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부터 셀린느까지! 데뷔 쇼에 오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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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부터 셀린느까지! 데뷔 쇼에 오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더 네이버 2025-11-25 15:57:12 신고

올해 초부터 패션 하우스들이 매달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부임과 퇴임 소식을 공개하며 패션계는 거대한 지각변동에 돌입했다. 샤넬, 디올, 구찌 같은 메가 하우스 역시 구조를 재정비하는 흐름 속에 전례 없는 대이동을 겪었다. 어느덧 12월, 대부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데뷔 컬렉션을 마치며, 드디어 평화가 찾아오는 듯하다. 세어보니 2026 S/S 시즌 데뷔 쇼만 무려 13명.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와 도나텔라 베르사체처럼 하우스의 상징에 가까웠던 이들까지 자리에서 물러나며 패션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단순한 리더가 아니다. 시즌 기획부터 쇼 구성, 캠페인까지 브랜드의 세계관을 총괄하는 자리. 따라서 이동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존의 정체성이 흔들릴지, 혹은 디자이너가 새 환경에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감정을 안고 바라본 2026 S/S 시즌은 유난히 드라마틱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오랜 시간 발렌시아가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며 패션 신에 거대한 변동을 일으킨 뎀나의 구찌. 그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전통적인 런웨이 대신 단편영화 〈더 타이거〉를 공개하며 첫 컬렉션 ‘라 파밀리아(La Famiglia)’를 선보였다. 인카차타(분노한 여자), 프리마돈나, 라 V.I.C 등 다양한 페르소나를 액자 속 초상처럼 구성한 포트레이트 형식의 컬렉션 룩에는, 메종의 헤리티지를 녹여 새로운 비율로 재해석한 뱀부 1947 백과 홀스빗 로퍼, GG 모노그램이 함께했다. ‘너무 뎀나스러울까’ 걱정한 이들조차 안도할 만한, 균형 잡힌 컬렉션이었다. 내년 2월 정식 런웨이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이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질샌더 본사에서 쇼를 펼치며 본연의 미니멀리즘으로 돌아간 시모네 벨로티의 질 샌더, 아카이브 속 프린트 셔츠, 데님, 가죽을 컬러풀하게 재구성해 베르사체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다리오 비탈레 등 밀라노에서의 데뷔 쇼가 이어지던 때 보테가 베네타는 패션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의 쇼를 공개했다. 까르뱅 시절부터 이어온 그녀의 유려하고 세련된 룩을 워낙 좋아한 터라 기대감이 부풀었다.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는 인트레치아토입니다.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 남성과 여성, 개별적인 조각과 이야기가 서로 얽혀 더 강한 하나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보테가 베네타입니다.” 그녀의 말 그대로, 인트레치아토는 컬렉션 전반에서 섬세하게 확장되었다. 남성복 테일러링의 구조 속에서 우아함을 드러내고, 공기층을 가볍게 가로지르며 넘치는 생동감의 페더 아이템과 미니멀한 셔츠가 만들어낸 밸런스가 인상적이었다. 스티브 맥퀸이 1966년 니나 시몬과 1976년 데이비드 보위 노래를 교차해 만든 사운드트랙은 말 그대로 ‘청각적  인트레치아토’를 구현했다. 음악까지 직조해낸 경이로운 순간. 


아름다웠던 밀라노를 뒤로하고 모두가 기다려온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을 만날 시간이었다. 이미 성공적인 맨즈 컬렉션을 치른 터라, 얼마나 아름다운 룩이 펼쳐질지 설레는 마음만 가득했다. 쇼 시작 전, 역삼각형 스크린에서 재생한 다큐멘터리는 무슈 디올, 존 갈리아노,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등 하우스를 이끈 이들의 모습이 등장하며 메종의 유산을 되짚었다. 전통을 모두 흡수한 뒤 새 장을 열겠다는 의지일까. 영상이 끝나고 가장 먼저 등장한 건 리본 디테일과 벨 실루엣이 어우러진 드레이퍼리 드레스. 뒤이어 축소된 바 슈트, 수국 디테일의 드레스, 미니스커트를 연이어 선보여 로맨틱한 뉴 디올을 제시했다. 조나단이 떠난 로에베는 프로엔자 스쿨러의 듀오 잭 매콜로&라자로 에르난데스가 이어받았다. 스포츠웨어의 전형적인 요소들에서 영감 받아 완성한 컬렉션은 원초적 색채를 살린 가죽 제품으로 직관적이고 경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발렌티노를 떠난 뒤 행방이 묘연했던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발렌시아가로 향했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은 가죽 재킷, 치노 팬츠, 티셔츠 같은 베이식 아이템에 고유의 건축적 실루엣과 도전적인 볼륨을 적용해 시선을 모았다. OTB 그룹 내 디젤의 리브랜딩을 성공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은 글렌 마틴스는 존 갈리아노의 뒤를 이어 메종 마르지엘라에 합류했다. 이번 쇼에서는 7세부터 15세 사이 어린 연주자로 구성한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과감한 컷아웃 턱시도 베스트, 데님 테일러링, 실제 꽃을 스캔한 플라워 프린트의 드레이퍼리 드레스를 선보였다. 그 외에도 드라마틱한 실루엣으로 은근한 관능미를 보여준 뮈글러, 오랜 시간 공석이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꿰찬 패션계 악동, 듀란 랜팅크가 선보인 실험적이고 괴짜스러운(?) 장 폴 고티에 컬렉션, 그리고 지난 7월 데뷔 쇼를 치른 마이클 라이더가 스카프와 미니드레스 룩으로 여름의 순간을 보여준 셀린느까지. 파리 패션위크 역시 데뷔 쇼의 향연이었다. 그리고 올해의 거대한 흐름을 총괄이라도 하는 듯 샤넬이 웅장한 드라마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샤넬은 전율이 돌 만큼 압도적인 우주를 구현한 세트로 그 서막을 열었다.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이라는 유서 깊은 하우스를 어떻게 섬세하게 받아들였는지,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됐다. ‘샤넬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가브리엘 샤넬의 발자취를 되짚은 컬렉션은 남성복의 전통인 셔츠와 팬츠로 시작되었다. 샤넬의 연인 보이 카펠에게 빌려 입은 복장을 재해석하기 위해 마티유는 프랑스의 셔츠 메이커 샤르베(Charvet)와 협업을 시도했다. 체인으로 무게를 더하고, 박시한 남성복 비율에서 출발한 실루엣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올이 풀린 트위드와 구겨진 까멜리아 디테일 등 하우스의 상징 역시 놓치지 않았다. 이 기사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CD 부임 소식이 연신 이어졌다. 디올을 떠난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펜디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고, 37년간 에르메스 남성복을 책임지던 베로니크 니샤니앙의 자리는 젊은 피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가 채웠다. 루이 비통, 지방시, 발렌시아가 등 20여 년간 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안토닌 트론은 발망에 합류했다. 아카이브에서 출발한 이들은 이제 새롭게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쌓아 올릴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는 아직 서막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더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구축해나갈지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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