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유지해 온 AI 반도체 수출 통제 기조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워싱턴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될 전망이다.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최근 며칠간 H200의 중국 수출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논의가 실제 승인 조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관계자들은 “초기 검토 단계”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H200은 2023년 출시된 엔비디아의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 GPU로, 동 세대 최고 성능급 제품으로 평가된다. 최신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의 B200보다는 성능이 낮지만, 미국이 이미 수출을 허용한 저사양 모델 H20보다는 월등한 사양을 갖춘 것으로 전해져 있다. 업계가 중국 수출용으로 예상했던 차세대 저사양 모델 ‘B30’은 이번 내부 논의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검토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동 국가들(사우디·UAE)에 최신 AI 칩 수출을 허용하는 등 기존 강경 기조에서 일부 조정 움직임을 보인 상황과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중국 문제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만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해 고성능 칩에 대한 통제 의지를 재확인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블랙웰 세대 칩이 최첨단이 아니게 될 1~2년 후에는 수출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지속적인 로비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9일 실적 발표 직후 “현재 중국 시장 매출은 사실상 ‘제로’”라며 수출 통제가 자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시장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잇따른 부침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전격 금지했다가 약 3개월 만에 제한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정부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엔비디아 칩 도입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수요가 소멸한 상태다. GPU 밀수 의혹이 다시 제기되는 등 시장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도입돼 중국의 군사적 AI 활용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강화됐다. 이번 H200 수출 검토가 현실화될 경우 대중 AI칩 통제 정책이 재조정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워싱턴 내 대중 강경파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편, 이날 관련 보도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2% 이상 상승해 한때 184.56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백악관·상무부·엔비디아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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