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신뢰로 증명한 경영의 품격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신뢰로 증명한 경영의 품격

이슈메이커 2025-11-18 00:08:00 신고

3줄요약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신뢰로 증명한 경영의 품격


급변하는 시장의 중심에서 ‘속도’보다 ‘방향’을 택한 청년이 있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원칙과 신뢰를 지켜내며, 자신이 설계한 길 위에서 기업의 본질을 다시 세우는 인물, ㈜블루핀(이하 블루핀)의 차상운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인테리어를 단순한 공간의 미학이 아닌 기업 성장의 구조를 설계하는 산업으로 정의하고, 시공 중심의 관행적 산업에서 프로세스와 신뢰, 사후관리까지 체계화한 차 대표는 ‘결과보다 과정이 투명한 기업’을 목표로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봉사와 성찰의 시간을 지나 경제적 자립의 의미를 깨닫고, 이를 ‘지속 가능한 선의’로 바꾸기 위해 창업을 택한 차 대표의 행보를 이슈메이커 집중 조명해보았다.

 

차상운 ㈜블루핀 대표ⓒ ㈜블루핀
차상운 ㈜블루핀 대표ⓒ ㈜블루핀

 

내면의 질문에서 시작된 리더의 뿌리
어린 시절의 차상운 대표는 또래보다 유난히 사색이 깊은 아이였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의 마음속에는 늘 이런 물음이 자리했다. 호기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찾으려는 간절한 질문이었다. 부모의 기대나 주변의 평가보다 스스로 세운 기준이 중요했던 그는, 늘 ‘정직하게 살자’라는 원칙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 원칙은 때로 현실과 부딪혔고, 그 안에서 삶의 본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학생이던 어느 날, 뜻밖의 경험이 그를 바꾸었다. 녹록지 않았던 환경에서 학비 마련에 고민하던 차, 어느 천주교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다. 종교와는 아무 인연도 없던 그에게 찾아온 도움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의 의미가 아니었다. 세상에는 ‘이유 없는 선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차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제 인생을 바꿨듯, 언젠가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이 다짐은 20대 초반, 행동으로 이어졌다. 대학을 휴학하고 봉사단체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에 뛰어든 것이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방의 낙후된 마을을 찾아 집을 수리하고, 물품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봉사는 뜻깊었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였다.

 

차상운 ㈜블루핀 대표는 모든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두며, 비즈니스 전반을 아우르는 본질적 사고로 조직의 전문성을 이끌고 있다.ⓒ ㈜블루핀
차상운 ㈜블루핀 대표는 모든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두며, 비즈니스 전반을 아우르는 본질적 사고로 조직의 전문성을 이끌고 있다.ⓒ ㈜블루핀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 가능한 선의는 경제적 자립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결국 봉사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그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자신이 돕던 사람들 역시 마음이 크게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구조가 필요하고, 구조를 만들려면 기업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선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기업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차 대표는 지금의 블루핀을 움직이는 가장 단단한 신념이자 자신의 철학인 한 문장을 가슴속에 새겼다. “좋은 일을 하려면 오래 버텨야 한다.”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무신사 한남2호점.ⓒ ㈜블루핀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무신사 한남2호점.ⓒ ㈜블루핀

 

늦은 출발, 위기 속에 길을 찾다
차상운 대표가 인테리어 업계에 첫발을 들인 건 서른 살의 나이였다. 전공도, 배경도 없었다. 그저 ‘사람을 돕는 구조를 만들겠다’라는 목표 하나로 뛰어든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다. 대부분의 동료가 실내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대 중반부터 경력을 쌓은 반면, 그는 영문학을 전공한 후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늦었다는 부담감보다 더 큰 건, 자신이 ‘현장을 모른다’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서 모든 것을 직접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남들보다 두세 배는 더 뛰었고, 공사 현장에선 반장님들의 곁을 맴돌며 손끝으로 기술을 익혔다. 치수를 재고, 도면을 해석하며, 하나의 공간이 완성되는 과정을 몸으로 익혔다. 이 과정에서 익힌 건 기술뿐만이 아니라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시공의 세계 속에서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배웠다.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익혔다. 현장은 늘 예측 불가능했고, 수십 명의 인력과 협력사가 움직이는 유기체였다. 작은 현장 하나에서도 그는 늘 협력사와 직접 대화하며 의견을 나눴다. 진심은 곧 신뢰로 이어졌고, 한 번 함께한 사람은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그를 먼저 찾았다.


  이 시기에 그는 설계와 시공, 공정 관리와 협업까지 모든 과정을 통달해야만 진짜 리더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수많은 밤과 새벽의 시간들이 오늘의 블루핀을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무신사 토스 인슈어런스.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무신사 토스 인슈어런스.

 

원칙을 잃지 않은 리더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다
2022년, 차상운 대표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블루핀을 공동 창업했다.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했지만, 첫 프로젝트부터 결과는 놀라웠다. 토스페이먼츠를 비롯한 대형 클라이언트와 연이어 계약을 맺으며, 5개월 만에 약 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차 대표는 시공 중심 구조를 넘어 플랫폼을 병행하는 모델을 실험했지만, 3억 원에 달하는 개발 투자가 누적되며 자금 흐름이 막혔다. 매달 고정비가 커졌고, 내부 의견차도 생겼다. 그는 “좋은 의도였지만, 방향보다 속도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문을 이었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문득 확인한 법인 통장에 남은 금액은 상상 이하였다. 최악의 경우 자본 잠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 동업자가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 남아야 한다면 제가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패를 경험으로 바꾸는 건 결국 남은 사람의 몫이니까요”라고 전했다.

