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초대형 MMORPG 신작 '아이온2'가 19일 출시됐지만 서비스 첫날부터 대기열 폭증·접속장애·과금 모델(BM) 논란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가는 하루 만에 15% 가까이 폭락했고 향후 신작 라인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작품에서 초기부터 심각한 운영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박병무 공동대표 체제에 대한 책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 개발 기준 완화, 퍼블리싱·해외 투자 확대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해 온 박 대표의 전략이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가운데 이번에 출시한 신작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경영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출시 첫날부터 '접속지연·과금' 논란…주가 폭락·유저 신뢰 흔들
아이온2는 원작 아이온의 17년 만의 후속작이자 엔씨소프트가 8년간 개발해온 현 세대 최대 규모 MMORPG 프로젝트다. PC·모바일 멀티 플랫폼 지원, 언리얼 엔진5 기반 그래픽, 비행·수영 등 입체 이동 시스템, 수동 전투 중심의 설계를 강조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엔씨는 이번 신작을 정교한 MMORPG 개발사의 위상 회복이라는 목표 아래 회사 재도약의 핵심 카드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정식 서비스 직후 상황은 기대와 달랐다. 출시 2시간 만에 대기열이 수천에서 수만명 이상 발생했고 닉네임 선점 계정이 접속조차 되지 않는 사태가 터졌다. 일부 서버에서는 캐릭터 생성 자체가 차단되는 등 이용자 불만이 대거 쏟아졌다. 엔씨는 새벽부터 긴급 점검을 진행했지만 혼란은 하루 종일 지속됐다.
논란의 확산에 기름을 부은 것은 BM(과금 체계)이다. 엔씨는 사전 홍보 단계에서 "라이트 BM" "전투 강화 주문서·영혼의 서 등 전투력 핵심 아이템은 현금 판매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출시 당일 '큐나 보급 상자'라는 현금 패키지 아이템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유저 신뢰를 정면으로 배신한 사례로 지목돼 커뮤니티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사태가 악화되자 소인섭 사업실장과 김남준 개발PD는 출시 15시간 만에 이례적인 긴급 라이브 방송을 열어 사과했다. 특히 김 PD는 "안일한 판단이었다. 출시 직후 모든 유저에게 해당 아이템을 지급하겠다"며 판매 중단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형성된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식시장 반응은 더욱 차가웠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출시 당일인 19일에만 14.6% 급락해 19만 원 초반대까지 무너졌다. 단순히 '신작 출시 후 차익 실현' 수준을 넘어선 이례적 낙폭이라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18만3900원으로 전일 대비 7800원(4.07%) 하락한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게임업계 특성상 출시 당일 주가가 조정을 받는 경우는 흔하지만 엔씨가 지난 12일 이후 하락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아이온2'의 흥행 가능성 자체에 의구심을 사고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아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낙관론은 줄어들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타격감·조작감 완성도는 높으나 초기 유저 이탈이 심화할 경우 반등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3분기 실적이 영업손실 75억원까지 악화된 상황에서 '아이온2'마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내년 주력 신작과 전체 포트폴리오에 대한 신뢰도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규모 구조조정·부진한 해외사업…박병무 체제 경영전략 전반 흔들
엔씨소프트의 현재 위기는 단순히 '아이온2' 초기 삐걱거림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박병무 공동대표 체제의 전략 실패가 누적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박병무 대표는 2023년 말 김택진 대표와의 공동대표 체제에 합류하며 대규모 개발·조직 체질 개선을 통한 회사 재건을 추진해 왔다. 우선 대규모 희망퇴직과 개발 자회사 구조조정으로 조직 비용을 정리하고 빠른 신작 출시와 외부 투자·퍼블리싱 확대를 통해 매출원 다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선 신작 부문은 총체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출시된 '배틀크러쉬', '호연', '저니 오브 모나크' 등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심지어 배틀크러쉬는 출시 5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리니지·블레이드앤소울 기반 후속작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내부 개발력 약화'라는 비판이 확산됐다.
해외시장 공략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아시아권 매출은 35%나 줄었다. 그나마 올해 3분기 해외 및 로열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곤 하지만 지난해 급감한 매출을 감안하면 기저효과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퍼블리싱 및 해외 개발사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스웨덴·미국·폴란드 등 여러 스튜디오에 투자했지만 올해 출시된 작품은 없다. 중·장기 모멘텀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기존 자사 개발 라인업에서도 프로젝트 M, 도구리 어드벤처, 택탄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정리되면서 '구조적 개발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온2의 초기 흔들림은 박병무 대표 체제 자체에 대한 신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구조조정 중심의 경영 방식, 과감한 신작 투자, 빠른 라인업 확대 등 박 대표의 전략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가 상승세가 '아이온2' 출시일에 급락한 것 역시 시장이 박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의 운영 리스크는 단순한 서버 오류 문제가 아니라 지난 2년간 잘못 설계된 조직 전략과 개발 체계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라며 "아이온2는 엔씨의 미래를 좌우할 작품이지만 사용자를 최우선에 둔 운영 전략과 개발 체계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단기 실적뿐 아니라 장기 경쟁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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