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보증수표’는 부도난다, 소개팅에 숨은 나르시시스트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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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보증수표’는 부도난다, 소개팅에 숨은 나르시시스트의 함정

나만아는상담소 2025-11-21 10:52:26 신고

완벽한 평판을 가진 남자, 그리고 당신의 위화감

“이번엔 진짜야. 내 이름 걸고 보증할게.
얘, 회사에서도 평판 좋고 동기들 사이에서도 인성 좋기로 소문난 애야.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니까?”

주선자인 친구는 흥분해서 말했다. 당신은 안도한다. 소개팅 앱이나 불확실한 모임에서 겪었던 그 수많은 이상한 남자들에게 지쳐있던 차였다.

내 친구가, 그것도 꽤 까다로운 내 친구가 ‘인성’을 보증하는 남자라니. 당신은 이 만남이 적어도 ‘안전’할 것이라 믿는다. 검증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마음처럼, 편안하게 약속 장소로 나간다.

남자가 나타난다. 친구의 말대로다. 그는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넘치며, 대화의 맥락을 잘 짚는다. 심지어 당신이 물을 쏟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냅킨을 건네는 매너까지 완벽하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 번째 만남, 혹은 한 달쯤 만났을 때, 당신의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위화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너무 완벽해서 어딘가 ‘인형’ 같다. 당신의 말에 공감하는 듯하지만 눈동자는 묘하게 차갑다. 모두에게 친절한데, 정작 둘만 있을 때는 공기 중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당신이 친구에게 이 미묘한 느낌을 털어놓으면, 친구는 펄쩍 뛴다.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그런 진국이 어디 있다고 그래?” 당신은 입을 다문다. 내 느낌이 틀린 걸까? 내가 복에 겨운 걸까?

아니, 당신의 직감이 맞다. 당신은 지금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 연기’에 인생을 건 사람을 만났을 확률이 매우 높다. 소개팅이라는 제도의 가장 큰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인이 보증하는 ‘사회적 평판’을 ‘인격’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가장 위험한 유형의 인간들은 그 사회적 평판을 조작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주선자가 본 것은 ‘가면’이다

왜 친구의 눈과 당신의 눈은 다를까. 친구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니다. 친구는 진실을 말했다. 단지 그 진실이 ‘무대 위’의 모습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1.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시선’을 먹고산다

우리가 흔히 아는 나르시시스트는 거만하고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이다. 이런 유형은 금방 티가 난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 혹은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다. 이들은 ‘착한 사람’,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타인에게 봉사하고 헌신한다. 주선자인 당신의 친구는, 그에게 있어 ‘관객’이다. 그는 관객에게 박수받기 위해 완벽한 매너와 인성을 연기했다. 친구가 본 “화내는 걸 본 적 없는 모습”은 성인군자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완벽한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감정을 철저히 통제한 결과다.

2. 소개팅은 그들에게 최고의 ‘쇼케이스’다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소개팅은 자신의 매력을 검증받고, 새로운 찬양자를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그들은 당신이라는 새로운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사회적 기술’을 동원한다. 그는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정확히 알고, 당신이 설렐만한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짚어낸다. 왜냐하면 그는 평생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만 연구하며 살아온, 이미지 관리의 장인이기 때문이다.

‘평판 좋은 남자’가 연인에게는 최악인 이유

문제는 그가 당신을 ‘관객’에서 ‘내 사람(소유물)’으로 인식하는 순간 발생한다. 관계가 깊어지고 무대 뒤편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의 태도는 돌변한다.

1. 외부의 평판을 위해 당신을 희생시킨다

그는 밖에서는 ‘호인’이어야 한다.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회식 자리에는 끝까지 남아야 하며, 주말에는 경조사를 챙겨야 한다. 그 모든 ‘좋은 사람’ 노릇을 하느라 정작 당신과의 약속은 뒷전이 된다.

당신이 서운함을 토로하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 챙기느라 그런 건데 넌 왜 그렇게 이해심이 없어?” 그는 자신의 선행을 무기로 당신을 ‘속 좁은 여자’로 만들어버린다.

