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갑게 불기 시작하면 제주에서 갓 도착한 감귤이 과일 판매대를 빠르게 채운다. 껍질을 손끝으로 눌렀을 때 부드럽게 들어가는 느낌과 손에 남는 향 덕분에 이 시기에는 감귤을 찾는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그런데 올해 시장과 마트에서는 노란빛 과육이 꽉 찬 감귤 사이로 초록빛 껍질이 유난히 자주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색이 선명하고, 손에 쥐었을 때도 녹색이 진하다. 예전부터 귤은 노랗게 물들어야 먹기 좋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덜 익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껍질을 벗겨 한 조각 맛보면 예상보다 단맛이 먼저 느껴져 의문이 생긴다. 초록빛 감귤은 외형만 다를 뿐, 내부는 충분히 성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육의 당도가 기준을 넘긴 이후에도 껍질 색이 더디게 변하는 현상은 제주에서 약 5~6년째 이어지고 있다.
껍질만 늦게 물드는 이유… '기준'까지 바뀌게 만든 변화
감귤은 햇볕을 충분히 받을수록 잘 자라지만, 껍질 색이 노랗게 변하는 과정은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밤 기온이 뚝 떨어져야 껍질 속 엽록소가 줄어들며 색이 서서히 올라온다. 과거에는 가을 밤공기가 빠르게 식어 착색이 자연스럽게 진행됐지만, 제주에서는 밤 기온이 25℃ 안팎에서 오래 유지되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과육은 제대로 익었는데도 껍질만 초록빛이 남는 경우가 늘었다.
이 변화는 산지 기준도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껍질이 절반 이상 노랗게 변해야 출하했지만, 이제는 겉 색만으로 성숙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대신 당도를 기준으로 삼아 8.5브릭스 이상이면 출하할 수 있다. 즉, 껍질이 녹색이어도 과육이 기준을 충족하면 판매할 수 있다.
'초록빛 감귤', 먹어도 괜찮을까
초록빛이 남은 감귤은 외형 때문에 배탈이나 속 불편함을 떠올릴 수 있다. 색만 보면 덜 익은 과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 과육은 이미 충분히 익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산지에서도 이 부분을 우선 확인한다.
출하 전 당도가 8.5브릭스를 넘으면 수분과 단맛이 안정된 상태라 보관 중 쉽게 상하지 않는다. 껍질이 녹색이라는 이유로 상할 위험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영양 구성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 일반 감귤과 마찬가지로 비타민 C 함량이 높고, 속껍질에는 식이섬유의 한 종류인 펙틴이 들어 있다. 펙틴은 장 움직임을 돕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좋다.
제철 '초록빛 감귤', 이렇게 고르면 실패 없다
초록빛 감귤은 ‘풋귤’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조생 귤·극조생 귤 등 여러 품종이 10~11월 사이 초록빛으로 출하된다. 구매할 때는 색보다 표면 상태, 탄력, 꼭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껍질이 지나치게 건조하면 수분 손실로 맛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표면이 과하게 반들거리면 덜 익은 경우도 있다. 그리고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탄력이 잘 돌아오고, 꼭지 부분이 자연스럽게 말라 있으면 신선한 상태다. 특히 상처가 깊게 난 과일은 보관 중 변색이 빠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초록빛 감귤'로 즐기는 집 요리
초록빛 감귤은 산미가 선명해 조리했을 때 풍미가 살아난다. 과육을 으깨거나 즙을 짜면 향이 빠르게 퍼지고, 껍질 겉면을 갈아 넣으면 향이 오래 남는다.
부드러운 과육과 상큼한 향을 한 번에 느끼고 싶다면 에이드로 먹는 것이 좋다. 초록빛 감귤 3개를 깨끗이 씻어 반으로 자른 뒤 숟가락으로 과육을 으깨면 즙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여기에 꿀 1스푼을 넣어 섞으면 단맛과 산미 균형이 잡힌 기본 베이스가 완성된다. 잔에 얼음을 채우고 이 베이스를 붓고 탄산수를 부어 잘 섞어준다. 섞이는 과정에서 감귤 향이 자연스럽게 퍼져 한층 산뜻해진다.
샐러드나 구이 요리에 곁들이고 싶다면 드레싱이 좋다. 감귤 2개의 즙을 짜서 작은 볼에 담고 올리브오일 2스푼, 꿀 1스푼, 소금 0.5스푼을 넣은 뒤 젓가락으로 빠르게 저어준다. 이렇게 섞어주면 상큼한 드레싱이 완성된다. 산미가 깔끔하게 마무리돼 입안이 개운하고, 기름진 요리나 담백한 재료 모두와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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