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클래식 칼럼니스트 유윤종 작가가 ‘클래식의 비밀’을 해독하는 강연으로 이목을 끌었다. 22일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 북콘서트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에서 그는 서양 음악사에 축적된 오해와 잊힌 흔적, 그리고 작품 간의 계보적 연결성을 차분한 어조로 풀어냈다.
첫 주제는 선율의 기원이었다. 유 작가는 스메타나 〈블타바〉부터 이스라엘 국가 〈하크티바〉, 서유석의 〈비야 비야〉, ABC 송까지 서로 다른 문화권의 곡들이 ‘라 만토바나’라는 17세기 유럽의 하나의 선율과 맞닿아 있음을 설명하며 “모차르트 변주곡과 ABC송의 유사성에서 출발한 개인적 의문이 결국 선율의 계보학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잊혀졌던 악보가 복원되며 음악사적 관계가 새롭게 조명된 사례도 소개됐다.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의 재발견 과정을 언급한 그는 “20세기 초 교령회의 메시지를 계기로 실재 악보가 드러났고, 그 배경에는 슈만·클라라·브람스의 복잡한 인간관계가 겹쳐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오해를 바로잡는 대목도 있었다. 유 작가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는 실존과 거리가 먼 인물”이라며 “모차르트 사후 그의 아들을 작곡가로 길러냈고, 콘스탄체도 재혼 후 모차르테움 설립 등 남편의 음악적 유산을 공고히 한 핵심 인물이었다”고 강조했다.
작품 해석에서도 그는 단순한 ‘음악 분석’ 이상의 층위를 짚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에 대해 “하행 선율은 그의 전작들에서 지속된 슬픔의 동기이며, 바로크 ‘슬픔의 베이스’와 러시아 정교회 진혼 성가 등 죽음의 상징이 구조적으로 배치된 작품”이라고 말하며, 1970년대 이후 제기된 자살설 또한 “음악 읽기의 하나의 관점”으로 소개했다.
유 작가는 자신이 독문학을 공부하던 시절, “제3국인의 시선이 오히려 새로운 해석을 낳는다”는 스승의 말을 인용하며 “그 시각이 지금의 글쓰기와 분석의 근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임사체험의 기록으로 읽는 것처럼, 앞으로도 독자적인 해석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는 관객과의 문답이 이어졌다. 클래식이 어렵다는 질문에는 “지식이 선행하지 않아도 감각적 환희는 존재한다”며 “다만 구조를 이해할수록 더 넓은 음악의 층위가 열린다”고 조언했다.
이번 북콘서트는 선율의 기원, 음악가의 삶, 작품에 얽힌 역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클래식 감상의 폭을 넓히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유윤종 작가는 “클래식은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에 따라 확장되는 개념”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음악사 속 숨은 결을 대중과 나누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이호철북콘서트홀은 소설가 故이호철의 문학적 유산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소규모 문화공간이다. 북콘서트·강연·낭독회부터 클래식·재즈 공연까지 지역 일상과 예술을 잇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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