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연기를 시작 하면서 첫 번째 꿈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년 '아내가 결혼했다'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17년 만에 '청룡'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배우 손예진이 이렇게 말했다.
손예진 뿐만 아니다. 대부분 배우들이 '청룡' 트로피를 꿈꾼다. 그만큼 국내에서 손꼽히는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이다. 그런데 이틀 전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은 어땠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상황이 여럿 벌어졌다. 시상식이 끝난 뒤 '올해 가장 좋았던 작품'과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아니라 손예진과 현빈의 쌍방 애정 표현만 기억에 남았다.
톱스타 부부 현빈과 손예진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의 집안에 경사가 난 셈이다. 그러나 '과연 상을 받을 만 했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본지 기자도 마찬가지다. "이게 맞나" 싶었다. 정작 수상자인 손예진도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어쩔수가 없다' 손예진, '검은수녀들' 송혜교, '하이파이브' 이재인, '파과' 이혜영, '악마가 이사왔다' 임윤아가 올랐다. 작품 안에서의 열연을 따지면 비등비등 했다. 이들 중 '연기' 못 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시상식 전, 60대 나이에 '킬러'로서 액션 열연을 펼친 이혜영의 수상이 유력해 보였다.
손예진의 연기력엔 이견이 없다. 20대에 이미 여우주연상을 수상 하고, 그 뒤에도 다수의 작품으로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7년 만에 복귀한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는 결혼 이후 한층 더 성숙하고 절제된 연기로 '미리' 캐릭터를 소화하며 주연 배우 이병헌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손예진의 비중이다. 애초 작품 출연을 고민할 만큼 '어쩔수가없다'에서의 손예진 역할은 크지 않았다. 극 중 주인공 '만수'의 아내로, 이병헌과 가까이서 호흡할 뿐이지 명백한 조연급 분량이었다. 손예진이 숙련된 연기력을 과시해 주연만큼 빛났지만, '청룡'이 트로피를 안겨줄만 했나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남우주연상도 박빙이었다. 애초 이병헌과 박정민이 유력해 보였다. 이병헌은 부정할 수 없는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박찬욱 감독 영화의 '질'을 최대치로 높였다. 박정민은 영화 '얼굴'에서 1인 2역, 시각장애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2억 저예산 영화에 제대로 힘을 실었다.
현빈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잘못 됐다고 말하긴 힘들다. 영화 '하얼빈'에서 역사적 인물인 안중근을 묵직하게 그려내며 '데뷔 20년' 배우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만 이병헌이 해외 일정으로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시상식 시작부터 유난히 카메라에 많이 비친 그가 왠지 모르게 '이날의 주인공' 같았다.
앞서 손예진과 현빈은 '청룡영화상' 1부 순서에서 청정원 인기스타상 수상자로 호명 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때만 해도 좋았다. 두 사람이 함께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전하고, 애정 표현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명장면이었다. 특히 톱스타 손예진이 현빈 옆에 찰싹 달라붙어 브이자를 그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은 시청자도 웃음 짓게 했다.
화제성은 충분했다. 이슈를 좋아하는 기자들에게도 반가운 장면이었다. '청룡'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역사상 첫 부부 남녀주연상"까지 갔다.
이날 시상식은 KBS2와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에서 동시에 생중계 됐다. 치지직 실시간 채팅 창에서는 손예진-현빈 부부의 동반 수상을 부정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무분별하게 글을 쏘아 올리는 채팅창에서의 의견은 분명 걸러봐야 하지만 "청룡 권위 떨어졌다" "대종상 길 밟으려고 한다" "화제성만 생각한다" 는 말까지 나왔다.
연기 잘 하는 배우가 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해서 손예진과 현빈이 받은 것이라면 틀린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후보에 오른 배우중 누구하나 연기력이 모자라 보이진 않는다. 다만 올해 받아야 마땅한 배우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찝찝함이 남는다.
제46회 청룡영화상은 2024년 10월부터 1년간 극장에 개봉하거나 OTT에 공개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조사, 심사위원 8명의 심사,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해 최종 수상자(작)가 결정됐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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