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ERFECT BEAUTY
덧없음, 소멸, 불완전한 아름다움. 하이주얼리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단어에서 영감을 얻은 부쉐론의 2025 까르뜨 블랑슈 하이주얼리 컬렉션 ‘임퍼머넌스’는 그 어느 때보다 근사하게 발광(發光)하고 있다.
IMPERFECT BEAUTY
덧없음, 소멸, 불완전한 아름다움. 하이주얼리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단어에서 영감을 얻은 부쉐론의 2025 까르뜨 블랑슈 하이주얼리 컬렉션 ‘임퍼머넌스’는 그 어느 때보다 근사하게 발광(發光)하고 있다.
하이주얼리처럼 질서가 단단할수록,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접근 방식은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열린다. 그래서 부쉐론의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하이주얼리 컬렉션은 언제나 특별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부쉐론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에게 ‘완전히 자유로운 상상력의 자유’를 부여했다. 거기에 더해진 기발한 영감, 이질적인 재료, 그리고 첨단 기술력까지.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은 하이주얼리가 고고하게 지켜온 고정된 아름다움의 틀을 과감히 해체하고 새로운 미의 언어를 제시한다.
지난 파리 오트 쿠튀르 기간 공개된 2025 까르뜨 블랑슈 하이주얼리 ‘임퍼머넌스(Impermanence)’ 컬렉션이 여러 도시를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사방에 고요한 어둠이 깔린 행사장에 들어서자, 중간에 자리한 여섯 개의 컴포지션이 모든 프레스의 시선을 압도했다. 우선 (주얼리치고는) 예상보다 큰 크기가 마치 갤러리에 놓인 작품인 양 착각을 부른다. 가장 밝은 ‘Composition N°6’부터 시작해 완전한 어둠을 지닌 ‘Composition N°1’까지 차례로 놓여 있다. “사라지기 전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여섯 개의 구성은 빛에서 어둠으로 이어지며,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컬렉션은 금방 부서져버리는 순간을 영원히 새기고 싶었던, 덧없는 찰나에 대한 경의의 오마주입니다.” 이번 시즌 클레어 슈완은 2018년 선보인 하이주얼리 이터널 플라워(Eternal Flowers)로 시작된 ‘덧없는 것을 영원하게 만들고자 했던’ 창조적 여정을 이어 나갔다. 영감의 원천은 일본 꽃꽂이 예술인 이케바나
(生け花)와 그 속에 담긴 와비사비(侘び寂び) 미학. 빠르게 시드는 꽃과 나뭇가지로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섭리를 드러내는 이케바나, 이는 불완전함과 덧없음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와비사비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번 컬렉션이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전통적인 하이주얼리가 추구하는 것과 달리 덧없음, 불완전함, 소멸 같은 존재를 통해 자연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예찬하기 때문이다. 마치 작품을 보듯, 컴포지션 하나하나에 담긴 소재와 기술력에 대한 도슨트의 설명에 귀 기울이다 보니 그 감동은 배가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얼리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나하나 정성스레 꽃꽂이를 하듯, 이 모든 건 따로 떼어내면 총 28개의 주얼리가 된다. 예를 들면 ‘Composition N°5’의 큰 엉겅퀴와 장수풍뎅이는 브로치가 되고, 작은 엉겅퀴는 더블 핑거 링이 되는 방식. 제작에만 무려 1만8천 시간이 소요된 ‘임퍼머넌스’ 컬렉션, 이 여섯 개의 작품을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자.
Composition N°6
빛이 닿기 직전 순간의 튤립과 유칼립투스의 투명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소재는 암석보다 더 유연한 보로실리케이트 글라스다. 2mm의 얇은 두께로 가공된 글라스는 줄기, 잎맥, 꽃잎이 되고 그 위에 흩뿌려진 다이아몬드는 맑은 질감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유칼립투스 가지에 매달린 잠자리는 이어링으로 활용 가능하다.
Composition N°5
야생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두 송이의 엉겅퀴와 장수풍뎅이. 뾰족한 잎과 가시의 생동감은 식물성 레진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다. 이는 하이주얼리에서 처음 시도된 방식. 금속 구조 없이 다이아몬드를 세팅해야 하는 어려움에 당면한 장인들은 ‘쿠튀르 세팅’이란 새로운 기법을 고안했다. 열매 안쪽 공간에 실로 꿰어 고정하는데 큰 엉겅퀴에는 600개 이상, 작은 엉겅퀴에는 200개 이상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다.
Composition N°4
블랙 스피넬과 다이아몬드의 대비를 통해 산들바람 속에 흔들리는 시클라멘과 귀리의 찰나를 포착했다. 이 생태계에는 애벌레와 나비가 등장한다. 특히 붓에 사용되는 섬유로 만든 잔잔한 털, 기어가는 애벌레의 형태는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모양새다. 실제로 아치형으로 굽거나 평평하게 펴지도록 설계된 관절 구조로 실제 곤충의 유연한 움직임을 완벽하게 모방했다.
Composition N°3
숄더 브로치로 연출 가능한 활짝 핀 아이리스는 다양한 농도의 블랙 DLC(다이아몬드 라이크 카본)로 만들어진다. 장인들은 꽃잎의 넓은 면에는 매트한 마감, 줄무늬 부분에는 유광 마감을 적용해 다른 질감을 대비시켰다. 여기에 다이아몬드의 찬란함을 더했다. 위스테리아는 ‘가볍지만 견고하게’라는 과제와 함께 시작했다. 세라믹, 티타늄,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를 조합했는데, 무게는 무려 150g. ‘Composition N°3’는 제작에만 총 4천685시간이 걸린다.
Composition N°2
실루엣만 남은 듯한 유령 같은 목련을 통해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탐구한다. 극도로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실제 목련나무를 스캔해 가지, 꽃, 꽃봉오리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수평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구조적인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했고, 그 위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재밌는 건 다이아몬드의 큘렛(뾰족한 하단)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역세팅’해 예기치 못한 빛의 반사를 만들었다는 점.
Composition N°1
Composition N°1에서는 빛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양귀비 꽃잎 안쪽에는 손으로 직접 새긴 정맥 무늬가 있고, 그 위에 밴타블랙®(Vantablack®) 코팅이 입혀져 있다. 이는 이번 컬렉션 전체에서 가장 혁신적인 요소다. 현재까지 개발된 물질 중 가장 어두운 소재로 가시광선의 99.965% 빛을 흡수한다. 우아하게 뻗어나가는 스위트피의 티타늄 줄기에 달린 꽃잎은 오닉스와 블랙 어벤추린 글라스를 사용했다. 어둠 속 유령처럼 등장한 나비는 숄더 브로치로 활용 가능하다.
Copyright ⓒ 바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