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자식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충격이자 공포였다. 다만 이 공포를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내 안에 담아두는 대신 창작으로 승화하고 싶었다. 악에 짓눌리던 사람들이 머지않아 악의 표정을 짓게 되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바늘을 든 소녀'를 연출한 마그너스 본 혼 감독이 지난해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2024년 5월,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충격' 그 자체를 선사한 영화 '바늘을 든 소녀'가 1년이 지나서야 국내 관객을 만나게 됐다.
"비범하고 불편한 작품" "음울하면서도 매혹적이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 "잔혹함이 무감각해질 정도로 압도적" "내내 혼란스럽고 폐쇄적인 감각을 강렬하게 불러일으킨다" "끔찍하면서도 아름답게 만들어진, 한편으로는 견디기 힘들 만큼 쓰라린 영화"
영화를 먼저 접한 주요 외신들의 평가다. '바늘을 든 소녀'는 2024 세비야유럽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휩쓸었다. 2024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된 것은 물론, 2025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19년 덴마크 코펜하겐, 남편은 실종되고 카롤리네는 원치 않는 아이를 품게 된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그 순간, 낯선 여인이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저에게 오세요."
여인이 인도한 그 곳엔 포근한 침대와 따뜻한 음식, 그리고 다시 꿈꿀 수 있는 삶이 기다리는 듯 했다. 그러나 '행복'과 '희망'에는 무거운 대가가 따르는 법. 들어선 문 너머엔, 아무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바늘을 든 소녀'는 아이를 버리러 낯선 집에 찾아간 '카롤리네', 그 문 너머 어둠 속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흑백으로 촬영, 그래서 더욱 기괴하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감독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정서와 영화적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과 음악에 더욱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바늘'이 등장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놓쳐서는 안 될 '반전' 포인트다. 감독은 "영화에 총 세 번 바늘이 등장한다. 제목에서 의도한 것은 일종의 동화같은 느낌이다.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지은 것인데 한국어로도 잘 전해졌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 첫 공개 된 바 있다. "오랜만에 영화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보는 내내 바늘로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편의 잔혹 동화를 읽은 느낌." "흑백인데도 내내 피가 보였다" 등 남다른 영화적 체험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국내외의 일반적이지 않은 반응, 영화적 체험을 넘어 충격적 체감을 선사할 문제작 '바늘을 든 소녀'는 오는 12월 10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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