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올리브나무가 있는 넓은 마당은 반려견 브란의 놀이터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소파의 마감재로 긁힘과 오염에 강한 특수 합성가죽을 선택했다.
일본 시가현 비와호 서쪽의 고사이 지역. 호수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의 조용한 주택가에 부부와 반려견이 거주하는 단층집이 있다. 문을 열면 칠흑 같은 털의 플랫 코티드 리트리버 ‘브란(Bran)’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자갈이 깔린 길을 따라 들어섰을 때 오래된 올리브나무가 깊게 뿌리를 내린 중정이 모습을 드러내는 집. 햇살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마당을 중심으로 각각의 내부 공간이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룬다. 이곳의 설계를 맡은 이는 디자인잇(DesignIT)의 건축가 이케다 다카시와 이케다 다카코. 건축주는 이들의 조카 부부이자 ‘도그 하우스 쇼’에 참가할 만큼 ‘애견가’인 마루야마 구니아키와 그의 아내다. 두 사람은 외부 시선을 부드럽게 차단하면서도 그들의 늠름한 대형견 브란이 넓은 마당을 따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고, 건축가는 집 안의 흐름이 하나의 리듬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회랑형 구조를 제안했다. “바라보기만 하는 ‘관상용’ 중정 대신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서 중정을 계획했어요.”
동굴을 연상시키는 포근한 분위기의 실내. 벽은 천장까지 경계 없이 라왕 합판으로 통일했다.
반려견의 트리밍을 위한 케어 룸. 여유롭고 위생적인 반려견 케어 공간을 갖추고 싶었던 건축주의 오랜 바람을 실현했다.
건축가 이케다 다카코는 마당에 깊은 처마를 짓고, 외벽과 실내 벽면에 동일하게 라왕 합판을 적용했다. 내부 바닥은 반려견과 지내기 좋도록 흙과 석회, 간수를 섞은 삼화토로 시공했다. 단열성과 흡습성이 뛰어나고, 자연 소재 특유의 부드러움을 지닌 것이 장점. 덕분에 실내와 중정이 경계 없이 연결된다. 주방과 팬트리, 테라스, 반려견을 위한 케어 룸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유기적이면서도 명료하고, 각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생활에 여유와 유연한 리듬을 더한다. 브란이 좋아하는 소파의 경우 스크래치나 얼룩에 강한 특수 가죽으로 마감해 편의성을 더했다.
요리를 즐기고 그릇을 수집하는 부부를 위해 창틀과 일체형으로 설계된 오픈형 식기장을 설치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맞춰 설계해 기물 하나하나가 인테리어의 일부가 된다.
중정을 거니는 플랫 코티드 리트리버 ‘브란’. 올해 일곱 살인 수컷으로, 스코틀랜드 전설 속의 거인 전사 핑갈(Fingal)이 기르던 개의 이름에서 따왔다.
설계 단계부터 반려동물을 고려한 집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새로운 변화를 불러왔다. 예전에는 주말마다 외식을 즐기거나 야외로 나가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충만하고 풍요로워졌다. 낮에는 테라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밤이 되면 브란과 함께 뛰어놀거나 지인들과 바비큐를 즐기곤 한다. 친구를 초대해 와인을 나누거나, 혼자일 때는 소파에 기대어 좋아하는 술 한 잔을 음미할 때도 있다. “같은 소파라도 30cm만 자리를 옮겨 앉으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런 작은 변화가 매일의 즐거움이 됩니다.” 마루야마의 말처럼 이 집의 매력은 변화에 있다. 빛과 바람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을 끌어안은 집.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 부드러운 일상의 흐름이 비와호의 풍경 위로 잔잔히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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