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매운맛에 중독된 미각을 되살리는, 심심하지만 건강한 레시피
나르시시스트와의 연애가 끝난 후, 당신이 마주하는 가장 당혹스러운 문제는 ‘사람 보는 눈’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레이더는 고장 났다. 이전에는 ‘강렬한 끌림’을 사랑이라 믿었지만, 그것이 사실은 파멸로 가는 급행열차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떤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지에 대한 기준점을 상실한 채 혼란스러워한다.
더 큰 문제는, 진짜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다. 그들은 당신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연락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우게 하지도 않고, 당신의 질투심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당신은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음, 사람은 좋은데… 뭔가 재미가 없어. 매력이 안 느껴져.”
이 ‘지루함’이야말로 당신의 뇌가 보내는 가장 건강한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도파민에 절여진 당신의 뇌는 그것을 ‘사랑이 아니다’라고 오판하고 밀어낸다. 마치 캡사이신 범벅인 음식만 먹다가 슴슴한 평양냉면을 먹었을 때 “아무 맛도 안 나잖아”라고 투덜거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 미각을 되살려야 한다. ‘좋은 사람’이란 단순히 착해 빠진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사람은 ‘안전한 사람(Safe Person)’, ‘예측 가능한 사람’, 그리고 ‘자아(Ego)가 건강한 사람’이다.
당신의 망가진 직관을 대신해 줄,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30가지 체크리스트를 준비했다. 이 리스트를 당신의 새로운 레이더망으로 삼아라. 이 항목들에 많이 해당할수록, 그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파괴하지 않고 함께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단단한 땅일 확률이 높다.
제1영역: 갈등을 다루는 태도 (가장 결정적인 차이)
나르시시스트와 일반인을 가르는 가장 선명한 리트머스 시험지는 평화로운 때가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다. 싸울 때 그 사람의 밑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1. 싸울 때 당신의 인격을 공격하지 않는다. 화가 났을 때 “네가 그랬으니까 화가 나지”라고 행동을 비판할지언정, “너는 구제불능이야”, “너 같은 건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라며 당신의 존재 자체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2. ‘미안하다’는 말을 명확하게 할 줄 안다. “미안해, 근데 너도 잘못했잖아”라는 조건부 사과가 아니다. “내 행동이 너를 아프게 했구나. 미안해.”라고 자신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한다.
3. 갈등 상황에서 침묵으로 벌주지 않는다. 화가 나서 잠시 시간을 갖자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며칠씩 연락을 끊거나 입을 다물어 당신을 피 말리게 하는 ‘침묵의 형벌(Silent Treatment)’을 쓰지 않는다.
4. 과거의 실수를 들추어내지 않는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말문이 막힐 때마다 3년 전, 5년 전의 실수를 끄집어내어 당신을 공격하는 비겁한 짓을 하지 않는다.
5. 당신의 의견이 달라도 존중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당신을 ‘틀린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며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6. 이기려고 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한다. 논쟁의 목적이 당신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다.
제2영역: 일관성과 신뢰 (안전의 기반)
좋은 사람은 예측 가능하다. 그들의 기분은 롤러코스터가 아니며,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 이 ‘지루한 일관성’이 당신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선물한다.
7.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 약속을 지킨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거창한 미래를 약속하기보다 오늘 저녁의 약속을 소중히 여긴다.
8. 기분 변화가 완만하다. 아침에는 천국에 있다가 저녁에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극단적인 기분 변화가 없다. 그가 기분이 나빠 보여도, 당신은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그것은 그저 그의 피곤함일 뿐이다.
9. 연락이 꾸준하다. 밀당을 하지 않는다. 바쁘면 바쁘다고 말하고, 늦으면 늦는다고 말한다.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주도권을 확인하려는 유치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10. 겉과 속이 같다. 사회적인 가면과 사적인 모습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는다. 밖에서는 천사표인데 집에서는 폭군이 되는 이중적인 모습이 없다.
11.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완벽한 척 연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실수했을 때는 멋쩍게 웃으며 인정할 줄 안다.
12.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라도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이라도 이야기하는 용기가 있다.
제3영역: 경계선 존중 (당신의 영토를 지키는 법)
나르시시스트는 당신과 자신을 한 몸이라 착각하고 경계를 짓밟는다. 반면 좋은 사람은 당신과 자신이 별개의 독립된 존재임을 명확히 인지한다.