 
  이후 불과 2주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차 대표는 직접 고객을 찾아 신뢰를 회복했고, 18억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이 연이어 체결됐다. 이 시기 그는 매출 회복보다 ‘회사 구조의 리셋’에 집중했다. 비전·미션·핵심 가치를 새로 세우고, 디자인·시공·경영지원·유지관리로 팀을 재편했다. “집중하지 못하면 무너집니다. 그래서 원칙을 체계로 바꾸고, 내면의 감정에 보다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블루핀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플라덴 성형외과.ⓒ ㈜블루핀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플라덴 성형외과.ⓒ ㈜블루핀

 


  조직은 이후 더욱 유기적으로 변했다. 팀 간 경계를 허물고, 모든 프로세스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했다. 감정이 아닌 구조, 직감이 아닌 원칙으로 일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차 대표는 “디자인팀과 시공팀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야 완성도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라며 “우리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집단이자 한 사람의 실수가 모두의 경험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 결과 현재 블루핀은 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토스뱅크 등 주요 기업들의 공간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며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홀리데이로보틱스.ⓒ ㈜블루핀
㈜블루핀이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홀리데이로보틱스.ⓒ ㈜블루핀

 

자율 속의 질서, 신뢰가 시스템이 되는 리더십
차상운 대표는 스스로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대표’라고 말한다. 회사의 성장은 자신의 성취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배우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저 스스로도 이 회사를 통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계속 배워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리더로서의 겸손과 자기 인식을 항상 상기시킨다고 했다.


  차 대표의 리더십은 명령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에 있다. 블루핀의 구성원은 각자의 영역을 책임지면서도 서로의 일을 돕는다. “서로의 시간을 아껴주고, 누군가 과중한 부담을 지면 함께 나누는 문화가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블루핀은 스스로 움직이는 조직 구조를 지향한다. 경계 없는 협업이 일상의 리듬으로 자리 잡도록 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공동체주의’가 있다. ‘대표는 스스로 빛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차 대표는 구성원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밀어주고, 필요할 땐 뒤에서 버텨주는 리더를 지향한다. 그는 의사결정의 기준을 언제나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가’에 둔다.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이러한 그의 철학의 근간이자 경영에도 그대로 녹아 있는 신념이다. 채용에서도 실력보다 태도를 본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공동체의 가치를 이해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래서 차 대표는 “자율을 좋아하고, 성장하고 싶어 하며, 공동체주의를 이해하는 사람. 그런 분들과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차 대표의 리더십은 ‘신뢰의 누적’에서 시작된다. 그는 ‘맡기되 함께 검증하고, 실수는 공유된 학습으로 남긴다’라는 믿음으로 블루핀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오늘의 블루핀은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신뢰를 쌓는가로 평가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차상운 ㈜블루핀 대표는 브랜드의 본질은 공간을 넘어 관계로 확장된다고 강조하며, 기업이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갖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블루핀
차상운 ㈜블루핀 대표는 브랜드의 본질은 공간을 넘어 관계로 확장된다고 강조하며, 기업이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갖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블루핀

 

공간을 넘어 기업을 설계하는 신뢰의 비즈니스
블루핀의 현재 모습을 공간 인테리어 회사라고 규정할 수 없다. 차상운 대표는 ‘공간을 넘어 비즈니스를 설계한다’라는 철학 아래, 인테리어를 기업 성장의 전략 도구로 확장시켰다. “블루핀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간에 담는 회사입니다”라고 설명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블루핀의 사업을 4개 축으로의 재편을 예고한 차 대표의 시선은 이미 다음 스텝으로 전진 중이다. 인테리어 사업부는 기존 오피스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글로벌오피스·병원·브랜드샵·교육시설 등으로 확장 중에 있고, 브랜드 마케팅 사업부는 현재 자사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하며, 디자인·브랜딩·홍보가 통합된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AX(AI transformation) 사업부는 업무상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AI로 전환시키려는 과정을 자사 업무 프로세스를 대상으로 설계해 테스트하고 있다. 끝으로 해외사업부는 공간을 내포한 신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이후 한국 기업 고객들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차 대표는 “이 모든 사업부는 결국 기업의 성장을 위한 구조로 맞닿아 있습니다. 창업가들을 돕고, 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블루핀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라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블루핀의 브랜드 철학을 사회로 확장해, 교육과 지원 재단 설립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단순한 물질적 기부가 아니라, 성장하고 싶은 사람을 교육하고, 그 성과를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가 꿈꾸는 이상의 핵심이다. 좋은 공간이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고, 건강한 기업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선순환’의 믿음 중심에서 블루핀은 ‘공간으로 기업을 세우는’ 일을 앞으로도 묵묵히 이어 나갈 것이다.

차상운 대표와의 이야기 속에서 ‘원칙’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묵직한지 새삼 느껴졌다. 빠른 성장을 좇지 않고, 사람과 신뢰 그리고 일의 기준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그것이 결국 회사를 단단히 지탱하는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원칙으로 회사를 세운 사람, 신뢰로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 지금의 블루핀은 그 믿음이 만든 결과이자, 앞으로의 방향을 증명하는 명제(命題)가 될 것이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