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봉합 돕는 로봇 내시경…'피지컬 AI' 수술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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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봉합 돕는 로봇 내시경…'피지컬 AI' 수술 시대 연다

모두서치 2025-11-23 08:08: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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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건강검진에서 위선종이 의심된 60대 A씨. 조직검사 결과 '조기 위암 가능성이 높은 병변'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 병변이 점막하층에 국한돼 위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 대신 내시경 점막하절제술(ESD)로 제거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병변 위치가 위 상부 굴곡 부위에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렵고, 숙련된 의사에게도 난이도가 높은 부위였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찾은 A씨는 이 병원 소화기내과와 스타트업 엔도로보틱스가 함께 개발한 '로봇 내시경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술은 기존 진단용 내시경 끝에 초소형 로봇팔을 부착해 병변을 잡아당기고, 시야를 열어주며, 절제 방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 방식이다.

시술 당일 내시경이 병변에 도달하자 로봇팔이 펼쳐졌다. 로봇팔이 병변 주변 점막을 들어 올리자 절제할 층이 또렷이 보였고, 시술 의사는 보다 짧은 시간 안에 종양을 절제하는 데 성공했다. 출혈과 천공 같은 합병증 없이 시술은 마무리됐고, A씨는 다음 날부터 미음 식이를 시작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위·대장 내시경 화면 속에 보이는 종양을 표시해 주던 인공지능(AI)이 이제는 실제로 몸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시경 끝에 달린 초소형 로봇팔이 병변을 들어 올리고, 절제와 봉합까지 도와주는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흐름이다. 소프트웨어 속에서만 작동하던 AI가 로봇이라는 몸체를 얻어 환자 몸속에서 일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 변화를 가장 앞에서 끌고 가는 인물 중에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최혁순 교수가 있다. 그는 치료 내시경 로봇을 기획·연구하는 임상의사이자, 관련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로서 기술을 실제 시술실까지 옮겨왔다. 연구 성과를 논문에만 남기지 않고, 실제 환자 진료에 활용되도록 이어온 것이다.

김상현·최혁순·금보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기존 내시경에 탈부착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팔을 개발해 위·대장 내시경 점막하절제술에 적용하는 새로운 치료 내시경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장치는 엔도로보틱스의 '로보페라 트랙클로저'(ROBOPERA-TraCloser)로, 내시경 끝에서 병변을 잡아당기고 시야를 열어주는 동시에, 절제 후에는 봉합까지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 그리퍼다. 기존 클립·올가미 기구를 이용한 수동 견인보다 시야 확보가 용이해 시술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박리 평면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교수는 "로봇팔이 시야 확보와 조직 견인을 맡아주면, 시술자는 종양과 박리 평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특히 각도가 안 나오는 위치에서 난이도를 크게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보조 장치를 쓴 ESD가 기존 방식보다 절제 속도를 높이고 시술 시간을 줄이면서, 합병증 위험은 높이지 않는 방향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엔도로보틱스는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진의 기술을 기반으로 상용 내시경과 호환되는 내시경 수술 로봇 및 보조 기구를 개발·사업화하고 있는 국내 로봇 메디컬 스타트업이다. 기존 내시경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초소형 로봇팔·봉합 장치·자동 삽입 장치 등을 더해 치료 내시경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내시경 수술로봇 '로보페라'는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로봇 제어 수술시스템에 부여되는 의료기기 허가코드를 국내 기업 최초로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최혁순 교수는 내시경 로봇을 'AI의 판단을 실제 환자 몸속에서 구현하는 피지컬 AI의 대표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의료 AI가 영상에서 병변을 찾아내고 위험도를 예측해주는 ‘두뇌’ 역할이었다면, 로봇 내시경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절제·봉합을 수행하는 손과 팔에 해당한다"며 "두 기술이 결합하면 고난도 시술의 표준화와 지역·병원 간 의료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와 엔도로보틱스 연구팀은 내시경 영상 AI와 로봇 시스템을 연동해 ▲병변의 경계와 절제 범위를 실시간 제안하고 ▲시술 중 출혈·천공 위험을 조기에 경고하며 ▲시술 로그(log)를 기반으로 자동 피드백·교육 콘텐츠를 생성하는 방향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최 교수는 "향후에는 환자 개개인의 해부학적 특성과 병변 위치를 반영해 '어디를 먼저 잡아당기고, 어느 방향으로 절제할지'를 추천하는 지능형 피지컬 AI 내시경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로봇 내시경과 같은 피지컬 AI 기술이 상용화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환자 입장에서는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 대신 내시경을 통한 최소침습 치료로 흉터와 입원 기간, 합병증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시술 의사는 로봇이 시야 확보·견인·도구 삽입 등을 도와줘 난이도가 높은 시술을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장시간 내시경 조작에 따른 피로도도 감소한다.

최혁순 교수는 "ESD처럼 까다로운 시술은 숙련된 소수 전문가에게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피지컬 AI 내시경은 사람 손의 한계를 보완해 더 많은 환자에게 같은 수준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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