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세라크롬 베젤을 사용한 딥씨 롤렉스.
‘캐머런 유니버스’로 향하는 우리의 여정은 미국 캘리포니아 맨해튼 비치에 있는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한다.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는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이자, 기술자 그리고 탐험가이기도 한 제임스 캐머런이 1990년에 설립한 독립 제작사다. 회사 내부는 일반적인 영화 스튜디오라기보다는 박물관에 더 가까웠다. 캐머런의 사무실에 가려면 먼저 방대한 소품 컬렉션이 들어찬 격납고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곳에는 〈아바타〉 시리즈 속 파란 피부의 주인공들,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실물 크기 동상이 있었다. 그 옆으로는 ‘터미네이터’의 강철 골격과 〈에이리언〉의 유명한 빌런인 ‘퀸’ 복제품, 그리고 타이타닉호의 두 가지 모형이 있었다. 하나는 수중 장면을 촬영할 때 사용한 거대 구조물이었고, 하나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난파 잔해였다.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처럼 전설 같은 작품들을 만든 선구적인 영화감독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런 전시물들을 마주치자 그와의 만남이 더욱 기대되었다. 제임스 캐머런은 〈타이타닉〉과 〈아바타〉 1, 2편 등의 영화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75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끈질긴 이야기꾼인 그가 바다를 향해 품은 열정은 영화 〈심연〉 때 시작되었다. 캐머런은 이 작품의 많은 장면을 해체된 원자력 시설 안에 만든 750만 갤런 규모의 수조에서 수중 촬영했다. 그 열정은 이후 오스카상 11개를 수상한 〈타이타닉〉으로 이어졌으며, 오는 12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아바타: 불과 재〉에서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 드릴까요?” 캐머런이 놀랄 만큼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우리를 반기며 물었다. 자신이 젊은 시절 그린 스케치들과 포스터들이 장식되어 있는 회의실에서, 캐머런은 우리와 마주 앉아 그의 최신작과 자연, 기술, 할리우드, 또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 〈아바타〉 영화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했다. 환경보호, 기업의 탐욕, 원주민들의 무방비함을 주제로 내세웠다.
그렇지만 두 번째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열대우림과 해양 파괴로 초점을 옮겨 오염, 남획, 포경과 같은 문제들을 다뤘다. 나는 이런 환경들을 보호하는 데 아주 열정적이다. 그래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관련된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작품인〈아바타: 불과 재〉에서는 환경 문제들은 조금 뒤로 밀렸다.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염두에 둔 특정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였나?
‘상실’이라는 주제다. 상실의 의미, 그리고 상실의 결과로 일어나는 일들을 반드시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같은 대형 상업영화들이 이 주제를 다룰 때 종종 핵심을 놓친다고 생각한다. 〈아바타 2〉에서 네이티리와 제이크 설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그런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흔히 보게 되는 복수심 가득한 반응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큰 슬픔에 빠진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비탄은 사람을 마비시킬 수 있다. 〈아바타: 불과 재〉 도입부에서의 네이티리가 바로 그런 상태다. 나는 인간의 경험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파란 피부를 가진 거대한 외계인들의 이야기 속에는 가족과 상실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간이 만든, 인간을 위한 영화다.
제목의 불과 재는 무엇을 상징하나?
직접적으로는 세 번째 영화에 등장하는 한 적대적인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불’은 파괴와 증오를 상징한다. 혼란스럽고 파괴적인 힘 말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불길이 여러 집과 동네를 집어삼켰던 일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재’는 애도를 상징한다. 끝없는 순환 속에서 증오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고통을 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상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생각해보라. 이런 갈등은 양쪽이 서로를 비난하면서 계속 이어질 뿐이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영화 곳곳에서 이런 주제들이 드러난다. 〈아바타 2〉와 〈아바타 3〉은 하나의 이야기 흐름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담은 구성이다. 만약 4편과 5편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그 두 영화에서는 다른 스토리라인을 탐구하려고 한다. 나는 진심으로 그 두 편을 제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대하고 있다.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성공을 거뒀다.(편집자주 :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영화가 ‘바비하이머’라 불릴 만큼 성공을 이뤄낸 바 있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올해에는 당신의 영화가 극장가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바타〉는 언제나 시장에서 조금 두드러지는 영화였다. 〈아바타〉가 영화산업을 구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가 약간의 이익을 내고, 또 영화(cinema)가 여전히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안다.
요즘 할리우드의 상황은 어떤가?
