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2025년 11월, 초록우산 시흥한국어공유학교에서 이주배경아동들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
“선생님.. 저도 학교.. 가고 싶어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이주배경아동이 센터를 찾아와 조심스럽게 건넨 말이다. 한국에서의 즐거운 생활을 기대하며 학교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통지였다. 이유는 단 하나, ‘한국어를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주배경아동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부모나 본인이 이주의 경험이 있는 ‘이주배경학생’은 2014년 67,806명(전체 학생의 약 1.07%)에서 2024년 193,814명(약 3.72%)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이주배경아동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이들이 마주하는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내국인 아동은 의무교육 대상이어서 자동으로 입학 안내를 받지만, 외국인 아동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입학 통지서조차 받지 못한 채 입학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입학 정보 접근의 어려움, 언어·절차 장벽, 미비한 제도적 보장 체계로 인해 많은 이주배경아동이 학교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학령기를 흘려보내고 있다.
아동이 배우고 자랄 권리, 즉 교육권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내국인에게만 사실상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주배경아동은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에게는 ‘입학을 신청할 권리’만 주어져 있을 뿐, 학교에는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어, 서류나 언어 등의 이유로 입학이 거부되기도 한다. 그 결과, 의무교육조차 누리지 못한 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아이들’로 남는 아동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현장 대응과 제도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학교의 경우, 이주배경학생의 증가로 인해 추가적인 지원과 인력 확보의 부담을 안고 있다. 설령 지원이 이루어진다 해도 아동이 한국어를 익히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분한 언어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과 수업을 따라가야 하는 현실은 학교 적응에 큰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본격적인 학교생활에 앞서 최소한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가 학교 및 교육청과 협력해 운영하는 학력 인정 기초 한국어 교육과정 ‘시흥한국어공유학교(경기 KLS)’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주배경아동들이 공교육 진입 전 기초 한국어를 배우고 학습 결손을 보완하며, 학교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우선 모든 아동이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법령상 입학 의무 조항의 대상을 ‘내국인’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취학통지는 이주배경아동과 그 가정에도 의무적으로 발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아동이 발달 단계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록우산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국회와 함께 ‘이주배경아동의 취학통지 의무화 법안’ 발의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모든 아동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위한 협력과 정책 제안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이주배경아동을 ‘특수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같은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친구’,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다름’을 배척이 아닌 ‘존중’으로 받아들일 때, 아이들은 더 이상 학교 문턱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는 간절한 외침이 “오늘 학교가 즐거웠어요”라는 밝은 웃음으로 바뀌는 날이 오길 바란다. 배움의 기회는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권리이자,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약속이다. 그 약속을 실천하며,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진정한 포용의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장명환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대리. ⓒ초록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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