13. 당신의 ‘아니오(No)’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당신이 거절했을 때 화내거나, 삐지거나, 죄책감을 주지 않는다. “아, 그래? 알았어.”라고 쿨하게 넘긴다.
14. 당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한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쉬고 싶다고 할 때, 그것을 자신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이지 않고 흔쾌히 시간을 내준다.
15. 당신의 취향을 비난하지 않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 음식, 취미가 자신과 맞지 않아도 “그거 촌스러워”, “이상해”라고 깎아내리지 않는다.
16. 신체적 접촉의 속도를 조절한다. 당신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스킨십을 강요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당신의 몸에 대한 권리가 오직 당신에게 있음을 존중한다.
17. 당신의 핸드폰을 훔쳐보지 않는다. 비밀번호를 공유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고유한 영역임을 안다.
18. 당신의 결정을 대신 내리지 않는다. 메뉴 결정부터 인생의 진로까지, 조언은 할 수 있어도 “너는 이걸 해야 해”라고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제4영역: 공감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 (인격의 척도)
그가 당신에게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기꾼도 타깃에게는 잘한다. 진짜 인격은 그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사람을 대할 때 드러난다.
19. 약자에게 친절하다. 식당 종업원, 택배 기사, 경비원 등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춘다. 갑질은 상상도 할 수 없다.
20. 동물을 사랑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말 못 하는 존재를 대하는 태도는 그 사람의 본성이다. 작은 생명체를 귀여워하거나, 적어도 혐오감을 드러내며 발로 차는 등의 폭력성을 보이지 않는다.
21. 전 연인에 대해 악담하지 않는다. 헤어진 연인을 ‘미친 여자(남자)’로 묘사하지 않는다. 과거의 관계에서도 배울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거나, 적어도 침묵을 지킨다. 모든 전 연인이 이상했다면, 이상한 건 바로 그 사람이다.
22. 당신의 감정에 공감한다. 당신이 슬퍼할 때 해결책을 주려고 훈계하기보다, “정말 힘들었겠다”며 그 감정을 먼저 읽어준다.
23. 당신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질투하거나 비꼬지 않고,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당신의 빛이 자신의 그림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4. 경청할 줄 안다.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지 않는다. 대화의 지분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제5영역: 자아와 관계의 건강성 (성숙함)
건강한 사람은 혼자서도 잘 지내고, 함께일 때 더 잘 지낸다.
25. 오랜 친구가 있다. 학창 시절이나 사회 초년생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오래된 친구들이 있다. 이는 그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는 증거다.
26. 부모님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한다. 부모에게 너무 의존적(마마보이/걸)이지도 않고, 부모를 지나치게 증오하지도 않는다. 원가족과 건강하게 분리되어 있다.
27. 자신만의 취미와 생활이 있다. 연애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당신이 없어도 혼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줄 안다.
28.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당신을 쓰지 않는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는 받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당신에게 쏟아붓고 해결해 달라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 소화할 줄 안다.
29. 재정적으로 책임감이 있다. 돈 씀씀이가 투명하고,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소비한다. 돈 문제로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
30. 그 사람 옆에 있는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당신은 편안한가? 불안하지 않은가? 당신이 꽤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합격이다.
심심한 밥상이 당신을 살린다
이 리스트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혹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너무 평범해서 재미없어 보인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맞다. 이들은 평범하다. 이들은 당신을 만난 첫날 “당신은 나의 운명입니다”라고 외치지 않는다. 이들은 당신을 위해 달을 따다 주겠다고 허풍 떨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당신이 아플 때 죽을 사 오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며, 당신이 싫다고 하면 멈춘다.
나르시시스트가 제공했던 그 화려하고 자극적인 ‘불량 식품’ 맛을 기억에서 지워라. 그 맛은 당신의 내장을 파괴했다. 이 30가지 리스트에 부합하는 사람은, 갓 지은 쌀밥과 맑은 된장국 같은 사람이다. 처음에는 심심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먹을수록 속이 편안하고, 당신의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살찌우는 진짜 양식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이 30가지를 모두 100점 만점으로 충족하는 사람은 유니콘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이 항목들에서 적어도 ‘과락’이 없다. 그리고 실수하더라도 지적하면 고치려고 노력한다.
이제 당신의 체크리스트를 다시 써라. 키가 크고, 돈이 많고, 나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대시하는 남자가 아니다.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웨이터에게 친절하며, 나의 ‘아니오’를 존중하는 남자. 그가 바로 당신이 찾던, 그리고 당신을 지켜줄 진짜 ‘좋은 사람’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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