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유비,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민주당, 청류파는 야당인 국민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이었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서기 2025년, 용산정(倫山庭)의 정전(正殿)에는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달간 지속된 대서방 군벌, 금표(金票)와의 '화철 조약(和鐵 條約)'이 마침내 타결된 직후였다. 조조(曹操) 대왕이 직접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 이른바 '대서방 팩트시트'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강대한 외적과의 지난한 싸움을 끝낸 피로와, 동시에 거대한 숙원을 이룬 자의 비장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경들이여,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소!” 조조는 선언했다.
“혼란한 난세 속, 짐이 가장 염려했던 국경의 병화(兵禍)와 조정의 재난을 견디며 , 오직 상식과 이성에 기초하여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냈소.”
조약의 내용은 실로 파격적이었다. 북방을 가르는 거대 군벌 금표는 그간 조조의 영토에 무자비하게 부과하던 무역 세금(관세)을 25%에서 15%로 감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가로 조조는 서방의 핵심 산업 재건에 향후 10년간 막대한 양의 전마(戰馬)와 황금(黃金), 도합 3,500억 달러에 달하는 국력을 투자하겠다는 고통스러운 약속을 해야 했다. 허나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수십 년간 염원해 온 '철잠(鐵潛), 즉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금표 군벌로부터 공식적으로 승인받았다는 사실이었다.
회의장은 조조의 충직한 장수들, 즉 탁류파(濁流派, 여당) 대신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이 협상을 "30년간 맺지 못했던 위대한 성과"라며 찬사를 보냈다.
허나 조조는 이 찬양 속에서 갑자기 짐짓 깊은 소회를 드러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분노와 배신감이 서려 있었다.
“협상은 상대가 있는 법이오. 짐이 가진 유일한 힘은, 서방의 맹렬한 압박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는 것’뿐이었소.” 조조는 단호하게 말했다. “허나, 저 강대한 금표 군벌과 나라의 국익을 걸고 전면에서 힘겹게 겨루는 동안, 뒤에서는 끊임없이 짐의 발목을 잡고 짐을 향해 고통을 안겨주려는 무리들이 있었소.”
그의 시선은 정전에 모인 문신들과 외부의 기록관(기자)들을 꿰뚫었다.
“짐은 원컨대, 국익에 관한 한, 대외적 난제에 관한 한, 정쟁(政爭)을 일삼는 짓은 없어야 할 것이오.”
조조의 음성이 한층 높아졌다.
“마치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짐에게 강요하거나, 혹은 이 협상이 완전히 실패하기를 기다려 짐을 공격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내부의 부당한 압력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소!”
이 발언은 노골적으로 조정 내부의 반대파, 즉 청류파(淸流派, 야당)를 겨냥한 것이었다.
청류파의 위선(僞善)과 조조의 격노
조조의 시대를 비판하며 원칙을 숭상하는 청류파는 협상 전부터 조조를 맹렬히 비난해왔다.
“이 어찌 성공한 협상이란 말인가?!”
청류파의 영수들은 조조의 정책을 깎아내렸다.
“이전 강동(江東)의 군주, 손권(孫權,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시대에는 본디 서방과의 무역에 세금(관세)이 전혀 없었거늘! 25%에서 결국은 이제 15%라는 세금을 물게 되었으니, 이는 오히려 무역 지위를 상실한 굴욕적인 합의라!”
그들은 조조가 국고를 탕진하여 3,500억 달러라는 거액을 서방에 바치려 한다며, 이 막대한 출자(出資)는 반드시 국회(國會)의 비준(批准)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비판은 협상의 가장 고비마다 터져 나왔으며, 심지어는 조조가 협상안에 동의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는 지난날의 치욕적인 발언까지 소환하여 조조를 비난했다.
이는 마치 《삼국지연의》 속에서, 조조가 천자를 끼고 천하를 평정하려 할 때마다 순욱(荀彧)을 비롯한 청류파 출신의 신하들이 대의명분을 들어 그를 끊임없이 간언하고 비판하던 모습과 흡사했다. 청류파는 이상적인 ‘대의’만을 외치며, 조조가 외세의 압박 속에서 현실적인 국익(實用)을 위해 내린 고뇌의 결단을 '굴욕'이라고 폄하했다.
조조는 속으로 생각했다. ‘손권 시절의 평화는 이미 옛이야기가 되었거늘! 지금은 난세다. 금표 군벌은 일방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여 우리의 목줄을 죄려 했고, 짐은 이를 15%로 낮추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다. 그대들이 숭상하던 손권은 이미 힘을 잃고 떠났거늘(현재 감옥에 있는 신세), 어찌하여 짐이 거둔 실리적인 성과를 오히려 훼손하려 드는가!’
조조는 정색하며 청류파를 향해 쐐기를 박았다.
“짐은 철저한 실용주의자(實用主義者)요. 오직 국익(國益)만이 영원한 법이오. 지금은 강대국과의 협력 속에서 우리의 조선술을 서방의 군함 건조에 활용하고 , 억지력의 핵심인 철잠을 얻어내는 것이 급선무요!”
고독한 승자의 전략: ‘버티는 것’이 미덕이었다.
조조는 기자회견 말미, 협상이 장기화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자신의 전략을 밝혔다. 이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연(遲延) 전략의 현대적 해석이었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지체된다 하여 짐을 비난했으나, 이는 짐이 가진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함이었소.”
조조는 협상단에게 국익을 관철할 마지노선(馬止露線), 즉 ‘관세율 15% 사수’와 ‘과도한 대미 투자 규모의 상한액’을 명확히 제시하고 , 그 선을 넘어서는 합의는 거부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처럼 지도자가 시간에 쫓겨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실무 협상단이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국익을 사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적토마도 굳건히 버텨야 전장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법이오. 짐이 뒤에서 발목 잡는 부당한 압력을 견디며 버텼기에, 서방의 합리적인 결단(決斷)을 이끌어낼 수 있었소.”
조조의 이 발언은 단순한 소회가 아니었다. 이는 청류파의 모든 비판을 '국익 훼손을 노린 정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어두는 고도의 정치적 장치였다. 앞으로 청류파가 막대한 대미 투자에 대한 국회 비준을 요구할 때마다, 조조는 이 '화철 조약'의 성과를 방패 삼아 그들의 반대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할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조조는 이제 곧 금표 군벌의 숙적, 남방 오나라의 군주와도 회동(會同)할 예정임을 밝히며,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와 입장이 다르다고 상대를 근거 없이 배척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유연한 실사구시(實事求是) 외교를 천명했다.
그날, 용산정을 나서는 조조의 모습은 승리한 영웅이었으나, 그의 어깨는 묘하게도 무거워 보였다. 조조는 늘 그러했듯, 외부의 강적을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내부의 비판과 질시(疾視)와 싸워야 하는 고독한 운명을 짊어진 영웅이었다. 실로 난세의 간웅(姦雄)이요, 치세의 능신(能臣)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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