밖에서는 천사, 집 안에서는 당신의 감정을 착취하는 폭군. 이것이 그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2. 당신을 ‘트로피’ 혹은 ‘액세서리’로 여긴다

평판에 예민한 사람은 파트너 역시 자신의 평판을 높여줄 도구로 본다. 그는 당신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당신’을 사랑한다.

그는 은근슬쩍 당신의 옷차림을 지적하거나, 친구들 모임에서 당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강요한다.

  • - “내 친구들 만날 때는 좀 더 여성스럽게 입고 오면 안 돼?”
  • - “너 아까 내 동기들 앞에서 표정이 왜 그래? 남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의 기준은 언제나 ‘우리’의 행복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이다. 당신은 그의 옆에서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장식품이 되어간다.

3. 갈등 상황에서의 회피와 가스라이팅

이들은 자신의 결점이 드러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그 상황 자체를 덮으려 하거나 책임을 당신에게 전가한다.

  • - “주선자 얼굴을 봐서라도 참아야지.”
  • -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내가 맞다는데, 너만 이상하다고 해.”

그는 자신의 사회적 평판(다수가 자신을 지지한다)을 이용해, 당신의 정당한 불만을 묵살하고 당신을 고립시킨다.

가면을 꿰뚫어 보는 ‘진짜 검증’ 질문들

주선자의 “걔 진짜 괜찮아”라는 말은 이제 믿지 마라. 대신 당신 스스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그 화려한 포장지를 뜯어봐야 한다.

1. “화가 나거나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어떻게 해?”

그가 “저는 화 잘 안 내요”라고 답한다면 경계하라. 인간은 누구나 화가 난다. 건강한 사람은 화를 ‘안 내는’ 게 아니라, ‘잘 표현하는’ 사람이다.

오히려 “혼자 산책을 하거나, 친구랑 술 한잔 하면서 털어버려요”라고 구체적인 해소법을 말하는 사람이 건강하다. 화를 억누르는 사람은, 언젠가 그 화를 가장 가까운 사람(당신)에게 쏟아붓는다.

2. 약자나 ‘쓸모없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관찰하기

식당 종업원에게 친절한가는 너무 흔한 팁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봐야 한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사람, 예를 들어 길거리의 전단지 배포자나 초보 운전자를 대할 때 그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라.

평판에 미친 사람은 자신에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사람(상사, 소개팅녀, 주선자)에게만 잘한다. 평가자가 아닌 사람에게 보이는 무심함이나 짜증, 그 1초의 표정이 그의 진짜 인격이다.

3. 당신의 ‘거절’에 대한 반응 살피기

이 질문 하나면, 그가 쓴 가면의 두께를 가늠할 수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그의 제안을 거절해 보라. “이번 주말에는 좀 쉬고 싶어서 못 만날 것 같아요.” 건강한 사람은 “아쉽지만 푹 쉬어요”라고 존중한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완벽한 계획이나 호의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

“제가 식당 다 예약했는데… 그래도 잠깐 보는 게 좋지 않아요?”라며 은근한 압박을 주거나, 순식간에 목소리가 차가워진다면, 그는 당신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통제하려 드는 것이다.

지인은 ‘팩트’를 모르고, 당신은 ‘촉’을 안다

“지인이 소개해줬으니까 안전하겠지.” 이 믿음은 당신의 눈과 귀를 가리는 안대가 된다. 지인은 그 남자의 ‘사회생활’을 본 것이지, ‘연애 생활’을 본 것이 아니다.

주선자가 그를 아무리 극찬해도, 당신이 만났을 때 느끼는 미묘한 불편함,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든다면, 당신의 직감을 믿어야 한다. 당신의 무의식은 그가 쓴 가면의 미세한 균열을 이미 포착했기 때문이다.

평판 좋은 남자가 반드시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완벽한 평판은, 그가 그만큼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는 데 능숙하다는 경고등일 수 있다.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만인에게 칭송받는 ‘유명한 남자’가 아니다. 남들에게는 조금 무뚝뚝하고 평범해 보여도, 당신 앞에서만큼은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울고 웃을 수 있는, 진짜 얼굴을 가진 남자다.

주선자의 보증수표를 찢어버려라. 그 남자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증은, 오직 당신의 ‘느낌’뿐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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