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문 샹들리에’ 아래 선 엔초 카텔라니
서울 신사동 더쇼룸에서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카텔라니&스미스의 국내 첫 전시 <빛을 조각하는 시간>이 11월 7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1989년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 인근에 설립된 이 브랜드의 역사는 흥미롭다. 조명 상점을 운영하던 엔초 카텔라니(Enzo Catellani)는 독학으로 조명을 설계했고, ‘투르치우(Turciù)’ 시리즈의 프로토타입이 독일 바이어의 눈에 띄어 1989년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박람회에서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그리하여 같은 해 카텔라니&스미스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스미스’는 카텔라니의 경주마였던 로건 스미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후 “빛은 직접적이거나 눈부셔서는 안 된다”는 철학 아래 수작업으로 조명을 제작해온 카텔라니&스미스는 주위 환경과 어우러지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제품들로 사랑받았고, 대표 작품 ‘필 데 페르(Fil de Fer)’가 2010 상하이 엑스포 이탈리아관에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창립자 엔초 카텔라니를 만났다. ‘빛의 시인’이라는 별명에서 예상한 모습과 달리 장난스러운 미소를 간직한 그의 눈빛은 아이의 눈처럼 반짝였다.
1 크리스마스 시즌과 어울리는 ‘포타!’ 조명. 2 벽에 드라마틱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섀도우’.
한국에서의 첫 전시다. 이번 전시는 어떻게 열게 되었나? 작년 더쇼룸의 정선경 대표와 비즈니스 미팅으로 이탈리아에서 만났다. 한국에 우리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방식을 고민하다 서울에서 전시를 열자는 의견을 모았다. 직접 와서 전시장을 확인하니 원하는 방향대로 설치되어 만족스럽다.
1980년대 조명 상점을 운영하다 직접 조명을 디자인하고 브랜드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고. 어떻게 조명의 세계에 입문했나? 솔직히 말하면 왜 조명 가게를 매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웃음). 당시 판매가 저조해 가게가 망할 지경이었다. 사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조명을 설계하는 메커니즘에 관심을 두었다. 그렇게 혼자 조명을 연구한 끝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본 독일의 바이어가 연락해왔고 1,400개를 주문했다.
처음 주문을 받았을 때 생산 설비 공정조차 몰랐다고 들었다. 어떻게 주문량을 소화했나? 혼자서 손으로 만들어본 제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다. 8월에 주문을 받았는데 납품 기한이 11월이었다. 처음에는 3개월 동안 혼자서 열심히 제작했고, 마지막 한 달은 친구를 두 명 섭외해 밤낮으로 조립했다. 돌아보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웃음).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니 무작정 밤을 새우며 손으로 만들었다.
‘카텔라니&스미스’의 스미스는 당시 키우던 말 로건 스미스라 들었다. 말과의 사이가 각별했나 보다. 로건 스미스를 들인 것도 우연이었다. 30대 중반쯤 승마를 좋아하는 친구가 같이 말을 구매하자고 제안했다. 좋은 혈통의 말이 발목을 삐어 승마를 할 수 없게 되자 괜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다는 것이다. 그 말이 로건 스미스였다. 승마장을 복원한 영국 건축가의 이름을 땄다고 하더라. 10년간 로건 스미스와 함께하며 정서적 애착을 쌓았다. 승마를 잘 못하던 초반에는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어가고, 이윽고 달리고 싶을 때면 내 생각을 읽었는지 녀석도 빠르게 달렸다. 창업 당시 다른 브랜드를 살펴보니 파트너의 이름을 함께 기재하더라. 동업자가 없었기에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스미스의 이름을 붙였다. 역설적으로 브랜드의 양면을 보여주는 이름이기도 하고.
가장 안쪽의 메인 전시실에서는 빛이 투과된 색 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다.
‘빛의 시인’이라는 별명처럼 당신이 디자인한 조명의 빛과 그림자에는 시적인 아름다움이 깃든다. 조명을 디자인할 때 어떤 지점에서 출발하나? ‘나는 누굴까?’, ‘나의 설계는 어디서 시작할까?’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디자이너도, 건축가도, 엔지니어도 아니고, 다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처음 조명을 만들 때 기존 조명을 많이 구매한 뒤 해체하며 연구했다. 나의 강점은 비율을 감각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손으로 만져보고 본능적으로 비율과 크기를 결정한다. 특정 요소에 영감을 얻기보다는 직접 형태를 잡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품이 완성되곤 한다.
이전 작품의 경우 철제 본연의 색이 드러났지만 최근 조명들은 비비드한 색감이 눈에 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가 궁금하다. 많은 예술가나 디자이너가 공감할 텐데,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이전에는 소재 본연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노출했다면, 팬데믹 시기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가볍고 즐거운 요소를 더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비드한 컬러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인도 여행 중 발견한 조약돌에서 착안한 ‘애트만(Atman)’, 일본 여행에서 만난 형태를 도입한 ‘엔소(Enso)’ 등 여행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이번 한국 여정에서도 디자인의 씨앗을 발견했는지? 물론이다. 여러 곳을 방문하며 전통적인 섬세함과 한국인의 수준 높은 취향을 느꼈다. 그리고 작은 요소에서 드러나는 디테일이 놀라웠다. 화분에 꽂힌 꽃이라든지 선물 포장, 한국 음식의 담음새에서 디자인 감각과 애정을 확인했다.
별의 이름을 따서 붙인 ‘벨라트릭스’.
거주하는 집의 인테리어가 궁금하다. 그곳에는 어떤 조명을 두었나? 집은 굉장히 모던하고 미니멀하다.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인테리어했는데, 아시아 건물로 보일 정도로 여백이 많다. 또 애착이 큰 조명인 애트만, 엔소는 물론 프로토타입을 여럿 두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조명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디자인을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1962년 출시된 타치아(Taccia) 조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간접 반사광을 이용하는 방식은 나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사방이 전구로 반짝이는 연말이 다가왔다. 카텔라니&스미스의 조명 중 12월과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한다면? 홀리데이 조명으로는 쇼윈도에 전시된 포타!(Pòta!)를 제안한다. 이 조명은 케이블 없이 금속 구조로 연결된다. 크리스마스는 마법 같은 시즌 아닌가. 그래서 마술 같은 형태의 제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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