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국내 제당업체들의 전현직 경영진이 구속되면서 정부의 대표적 물가대책인 할당관세의 실효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제 원당 가격이 지난해 내내 하락했음에도 국내 설탕값은 오히려 상승하는 등 정책 효과 체감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최낙현 삼양사 대표와 김상익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내 설탕시장의 94% 가량 점유하고 있는 제당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가 가격 담합을 지속해 왔다는 의혹에 대한 첫 고위급 임원의 신병 확보다.
국내 제당 3사가 설탕 가격 담합 의혹에 휩싸인 것은 국제 설탕가격 흐름은 국내 시장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94.1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7.4%, 전월보다 5.3% 하락했다.
국제 원당 가격은 2023년 10월 고점 이후 지난해 내내 안정세가 이어졌지만 국내 설탕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12.0% 상승했다. 설탕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빵·디저트·음료 가격도 연이어 오르는 '슈가플레이션'도 문제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물가 대책을 논의하는 국무회의에서 설탕을 포함한 밀가루 등 식료품 가격이 높다고 지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가격 조정 명령 가능성을 묻기도 했다.
지난해 제당업계는 2023년 고가에 매입한 원당 재고가 모두 소진되지 않아 경영비 부담을 겪고 있다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당시 6월까지로 예정했던 원당 할당관세 0%(기본 관세율 3%)를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원당 수입 단가를 낮춰 설탕 출고가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 제품가격까지 반영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할당관세 부과 실적 및 결과 보고서'에서 설탕 등 수입가격 하락이 국내 소비자가격을 의미 있게 낮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세 인하 효과가 유통·식품업계나 수입업자에게 귀속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를 확인한 셈이다.
국내 설탕산업은 원당을 들여와 국내에서 정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완제품 설탕을 뜻하는 정제당의 기본 관세율은 30%로 비싸게 책정돼 완제품 수입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국내 시장에 설 자리가 없다. 이는 국내 제당업 보호라는 목적이었지만 제당 3사의 국내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설탕 할당관세 세율과 적용 물량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제당은 할당관세가 적용되면 5% 또는 0%의 관세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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