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책꽂이 ㉘] 허유미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김정수의 책꽂이 ㉘] 허유미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뉴스로드 2025-11-18 09:33:09 신고

 

▲시집 한 줄 평

“그냥 그대로 제주이다.”

▲시 한 편 

<슬픔은 부력을 잃지 않는다> - 허유미

스크루에 머리가 잘려 나가도

돌고래는 안다

지느러미에 업힌 게 제 새끼라는 걸

무리에서 뒤처져 혼자 세상 먼 거리를 앓아도

돌고래는 안다

업힌 새끼가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걸

물결보다 높이 새끼를 올리다

떨어지면 아래로 내려가

다시 받쳐 올리고

떨어지고 올리고 떨어지고

바다도 푸른 눈물

동동 구르고 있다는 걸

돌고래 새끼 숨 쉬며 놀고 울던 자리

찾아다니다 죽을 거라는 걸

세상 모든 어미들은 안다

▲시평

여기, 선박 스크루에 머리가 잘린 새끼 돌고래가 있다. 인간이 만든, 인간에 의해 새끼를 잃은 어미 돌고래가 있다. 어미와 같이 선박을 따라가다가, 혹은 친구인 줄 알고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몸집이 작은 새끼 돌고래가 회전하는 나사 모양의 프로펠러에 빨려 들어가 변을 당했으리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구할 새도 없었으리라. 어미는 새끼가 죽어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 참혹한 광경에 파도 소리보다 크게 울부짖었으리라. 어디 어미 돌고래뿐이랴. 2014년 4월 16일 인천을 출항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해 단원고 학생 250명 포함 304명이 사망했다.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우리는 TV를 통해 지켜보며 울어야 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도….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지금도 “세상 먼 거리”에서 혼자 앓고 있다. 어찌 잊고 살 수 있겠는가. 충격의 와중에도 어미 돌고래는 새끼의 몸통을 제 지느러미 위에 올린다. 머리는 미처 챙기지도 못하고. 어미 돌고래는 알고 있다. 새끼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버리고 떠나면 포식자의 먹이가 된다는 것을. 살았어도, 죽었어도 어미는 새끼를 버릴 수 없다. 그게 “세상 모든 어미”의 마음이다. 어미는 새끼를 챙기느라 “무리에서 뒤처”진다. 또 어미는 알고 있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포식자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을. 자신도 “죽을 거”라는 걸. 어미는 새끼를 위해서라면 몸까지 바칠 수 있다. 허파 호흡을 하는 돌고래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물결보다 높이” 물 위로 솟구친다. 그럴 때마다 “지느러미에 업힌” 새끼가 떨어지고, 어미는 물 “아래로 내려가” 새끼를 받쳐 올린다. 떨어지면 올리고, 떨어지면 올리고. 그래서 도착한 곳이 새끼가 “놀고 울던 자리”다. 새끼의 고향이다.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죽은 새끼를 업고 가는 어미 돌고래의 모습은 처연하고도 장엄하다. 모성은, 사랑은 참으로 숭고하다. (김정수 시인) 

▲김정수 시인은…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과의 잠』 『홀연, 선잠』 『하늘로 가는 혀』 『서랍 속의 사막』과 평론집 『연민의 시학』을 냈다. 경희문학상과 사이펀문학상을 수상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