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토요타의 본거지인 일본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현대차는 27년간 축적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형 넥쏘를 공개하며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소차 기술 경쟁에서 토요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넥쏘는 1회 충전 후 1,400km를 주행해 수소차 부문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토요타의 2세대 미라이로, 2021년 1,359.9km를 기록했지만 4년 만에 판도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전기차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일본 ‘2025 모빌리티 쇼’에서 공개된 차세대 넥쏘는 5분 충전만으로 WLTP 기준 826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소 탱크 용량이 기존 6.33kg에서 6.69kg으로 확대됐고, 모터 시스템과 배터리 용량 증대로 파워트레인 성능도 대폭 향상됐다.
연료전지 스택은 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며, 실내에는 뱅앤올룹슨 오디오와 통풍 시트 등 프리미엄 사양이 적용됐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 첨단 안전·편의 기능도 탑재돼 상품성이 강화됐다.
현대차의 기술력 우위는 글로벌 점유율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9월 기준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4,994대를 판매해 점유율 55.7%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1.3% 증가한 수치다. 반면 토요타는 같은 기간 955대 판매에 그치며 점유율 10.6%로 하락했고, 판매량도 41.6% 감소했다.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수소차 영역에서는 현대차에 뒤처진 셈이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기술 우위의 상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토요타의 본거지에서 수소차 경쟁력을 입증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기술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회장의 전략에는 절묘한 타이밍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수소차 개발을 잇달아 중단했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지난 6월 승용 부문에서는 전기차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고, 혼다와 닛산도 수소 승용차 개발을 멈췄다. 이 결과 일본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9월 기준 3.4%로, 지난해 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내수 인프라 역시 160개 충전소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은 현대차에게 오히려 기회다. 일본에서 우위를 확보하면 전기차 중심의 일본 내 현대차 라인업까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일본에 넥쏘를 먼저 출시하고, 이후 유럽·북미·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자동차 전문가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일본 소비자들이 신형 넥쏘의 상품성을 인정한다면 현대차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며 “기술력 이미지 개선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봉수 기자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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