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153 성심당이 '153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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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153 성심당이 '153들'에게

연합뉴스 2025-11-22 07:07: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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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대전의 새 아이콘 성심당(聖心堂)'

요즘 최고로 핫한 빵지순례(유명 빵집 찾아다니기) 성지가 됐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153 성심당의 상징 스폿인 케이크 부띠끄 본점이 있는 곳은 '성심당길'로 불린다.

긴 줄이 늘어선 성심당 긴 줄이 늘어선 성심당

(대전=연합뉴스)

북한 함경도 태생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창업주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남 거제도에 피난내려와 살다가 대전에 정착해 빵을 팔았다. 그러다가 '은행동 153'으로 본점을 옮겨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노포 찐빵집에서 어엿한 제과점으로 변신한 자리인 은행동 153번지는 이런 이유로 성심당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말해주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잡았다.

당시 본점을 옮길 때 인근 성당의 종소리가 잘 들리는 곳으로 새 터전을 잡다보니 153 번지였다는 것이다. 상업적 입지뿐만 아니라 신앙적 의미를 고려한 셈이다.

성심당은 이런 신앙적 동기를 바탕으로 세운 경영 철학 '정직·사랑·나눔'을 지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성심당 빵을 사기 위해 대전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가하면 한산하기 그지없던 구도심 거리를 북적이게 만들었다.

과학기술 메카인 대덕연구단지나 카이스트(KAIST)를 비롯해 대전을 떠올리게 하는 명소가 여럿 있지만, 최근에는 성심당이 대전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떠올라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핵융합에너지 연구현장(KSTAR) 방문 이재명 대통령, 핵융합에너지 연구현장(KSTAR) 방문

(서울=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7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을 방문해 세계 최초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시설 설명을 듣고 있다. 2025.11.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지자체들이 모두 주목할만 하지만 성심당의 상징 숫자인 153과 같은 수의 재정자립 취약 지자체가 '성심당 현상'에 좀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4년 발표된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 통계를 보면, 재정자립도 20% 미만이 153개로 전체 243개의 65%에 달한다. 20% 미만이라는 것은 국고보조금 등 외부 지원 없이는 지역 특색의 발전계획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심당은 충실한 기본 지키기로 덕을 본 빵집이다. 매일 팔고 남은 빵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나눠주기 위해 더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실천하다 보니 '신선한 빵만 파는 집'으로 인식되는 가장 큰 경쟁력을 얻었다.

대전역 성심당 빵집 대전역 성심당 빵집

(대전=연합뉴스)

또한 대전 이외 지역에 분점이나 가맹점을 두지 않는다. 한때 무분별한 가맹점 확장으로 쓴맛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역 가치에 대한 확신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점도 신도심이 아닌 구도심을 고수한다.

그러다 보니 성심당 빵은 대전에 가야 구입할 수 있는 빵이 됐고, 내리막을 달리던 구도심 상권을 살리는데도 1등 공신이 돼 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대전시는 미래전략에 '성심당 거리 조성'을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매출과 수익의 급성장 속에서 후생복지도 탄탄해 직원 이직률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청년 창업 등 사회 공헌 프로젝트 추진으로 기업의 가치 경영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 유치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토 기업' 성심당이 지역 가치와 비전을 꽃피울 때 얼마나 지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 균형발전을 모토로 지방자치제를 도입한지 35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지방선거 때마다 현란한 구호와 공약만 난무하곤 했다.

내년 6·3지방선거를 6개월가량 남겨두고도 전국에서 예비 후보자들의 신경전과 눈치싸움, 상호 비방이 빈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심지어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 토론이나 정책 대결보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치적 진영 논리를 앞세운 물밑 경쟁에 나서며 벌써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저성장 고착화 조짐, 대외경제 환경 급변 속에서 지역민의 살림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애써 발전 방안을 찾아나서도 모자랄 판이다.

신앙심이나 애향심은 아니더라도 공복이 되려는 이들도 '153 성심당'이 발신하는 메시지를 깊이 새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말이나 휴일에 성심당 본점을 직접 방문하려면, 입장해서 빵을 살 수 있을 때까지 너무 긴 대기시간을 참고 견뎌낼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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