타격을 입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부상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영화 제작자들에게 막대한 돈을 떠안기며 거부할 수 없는 조건, 더 많은 예산, 그리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과 같은 고품질을 약속하며 유혹했다. 구속이나 상영 시간 제약, 검열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예산이 5년 전의 절반, 심지어는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파업으로 인해 자금 감소 추세도 더욱 악화되었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건가?
파업을 한 시기가 아주 안 좋았다. 시나리오 작가들과 배우들은 어느 정도 소득이 있었지만, 많은 스태프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에 더해, 이제 화려한 시각 효과에 많이 의존하는 영화들은 제작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인데, 이 비용은 사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각 효과들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생성형 AI를 사용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다. 적어도 최종 이미지를 AI로 만들 생각은 없다. 러다이트가 되어 기술에 반발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으므로 결국에는 통합하여 사용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의 판단에 의지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좋다. 마침 요즘 내가 시각 효과를 만드는 데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을지, 만약 실제로 쓸 수 있다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고민 중이다. 〈아바타〉의 이미지들에는 이런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생성형 AI의 전신 격인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군중 장면을 만들어내고, 배우들의 신체적 외형을 바탕으로 캐릭터 모델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생성해왔음에도 그렇다.
배우들을 기술로 대체하지 않고 말인가?
전혀 대체하지 않았다. 우리는 배우들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결코 배우들에게 강요를 하거나, 가짜 감정을 억지로 이끌어내지 않는다. 더 감정적인 장면을 찍고 싶을 때에는 그저 배우에게 요청할 뿐이다. 그 과정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걸려 그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오늘날의 AI를 〈터미네이터 2〉의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와 혼동하지는 말자.(편집자주 : 인공일반지능은 모든 면에서 인간을 훨씬 앞설 것으로 본다.) 그건 정말 위험하다. 다행히도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는 않았다.
우려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할 수 없다. 내 모든 영화는 궁극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망했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영리하고 강하며, 〈에이리언〉이나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모녀 사이의 유대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사랑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메시지 역시 전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미래를 바라보는 공상과학의 열렬한 팬이었다. 때때로 공상과학은 미래를 예측하려다 처참히 실패한다. 또 때로는 미래를 정확하게 맞힌다. 공상과학의 주된 역할은 그런 예측을 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상황이 나빠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만약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공상과학은 언제나 어두운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멋진 것들이 멋져 보이는 책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드라마를 위해서는 갈등이 필요하니 말이다.
영화계에서의 성공 덕분에 더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었나?
역대 최고 흥행작이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타이타닉〉 덕분에 나는 내가 예전에 외면했던 또 다른 길, 즉 과학, 탐험, 기술의 길을 좇기로 결심했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할리우드를 등지고 바다 깊은 곳을 탐험하는 데 전념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7년을 그렇게 했다. 그리고 2005년이 되어 나의 인생을 한동안 장악한 〈아바타〉라는 모험을 시작했다.
다이빙이 그리운가?
프리다이빙 하는 걸 정말 좋아했다. 수심 40m까지도 잠수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깊이까지 내려갈 수 없다. 압력을 상쇄하며 조절할 수 있어 더 깊은 곳까지도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은 여전히 즐겨 한다. 잠수함은 또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잠수함을 탄다는 건 자신의 목숨을 기술에 내맡기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학과 물리학을 이해해야만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역대 세 번째로 마리아나 해구의 가장 깊은 곳인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까지 내려갔다. 나보다 앞서 1960년에 그곳에 도달했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내 소중한 친구인 돈 월시(Don Walsh)다.
그 깊이까지 도달하려면 장비를 잘 갖춰야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부터 내 손목까지 갖췄다고 할 수 있다.(웃음) 믿을 수 있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었으니 말이다. 롤렉스가 2012년 내 탐사를 지원한 이후 우린 13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롤렉스는 나를 위해 아예 기초 단계부터 새롭게 설계한 특별한 시계를 만들었다. 나는 그 시계를 차고 세계의 바다들 중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 왔다. 그 시계는 (마리아나 해구에서) 1만6500psi의 압력(대기압의 1120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뎠다. 나의 단독 잠수를 기념하는 아주 크고 탄탄한 시계다. 지금 내가 차고 있는 것보다도 더 크다. 그 시계의 다이얼은 파란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햇빛에서 어둠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녹색 글자들은 그때 내가 탔던 잠수정의 색상과 맞춘 것이다. 딥씨(Deepsea)의 스페셜 에디션이다.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