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대만에서 경제부와 디지털부 등과 접촉하며 네트워크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온 인물이다. 창업 초기에는 하버드 대학교 동문 인맥을 통해 투자자 모집과 조직 기반 구축에 성공했고 한국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에는 법조계 인사와 미국 재계 출신 인물들을 쿠팡에 영입했다. 김 의장은 인적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사교계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하버드 학연 위에 세워진 쿠팡…트럼프 행정부 출신 대거 영입
김 의장의 인적 네트워크는 △하버드 학연 △한국 법조계 △미국 정재계 △대만 규제 당국 등 총 4개 축으로 나뉜다.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 출신인 김 의장은 쿠팡 설립 초기부터 동문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쿠팡 초기 멤버인 윤선주 전 쿠팡 이사와 고재우 현 쿠팡 부사장 등이 모두 하버드 출신이다. 하버드는 미국 내에서 동문 간 결속력이 높고 폐쇄적 구조로 유명하다. 특히 윤 전 이사의 경우 부친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윤 장관은 2011년까지 기획재정부 수장을 맡았던 만큼 초기 쿠팡 사업이 국내에 정착하던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작동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의장의 하버드 인맥은 한국인들로 국한되지 않는다. 2020년 쿠팡 최고행정책임자(CAO) 직에 취임한 해럴드 로저스 전 밀리콤(통신사) 부사장도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다. 쿠팡 초기 투자자이자 미국 헤지펀드 거물 투자자인 빌 에크먼(Bill Ackman)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Pershing Square Capital Management) 창립자 또한 하버드 동문이다.
애크먼 창립가 정확히 얼마를 투자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2014년 당시 2650만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기준 해당 지분의 총가치는 17이 기준 7억48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이다. 빌 에크먼은 김 의장과 쿠팡 사업에 대해 또 다른 하버드 동문인 데이비드 프랭켈(David Frankel) 파운더 콜렉티브(Founder Collective) 투자 기업 창립자로부터 소개받았다. 쿠팡 설립 기반에 하버드 동문 네트워크가 깊게 자리한 셈이다.
쿠팡의 네트워크 확장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1기 시기부터 미국 정재계 출신 인물 영입 속도가 빨라졌다. 대표적으로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전 아마존재무리더가 2017년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올랐다. 또 프라남 콜라리(Pranam Kolari) 전 월마트 랩스 부사장은 검색·추천 부문장으로 합류했다. 두 인물 모두 현재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쿠팡에 합류한 대표적인 미국 정계 인물로는 롭 포터(Robert Porter)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 책임자(CGAO)가 있다. 포터 CGAO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비서로 활동한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 초안 작성자로 알려졌고 한미 FTA 폐기 움직임에 반대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APEC 회의에서도 김 의장을 대신해 CEO 서밋 기조연설을 맡았다. 알렉스 웡(Alex Wong) 트럼프 행정부 1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도 지난해까지 쿠팡에서 대외업무 총괄(Head of Public Affairs)로 재직했다. 웡은 최근 한화로 이직해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직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는 법조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2020년 쿠팡은 강한승 전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관리총괄 대표로 선임했다. 강 대표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기다. 전국택배노조와 갈등이 심화되던 2023년에는 홍용준 전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지원총괄 대표로 기용했다. 홍 대표는 사법연수원 32기 출신으로 검사 경력이 있다. 국내에서 법조계 인사를 경영진으로 중용한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법적 리스크 완화 목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경제부 장관부터 시장까지…두 번째 핵심시장 대만 네트워크 구축 속도
김 의장과 최근 네트워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대만이다. 대만은 쿠팡이 한국에 이어 차세대 핵심 시장으로 지목한 곳이다. 쿠팡은 2020년 대만에 진출했고 2022년부터 로켓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타오위안 시에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대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쿠팡은 대만 법인 대표부터 교체했다. 올해 쿠팡은 대만 대표에 산딥 카르와(Sandeep Karwa)를 대표직으로 선임했다. 그는 월마트의 아시아 전자상거래 자회사인 플립카트(FlipKart)에서 부사장 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전자상거래 네트워크를 보유한 만큼 업계에서는 대만을 넘어 아시아 확장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다.
대만 정계와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풀필먼트 센터가 설립된 타오위안 시장 장선정(張善政)이 직접 오픈 행사 때 모습을 비췄다. 그 밖에 왕메이화(王美華) 대만 경제부 장관, 리 화이런(李懷仁) 대만 디지털부 차관, 산드라 오드커트(Sandra Oudkirk) 미국재대만협회 사무소장 등이 쿠팡이 진행한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쿠팡은 지역 정부를 넘어 대만 중앙 정부(경제부·디지털부) 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쿠팡과 대만 경제부는 물류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투자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경제부는 물류 인프라를 강화해 쿠팡의 통합 인프라의 빠른 도입을 추진 중이다. 경제부는 쿠팡에 단순 투자 유치 수준을 넘어 대만 전역의 물류망 강화까지 목표하겠단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은 각 시기마다 적합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왔다"며 "미국에서 초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학연을 활용했고 한국에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던 시기에는 김앤장 출신 법조인을 경영진으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대만에서도 고위 인사 접촉을 넓히는 움직임이 관측되는 만큼 사업 확대 속도도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김 의장의 네트워크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김 의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정도로 인적 기반이 견고하다"며 "다른 국가에서 사업 기반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 사업도 인적 네트워크 중심의 전략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