가우주계획의 핵심 사업이다. 민간 기업이 항우연과 함께 설계부터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본격적인 민간 주도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차세대발사체는 대형 위성발사 및 우주탐사 등을 위해 누리호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으로 총 3차례 발사를 통해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내는 도전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한화는 1999년 과학관측로켓 3호(KSR-Ⅲ) 참여를 시작으로 26년 동안 대한민국 우주 발사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2년 발사에 성공한 한국 최초의 액체추진로켓인 KSR-Ⅲ의 김발(짐볼)엔진구동장치를 담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듬해 나로호 1단의 자세제어시스템을, 2010년부터 누리호 1, 2, 3단 전 분야 엔진 및 자세제어시스템, 엔진공급계 밸브류, 추진기관 공급계 등을 맡았고 2022년부터 누리호 체계종합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누리호 4차 발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 참석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3차 발사 이후 4차 발사까지 2년 6개월 간 공백으로 기술 인력 유지 등 산업 생태계 유지가 힘들었다”면서 “이런 어려운 점들을 항우연, 협력업체와 함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체계종합기업...항우연과 협업
손 대표는 “우주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산업적 측면에서도 많은 기관들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요한 것은 독자 발사체가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사체가 경제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에 의존해서는 절대로 우주 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고 누리호를 하고 있지만 차세대발사체나 또 다른 것을 고민하는 것도 있는 만큼 상업적 측면도 챙기면서 우리나라 독자 우주 발사 능력을 지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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