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센터 20주년 기념 초연작…달 뒷면 본 우주비행사 그린 1인극
"전 세계서 사랑받는 작품 될 것"…정문성 "관객을 상대 삼아 연기"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지난 11일부터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Behind the Moon)은 바위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무대 형태가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서서 연기하기 불편해 보이는 이 조형물 위에서 배우는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그 뒤에 숨기도 한다. 선망하던 달로 향했지만 결국 달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 미국의 우주 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가 달을 닮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대본을 보는 순간 80세가 됐을 때 제 마지막 작품은 이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평평한 무대로…. (웃음)"
배우 유준상이 18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비하인드 더 문'이 10년 이상 가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인류 최초의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비행사 콜린스의 이야기를 그렸다. 콜린스는 사령선 조정을 위해 달에 착륙하지 않은 대신, 달 궤도를 돌며 달의 뒷면을 최초로 본 우주인으로 남았다.
2023년 충무아트센터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에서 우승한 작품으로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이달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평소 우주에 관심이 많아 직접 SF 소설까지 쓴 유준상은 달을 배경을 한 이 작품의 대본을 보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원래 달과 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지구에 사는 소녀와 105억 광년 떨어진 소녀의 이야기도 소설로 완성한 상태"라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가 끝나고 난 뒤 재밌는 대본을 찾다가 '비하인드 더 문'을 받게 됐다"고 작품에 참여한 계기를 전했다.
'비하인드 더 문'은 죽음을 앞둔 콜린스가 우주 비행사가 되고 달로 향할 때까지의 과정을 회상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준상은 "마이클 콜린스만큼 고독한 시간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에 없을 것"이라며 "실제 콜린스는 (달 뒷면을 본) 그 시간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했다고 한다. 그분이 9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시간을 고민하고 표현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전 세계 최초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비하인드 더 문'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준상은 우주항공청이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전하면서 "그때 우리도 같이 공연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비하인드 더 문'은 1인극이다. 배우 혼자서 콜린스뿐만 아니라 여러 역을 연기하면서 극을 끌고 나간다. 유준상을 비롯해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1인극에 도전했다.
정문성은 "실컷 연기해보고 싶어 1인극을 선택했는데, 연기 상대가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끼고 있다"며 "상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관객을 상대방으로 삼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러면서 "관객을 만나니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얻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한솔 작가는 "초고는 5인극이었는데, 다 쓰고 나니 콜린스가 그렇게 잘 보이지 않았다"며 "현실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를 극 속에서도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1인극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정문성은 관객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랐다.
그는 "1인극을 한다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연기) 차력쇼 이런 느낌은 아니다"라면서 "공연을 보고 나가면 '자신에게 위로가 된 작품'이라고 생각될 거다. 또 그게 제 바람"이라고 했다.
고훈정은 "네 명의 배우로 각각 봐야 '비하인드 더 문'이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배우에 따라 선보일 매력을 강조했다.
공연은 내년 2월 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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