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시사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실용외교'를 통해 신중하고 균형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중일 관계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에 대한 질문에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무력행사를 감행한다면 이를 존립위기 사태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한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은 단순한 외교적 항의를 넘어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 권고와 영화 상영 연기에 이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한 지 2주 만에 중단을 통보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일 갈등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광 시장에선 중국 여행객이 일본 대신 한국을 찾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고, 최근 중국은 이례적으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독도 관련 관영 매체 질의에 "최근 일본의 많은 악성 언행은 주변 국가의 경계와 불만, 항의를 유발하고 있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독도와 관련해 말을 아껴왔던 태도와 대비된다.
다만 중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동북아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은 한국에도 중장기적으로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문기 세종대 국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문제 같은 한중간, 한일간 다른 이슈가 묻히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관광업계 등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갈등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만약 실제 대만 문제 등이 발생해 일본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면 한국에도 어떤 식으로든 선택의 압력이 몰려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로 위험해지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중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일본이 연내 개최를 추진해온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동안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중일 갈등 여파로 오는 24일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는 취소됐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로서는 한 쪽에 편향되지 않는 실용외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원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일본이 물러서지 않는 한 중국은 압박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리는 실용적으로 가야 한다. 일방 입장에 설 필요가 없고 서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황 원장은 "국익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를 가져가야 한다. 한일 관계는 한일 관계대로, 한중 관계는 한중 관계대로 잘 대응하는 것이 실용"이라며 "한미일 협력을 잘 유지 관리하되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일본이 중국의 조치를 견디며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한국 정부는 압박이 왔을 때는 원칙과 기조를 갖고 대응하고 그 외에는 일관성을 가지고 실용외교를 잘 진행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문기 교수는 "중국은 대만에 대해선 너무도 분명하다. 한국이 중재할 만한 역할은 쉽지 않다"라며 "단기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진정되기를 기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