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힌 이른 새벽의 궁궐 복도, 단단히 조여 맨 갑옷 위로 날카로운 기운이 스미는 순간.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에서 배우 탁이온이 호위무사 탁이로 등장하는 첫 장면은 바로 이런 분위기였다. 왕세자(강태오 분)를 향한 견제의 기류 속, 그는 새벽처럼 차갑고 단단한 표정으로 화면을 가로지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았다. 위압적인 침전과 기묘하게 고요한 색감 연출이 더해지며 캐릭터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웃음을 잃은 세자와 기억을 잃은 부보상의 영혼 체인지라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운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이야기의 긴장 축을 이루는 절대 권력자 김한철(진구 분) 곁에는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호위무사 탁이가 있다. 김한철의 명에 따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강직하고 우직한 충성심의 상징처럼 그려진다. [[IMG2]]
탁이온은 이 캐릭터를 단순한 부하나 조력자가 아닌, 극 분위기를 지탱하는 ‘핵심 톤’으로 완성해냈다. 민첩하게 움직이다가도 순간 정지해 상대를 꿰뚫는 눈빛, 그리고 낮게 떨어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탁이의 성향을 날렵하게 드러낸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짧게 나와도 존재감이 미친다”, “탁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명품 신스틸러’의 면모가 회자되고 있다.
조연의 비중이 커지고 캐릭터 세계관이 확장되는 최근 K-드라마 흐름에서 탁이온의 활약은 더욱 의미 깊다. 주요 서사를 밀도 있게 받쳐주는 인물이 많을수록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는 올라간다. 탁이 같은 안정적인 축이 있기에 예측 불허의 전개가 더욱 깊이 있게 전달되는 셈이다. 또한 이런 신스틸러 그룹은 새로운 팬층의 유입을 이끌며 작품의 화제성을 넓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탁이온은 2016년 연극 ‘레알 솔루트’로 데뷔한 이후, ‘설강화 : snowdrop’, ‘연애대전’, ‘가슴이 뛴다’ 등을 거치며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다져왔다. 연극 무대에서 체득한 호흡과 단편영화로 다진 디테일한 감각은 이번 사극에서도 예외 없이 빛을 발한다. 그의 유연한 동작과 절제된 대사톤은 호위무사라는 캐릭터를 납작한 역할이 아닌, 대사 너머의 서사가 느껴지는 인물로 확장시키고 있다.
드라마가 중반부로 향할수록 권력의 무게가 커지고 인물 간의 관계는 복잡해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탁이온이 앞으로 어떤 장면을 통해 또 한 번 ‘신스틸러’로 각인될지 기대가 모인다. 그의 존재감은 단지 조연의 활약을 넘어, K-드라마 시장이 다층적 캐릭터 매력에 주목하는 지금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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