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트렌드모니터 제공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과 가치관 변화가 이러한 흐름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규모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스몰 웨딩 선호도 커지는 양상이며 축의금 부담 증가로 결혼식 참석 문화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9~49세 미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은 필수라는 응답은 17.3%에 그쳤다. 반면 결혼을 선택으로 인식하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고 특히 여성과 40대에서 결혼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비율이 뚜렷하게 높았다. 결혼 의향이 아예 없다는 응답은 여성 24.7%, 40대 27.5%로 다른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혼 자체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크다. 결혼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는 응답은 49%였고 결혼은 최소한의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응답도 47.3%로 조사됐다. 여성은 결혼 이후 출산 부담을 크게 느끼는 비율이 57.8%로 나타나 출산이 결혼 선택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양상도 드러났다.
경제적 요인은 결혼 의향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됐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부담되는 요소로는 주거 문제가 71.9%로 가장 많았고 결혼식 비용 부담이 54.3%로 뒤를 이었다. 결혼식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은 낭비라는 응답은 69.7%에 달했으며 결혼식 비용을 생각하면 여행이나 주거 마련에 쓰고 싶다는 응답 역시 69.7%로 집계됐다. 결혼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부모 지원이나 대출을 고려한다는 의견도 각 20.4%, 18.4%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몰 웨딩 선호는 확대되는 추세다. 지인만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이 더 의미 있다는 응답은 56.3%였고 혼인신고만 하거나 여행으로 식을 대신하는 것에 긍정적이라는 응답도 64.2%로 나타났다. 다만 스몰 웨딩이라고 해서 준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지 않는 응답이 69.9%였고 부모 세대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50.4%에 달해 기대와 한계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전체 응답자의 63.5%는 향후 스몰 웨딩을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식 참석 문화에도 경제적 여건이 큰 영향을 미친다. 축의금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2022년 59.5%에서 올해 65.4%로 상승했고 축의금 부담 때문에 축하하는 마음이 줄어든다는 응답도 37.2%에서 45.1%로 증가했다. 결혼식 참석을 의무적으로 느끼는 문화가 불편하다는 응답은 59.9%였으며 축의금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스트레스가 줄 것이라는 응답도 62.3%로 조사됐다.
남자 친구와 5년간 열애 중인 서 모(29·여) 씨는 “남들 눈치 보며 하는 결혼식보다 나에게 맞는 방식이 중요해진 것 같다. 형식보다 의미를 챙길 수 있는 스몰 웨딩이 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는 이 모(41) 씨는 “경제 여건을 생각하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느낌이 점점 사라진다. 축의금 부담도 크다 보니 결혼식 참석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근우 기자 gn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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